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결혼해 아이까지 낳겠나”

인구 절벽 끝에 서다 - 2030 다섯 명의 토로

비연애·비결혼·비출산(3비)을 선택한 20~30대 남녀 5명과 온라인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황씨, 김나윤 기자, 김가령·박민수·김다이애나·유영씨. 전민규 기자

비연애·비결혼·비출산(3비)을 선택한 20~30대 남녀 5명과 온라인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재황씨, 김나윤 기자, 김가령·박민수·김다이애나·유영씨. 전민규 기자

요즘 20~30대에게는 연애·결혼·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비연애·비결혼·비출산을 뜻하는 ‘3비(非) 문화’가 점점 당연시되고 있다. 2020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10명 중 6명에 이른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는 ‘비혼 출산’에 대해서는 10명 중 3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방송인 사유리씨가 비혼 출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계 중심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매년 감소하는 혼인 수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혼인신고 건수는 23만9200건으로 전년 대비 7.2% 줄어 2012년 이후 8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비연애·비결혼·비출산 ‘3비 문화’
결혼·출산 개인 행복도 떨어뜨려
프리랜서는 육아휴직 그림의 떡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
아이 안 낳는 게 사회문제는 아냐

출산 지원금만으론 육아 불가능
경쟁·평가하는 문화 바뀌어야

중앙SUNDAY는 3비 중 적어도 하나를 실천하는 20~30대 남녀 5명을 지난 19일 만났다. 그들에게 ‘다수의 삶’과 다른 인생을 사는 진짜 이유를 물었다. 이재황(38)씨, 유영(33)씨, 김다이애나(33·가명)씨, 박민수(31·가명)씨, 김가령(25)씨가 3비를 택한 이유는 각기 달랐다. 그러나 그 생각의 뿌리에는 희망을 찾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현실이 똬리 틀고 있었다.  
  
결혼·출산 스트레스, 행복감 낮춰
 
3비를 택한 이유가 가장 궁금하다.
▶박민수(이하 박)=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애를 많이 했다. 그런데 연애를 하면 할수록 비혼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 서울 생활을 할 당시 아무도 안 만나고 일만 했던 적이 있는데 감정적으로 아무렇지 않더라. 사회적 구조 이유보다는 성향으로 결정한 측면이 크다.

▶김가령(이하 김)=비혼, 비출산을 다짐한지 얼마 안 됐다. 결혼은 두사람이 사랑해서 하는 것인데 개인의 감정을 제도적으로 묶는게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전략적으로 제도권에 포섭당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비혼을 선언하고 있다. 인간적으로 외로움을 느낀다면 친구나 가족을 통해 충족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결혼을 통해 해소해야 할까.

▶유영(이하 유)=우리 부부는 맞벌이다. 한 사람의 스케줄에 두 사람이 묶이는 상황이 잦아졌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아이를 한번 유산을 했다. 아이를 한 번 잃고 나서부터 자식이란 존재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꼭 가져야 할까, 낳으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등등. 남자인 내가 봐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남성중심인 사회다. 이런 구조에서 아이를 낳는 대신 우리 둘이 행복하게 살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김다이애나(이하 다)=20대 초반 때부터 일찌감치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비혼이란 개념이 지금처럼 보편화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주변에는 비혼자들이 많았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이런 삶, 저런 삶이 있을 수 있구나를 어린 나이에 깨닫게 됐다. 또 어려운 가족 형편을 겪으면서 내가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관계를 추가로 맺고 나 자신을 더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이재황(이하 이)=다이애나님 말처럼 내가 관계를 설정하면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근데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땐 그 유한한 에너지를 일에 거의 다 쏟아붓게 되더라. 자연스럽게 책임 부담이 큰 것부터 점점 포기하게 됐다. 순위를 매겨보니 1번이 출산이고 2번이 결혼, 3번이 연애 순이었다. 
 
