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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팔아 협상” 생생한 외교 비망록

자존과 원칙의 힘

자존과 원칙의 힘

자존과 원칙의 힘
조태열 지음
나남
 
시인의 아들이 외교관이 됐다. 40여년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활약했다. 은퇴 후 자서전을 펴냈다. 조태열 전 주유엔대사의 『자존과 원칙의 힘』이다.
 
저자는 청록파 시인 조지훈 선생의 막내아들이다. 1979년 외교부에 입부한 뒤 통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책의 제목이 비장한 데는 이유가 있다. 6·25의 참화를 딛고 중견국으로 성장하는 가시밭길을 걷는 국가의 외교관에게 가장 필요한 두 가지가 자존감과 원칙이어서다. 강대국의 ‘후려치기’(234쪽) 전략에 때론 맞받아치고 때론 꾀를 내야 하는 게 중견국 외교관의 숙명이다.
 
공직자의 자서전이 재미있기는 어렵다. 자기 미화 또는 타인 비난의 덫에 빠지기 쉽기 때문인데, 이 책은 예외다. 통상외교의 생생한 뒷얘기를 비교적 담담하고도 세밀하게 묘사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한·미 FTA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대통령의 뚝심을 협상 카드로 활용했던 일화(318쪽)나,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현종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의 협력관계(322쪽) 등이 특히 눈길을 잡는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한국의 협상 전략을 흘린 내부 밀고자 일화부터, 흑백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정치 지형이 국익에 얼마나 불리한 환경을 제공하는지도 역설했다.
 
자신의 부족한 점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은 이 책의 미덕이다. 주니어 외교관 시절 한국을 무시하는 미국 협상 대표에게 격하게 반응을 했다가 후회했던 내용(123쪽) 등이다. 차관 시절의 숨 가쁜 외교현장 이야기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저자가 “대부분 아직 진행형이므로 (중략) 훗날을 기약”한다고 적은 데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필력을 물려받았는지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교관을 두고 ‘파티에서 와인 마시며 영어로 농담이나 주고받는 존재’라고 폄하하는 시선이 있다. 외교관들이 와인으로 상대국 외교관의 마음을 무장해제하고 농담을 통해 정보를 하나라도 득한 뒤, 파티에서 돌아와 밤을 새워가며 전문을 쓰는 이유가 국익이라는 점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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