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끝에 서다 - 인구 느는 소도시

22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직원들이 건설중인 건물들 사이로 출근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평택 고덕 신도시 가보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들어서
5년간 20~30대 3만 명 몰려들어
달성·천안 등도 눈에 띄게 활기
주거·일자리 해결해야 인구 늘어
평택시는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하지만 서울보다 충청남도와 더 가까워 수도권이라고 보기는 애매한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인구 유입이 활발한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힌다. 2011년 42만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53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2030세대 유입이 활발하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12만 5873명이던 20~30대 인구는 지난해 15만 4127명으로 22.4% 늘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최근 5년 동안 2030 인구가 다섯번째로 많이 증가한 도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2003년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판교·동탄 등과 함께 2기 신도시로 선정된 1300만㎡ 규모의 ‘고덕국제신도시’는 2015년 삼성전자가 289만㎡의 땅에 반도체 생산라인과 바이오단지 조성을 결정하면서 날개를 펼쳤다. 현재 삼성 임직원에 협력사, 건설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약 3만명이 일하고 있다. 이미 가동중인 1라인과 2라인 일부에 이어 앞으로 3~6라인까지 완공되면 젊은 층의 유입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평택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고덕 주민들이 모두 주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건 결국 믿을만한 일자리의 효과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구시 전체의 2030 인구는 2011년 이후 10만명 넘게 빠져나간 반면 달성군은 2015년 5만 3000여명이던 20~30대가 지난해 기준 7만명을 넘어섰다. 전국 군 단위 기초자치단체 중 2030 세대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평균 연령이 38.8세다. 달성군만 인구절벽을 비켜선 비결은 2018년 유가읍과 현풍읍에 걸쳐 조성된 대구테크노폴리스다. 김미정 달성군 지역인구정책과 팀장은 “현대와 롯데 계열사를 비롯해 100여개의 기업과 국책 연구기관이 들어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니 젊은층이 빠르게 모여들어 신도시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충남 천안시 서북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급으로 인구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불당·성성지구 등이 신흥 주거지로 자리잡으면서 최근 5년간 인구가 6만명 가까이 늘었다. 신미숙 천안시 인구정책팀장은 “KTX 등 교통이 발달하면서 일자리가 많은 아산이나 평택으로 출퇴근하기 적합한 위치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며 “최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설 정도”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일자리가 도시를 살린 경우는 드물지 않다. 경기도 파주시는 군사보호시설과 인접한 위치 탓에 대규모 일자리나 주거 공급 기회에서 번번이 소외됐다. 하지만 운정지구가 2기 신도시로 선정되고 2008년 문산읍 일대에 LG디스플레이가 들어서면서 반전을 이뤘다. 운정지구 내에만 4만 세대가 넘는 주택이 건설되면서 2011년 37만명대였던 파주시 인구는 현재 46만명을 넘어섰다. 젊은 직장인들이 자리잡으면서 합계출산율 역시 1.05명으로 경기도 평균(0.93명)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발돋움하려면 매력적인 일자리 뿐만 아니라 안정된 주택까지 동시에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석 계명대 도시행정학 교수는 “일본의 경우 한 도시 안에 주거와 일자리를 모두 확보할 수 없는 경우 인근 도시와의 연계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진천군과 음성군을 묶어 건설한 충북혁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음성군에는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과 주요 기업이 자리잡고, 진천에 신시가지를 만들면서 상생을 이뤘다. 진천의 20~30대 인구는 2015년보다 25%(4000명) 늘어나면서 출산율도 1.42명까지 높아졌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말로는 균형발전, 지역분산이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서울 의존도가 크지 않냐”며 “서울 생활을 염두에 두고 경기도에만 신도시를 만들게 아니라 주거와 일자리를 함께 소화해 자생할 수 있는 지역별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승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가 지금처럼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단기간에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자리나 주거 등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이런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 기간을 얼마나 빨리 단축하느냐에 지방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