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우 사회 에디터
정부의 현실 부정이 시장을 흔들어
실패 인정한 대통령, 대책 내놓을까
인지부조화는 지난해 6·17 대책에서 절정을 이뤘다. 종부세를 더 강화하고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상승폭 5%로 제한), 계약갱신청구권(계약 종료 후 2년간 더 살 권리)을 도입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고가 주택 주인들이 세금 인상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임대차 3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7월 30일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값이 급등했고, 오른 전세는 매매가를 자극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을 비웃는 작전세력이 있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어떤 정책도 뒷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급등을 전적으로 정부 탓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변화가 시작되는 것일까.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투기 차단에 역점을 두었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그 원인으로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61만 세대가 늘어난 점을 꼽았다. 중과세와 규제만 언급하던 과거와는 달리 ‘특단의 공급대책’과 이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를 대책으로 언급한 부분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기존의 투기억제 기조와 공공 주도의 역세권 고밀도 개발을 유지하겠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시민들이 원하는 ‘역세권 대단지 신축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대신 원룸형 임대주택만 잔뜩 짓겠다는 얘기 아닌가. 다주택자를 마녀로 몰고, 실수요를 투기로 몬 결과가 지금의 아파트값 급등, 전세 대란을 불러왔다는 아픈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설 전에 내놓는다는 특단의 대책은 또 하나의 공염불이 될 것이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