그래픽=이은영 기자 lee.eunyoung4@joins.com

그래픽=이은영 기자 lee.eunyoung4@joins.com

결혼과 육아 지원 시스템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 그래서인지 기성세대는 젊은 층의 비혼, 비출산 분위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박=기성세대들은 시스템이 이렇게 잘 갖춰졌는데 왜 아이 안 낳냐, 젊은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빠졌다. 결혼과 출산은 엄청난 스트레스고 개인의 행복 만족감을 낮춘다. 우리 사회 교육열만 봐도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나. ‘쟤는 어떤 학교에 갔대, 또 다른 쟤는 어떤 아파트에 산대’라는 식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며 살고 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살아야 하는 문화와 인식은 시스템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김=객관적으로 시스템은 많이 좋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느끼는 안정적 사회와 우리 세대가 느끼는 안정적 사회의 기준이 너무 다르다. 국민 생활 수준은 높아졌으나 불평등을 비롯한 각종 사회문제는 더 심해지지 않았나. 내 집 마련이 일생일대의 목표인 사회에서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데 배우자와 자녀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결혼은 당연히 선택지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민수님 말에 동의한다.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한국 문화는 항상 경쟁적이고 평가하고 사람에 대한 기준치도 굉장히 높다. 노력하다가 지치고 노력하다가 지치고를 반복한다. 비혼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사용한다는 건 결국 더는 남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신호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다=각종 출산 장려 정책이 있는데 왜 젊은 층이 반응하지 않으냐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육아 휴직은 사실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만 쓸수 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논의에서 제외 대상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에게 지원금이나 다른 디테일한 지원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국가 정책이 내 생활에 못 들어오니 젊은 세대 중심으로 ‘국가가 나에게 뭘 해줬냐’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전체적인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얼마나 많은 사람의 혜택을 받고 있는지다. 그게 곧 공평성 문제와 연결된다.

▶유=갈수록 기계화되고 자동화되고 있는 사회다. 높은 인구밀도 탓에 사회적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장기적으로 꼭 ‘사회 문제’로 연결되는 건지 싶다. 다이애나님 말처럼 결국 공평성 문제다. 아이가 살아가는 사회는 더 경쟁이 심해지고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은 회복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아이들이 같은 사회를 살아가더라도 서로의 삶은 180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 아닌가.
  
차라리 인구 절벽서 살아갈 방법 찾아야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흔히 ‘경제적’ 이유로 3비를 택하는 사례가 많다. 수입만 보장되면 3비의 대세를 꺾을 수 있을까.
▶이=당장은 나 자신이 부유하게 살더라도 당장 10년, 20년 뒤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 생존 말고 남의 생존까지 걱정할 여유가 있을까.

▶박=나라에서 아이 낳으면 얼마 주겠다 하는데 지극히 임시방편이다. 막상 아이를 낳아 키우면 자식에게 들어가는 돈이 몇 억씩 들지 않나. 그 많은 돈을 나라에서 다 보장해주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돈이 풍족하더라도 부모와 자녀의 유대가 완벽하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갈수록 여러 사회 문제로 가족의 붕괴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무조건 결혼해라 아이 낳으라고 등 떠미는 건 무책임하다.
 
‘현재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결국 고령층 부담은 우리 세대에게 돌아올 것’이란 주장도 있지 않나.
▶이=그렇다고 내가 지기 싫은 짐을 남에게, 우리 이후 세대에게 떠넘기란 말인가.

▶다=우리 나이대에는 연금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너무 웃긴 말이라고 생각한다. 연금 못 받을 걱정 하면서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낼까를 고민하는 사회 분위기를 과연 우리 아이들이 희망적이라고 느낄까.
 
이른바 ‘비혼세’도 일부 거론되는데.
▶김=유럽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규정하는 ‘정상 가족’이 벗어난 범위의 형태도 하나의 가정으로 인정하고 제도권이 지원에 나선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내 비혼세 도입은 1인 가구에 재정부담 형식으로 페널티를주는 거로 밖에 안 보인다.

▶다=내가 생활한 독일은 이미 유사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민이 그 제도에 대해 크게 반발심을 갖지 않는다.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불합리하지 않다고 사회적으로 공감한다. 그렇다고 독일 제도를 무조건 따라서 실천하기엔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으니 우리 사정에 맞춰 바꿔야 할 것 같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대책으로 비혼 출산, 이민자 유입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인구 유지를 위해 외국인을 받아들이자는 발언은 굉장히 인종차별적인 것 같다. 이민이 오고 가는 것은 세계화에 따른 흐름인 것이지 해결책 차원으로 외국인을 이용하는 건 1차원적 사고방식이다. 인구가 줄어든 만큼 세금 내고 그만큼 인프라를 유지하면 될텐데.

▶이=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가 외국인을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받아들이고 관리한다는 전제가 필요할 것 같다.

▶다=그럴 경우 극단주의 사상이 제일 걱정된다. 다른 종교, 다른 계파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문제를 겪는 나라 모습을 지켜봐 왔다. 정부 차원에서도 쉽게 문화를 개방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와 같은 맥락 아닐까.

▶유=해외 유입자를 받아들인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인구 감소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상황이다. 차라리 국가가 인구 절벽을 빨리 받아들이고 이 상황에서 살아갈 방법을 강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관련기사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