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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주가 언급은 부적절, 부처 이견 조율할 리더십 부재”

증시의 정치화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론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관 중심의 투자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중장기적으론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관 중심의 투자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정책이 여론과 시류에 흔들리고, 탁상공론의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원로 경제학자이자 여당 쪽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와 여당에 쓴소리를 했다. 공매도 재개와 대주주 양도세 부과 요건 강화처럼 자본시장 발전에 필요한 정책을 개인 투자자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그러는 사이 스텝이 꼬여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한데 청와대 수석 간에 이견을 조율할 리더십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관 중심의 투자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자 최운열 전 의원의 직설
국가 정책 시류에 흔들리면 곤란
시장 외면, 탁상공론 결과물 나와

공매도 열어두되 작은 회사는 제한
기관, 공모펀드 활성화되게 분발을

개인들, 폭탄 돌리기 피해자 될 가능성
 
증시에 개인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시중에 1400조원에 이르는 돈이 풀렸는데,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자들이 증시로 옮겨갔다. 생산 금융인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과거보다 개인의 정보 수집·분석 능력이 향상됐고 자금력도 있어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지수가 너무 빨리 가파르게 올라 후폭풍이 불면 손실을 볼까 우려된다. 실증 연구를 보면 1~2년이 지나서도 개인이 기관·외인 투자자를 앞설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의 정보 수집 능력과 투자 실력의 비대칭성은 여전히 크다.”
 
정치권에선 공매도 연장·보완 쪽으로 기운 듯하다.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은 공매도의 기능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공매도를 허용하면 주가가 내려간다든가 오를 주식도 하락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적어도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릴 수 없는 규모의 기업에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
 
공매도 금지가 주가에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시장에 하락 기대심리가 크거나 실제 하락할 때 완충 역할을 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
 
주가조작 세력이 공매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규모가 작은 상장사라면 시세 조종 가능성이 있다. 100억~200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없는 큰 기업에는 리스크 헷지 수단으로 공매도를 열어두되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에는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
 
시가총액이 작지 않은 셀트리온도 공매도 세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외국인이 힘을 모아 공매도로 대형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더라도 개인에게는 여전히 불리한 제도 아닌가.
“세계 10대 경제 규모의 증권시장에 모두 공매도 제도가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이 70%에 이르러서다. 해외에선 기관 중심의 투자문화가 정착돼 공매도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
 
개인이 기관을 신뢰하지 못하지 않나.
“공모펀드가 연 5~6%의 수익률만 내도 신뢰를 받을 텐데, 개인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간접투자가 외면 당하고 있다. 공모펀드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기관의 노력과 분발이 필요하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견 조율해야
 
대주주 요건 강화는 왜 추진했나.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 양도차익세로 전환하자는 취지에서다. 시세차익이 5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만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실제 과세 대상이 되는 개인 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대주주 양도세 부과 요건을 후퇴할 게 아니라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자신감 있게 추진해야 했다.”
 
국민은 증세라고 받아들이지 않겠나.
“연 8조원에 이르는 증권거래세가 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감세 효과가 있다. 대신 자본시장을 통해 생산금융이 활성화되면 경제도 탄력을 받아 법인세가 늘어날 것이다.”
 
대출 규제도 오락가락한다.
“정책은 명분과 이상만으로 추진해선 곤란하다. 시장의 대출 수요를 외면하고 규제 일변도로 나갔다. 정책을 추진할 때는 늘 시장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왜 자꾸 누더기 정책이 나오나.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집값 안정이란 순수한 목표로 시작한 분양가 상한제와 대출 제한이 대표적이다. 분양 시장에서 소외된 젊은 세대의 주택 구매까지 가로막았다. 정책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고, 5명의 청와대 수석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할 리더십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
 
정책 협조와 조율의 책임은 어디에 있나.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다방면에 경험이 많고 지식이 풍부해야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평생 재벌개혁에 집중한 전문가지만 국정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을까라는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청와대 정책실에만 묻긴 어렵지 않나.
“국민은 정보 접근의 기회가 적어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 판단을 쉽게 바꾼다. 국가 정책을 국민의 생각·판단 변화에 맡기거나 시류에 흔들려선 곤란하다. 여론에 불리해도 필요한 정책은 설득과 설명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가지수를 언급한 것도 참모들의 실책이라고 본다.”
 
한국 자본 시장이 나아갈 방향은.
“한국 금융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크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기를 정점으로 뒷걸음질 쳤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한편 홍콩 사태로 공백이 생긴 동북아 금융 리더십을 가져올 노력이 절실하다. 예컨대 부산은 선박·해양 금융과 파생상품에 특화하고, 서울은 경제·금융 중심지로 키워야 한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금융학회·증권학회 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활동한 금융·증권 분야 권위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해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8년 자본시장활성화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돼 증권거래세 폐지, 양도차익세 도입 등의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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