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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고 다채로운 현대건축

도시의 깊이

도시의 깊이

도시의 깊이
정태종 지음
한겨레출판
 
유토피아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우리 곁에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개념이 익숙하다는 거다. 그런데도 책의 저자 정태종씨가 내린 정의는 새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사회에 반하는 가치를 갖는 세계이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완벽한 세계.”
 
현실에 ‘반(反)한다’는 대목 말이다. 그렇다면 헤테로토피아는? 다시 정씨에 따르면 “다락방, 인디언 텐트, 목요일 오후 엄마 아빠의 침대, 거울, 도서관, 묘지, 사창가, 휴양촌” 등이 헤테로토피아들이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일상의 장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환기의 장소,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현실화된 유토피아를 뜻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제안한 개념이란다.
 
네덜란드의 건축 그룹 MVRDV가 설계한 암스테르담 워조코 공동주택. [사진 한겨레출판]

네덜란드의 건축 그룹 MVRDV가 설계한 암스테르담 워조코 공동주택. [사진 한겨레출판]

이 대목에 ‘반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이력도 매력적이다. 정씨는 치과의사 개업의였다. 주어진 삶을 따라 살던 데서 벗어나 처음 혼자서 무언가를 결정한 게 건축공부. 취미에서 그친 게 아니라 미국의 사이악,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건축공부를 하고 돌아와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현재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삶의 행로가 통째로 뒤바뀐 것이다.
 
이런 정씨에 따르면 현대건축은 철학·사회학·미학·물리학·생물학 등의 원리를 가져다 접목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건축가는 다양한 학문자락에 손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 대해 건축계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융합’ 현상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씨의 헤테로토피아 소개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헤테로토피아뿐 아니라 철학 갈래인 현상학과 구조주의, 복잡계 물리학 이론을 활용하는 건축 흐름인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 첨단 건축에는 이런 게 있단다!) 등을 각각 한 장으로 구분한 다음, 이것들에 들어와 있는 ‘다양한 학문자락’ 이론의 흔적, 이런 경향에 속하는 현대건축의 실제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뭔가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실제 책의 속살은 다양한 사례 소개로 채워져 있다. 내용이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오히려 책 제목과 달리 깊이가 부족해 보일 정도다. 다이어그램·폴리 등 보통 사람에게는 생소한 건축학 개념을 거론하면서 설명이 부족해 읽는 이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수고를 하게 만든다.
 
다시 저자를 돌아보자. 정씨는 건축을 배우는 제일 좋은 방법은 실제 건물을 찾아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믿는다. 또 사랑 가득한 건축 공간의 품에 안겨 마치 애정 부족인 사람처럼 몇 시간이고 빈둥거리는 일을 좋아하는 애정과다인 사람이다. 그럴 때 헤테로토피아가 아닌 건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책은 건축지상주의자의, 비판자이기보다는 찬탄자의, 세계 건축 예찬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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