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주가는 표와 직결’…정치, 개미군단에 휘둘린다

증시의 정치화

10대부터 6070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14일 기준 3617만2217개다. 전체 경제활동인구(851만 명)보다 많다. 주식 초보를 뜻하는 이른바 ‘주린이(주식+어린이)’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직원은 “객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삼성전자를 찾아가야 하느냐고 묻는 초보 투자자가 심심찮게 눈에 띤다”며 달아오른 분위기를 전했다.
 

개인들, 코스피 3000 돌파 주도
공매도·대주주 요건 강화에 민감
정부·여야, 오락가락 정책 행보

정치 논리에 좌우되면 후유증 커
일관성 해치고 시장 왜곡 가능성
“정책을 정치로 해석해선 곤란”

이러다 보니 지난해 초 10조원대던 하루 주식 거래대금은 현재 40조원이 넘는다. 시중의 돈이 증시라는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어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석 달간 10조원 감소한 반면, 개인의 주식 투자는 13조4540억원(코스피·코스닥 합산) 늘었다. 특히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칠까 빚을 동원해 패닉바잉을 부추기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는 올해 들어 2배 이상으로 늘었고, 증권사 신용은 역대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빚까지 동원한 개인의 자금력은 역대 어느 때보다 막강하다. 지난해 3월 23일 이후부터 지난 20일까지 개인은 국내 증시에서 총 57조824억원(코스피·코스닥 합산)을 순매수했다. 그 사이 기관·외국인은 52조2380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들, 포털·청원 통해 목소리 높여
 
모든 세대가 증시에 뛰어드는 모양새지만 특히 2030 세대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부동산 시장을 보며 ‘지금 같은 기회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증시에 매달리고 있다. 프리랜서 작가 신지수(36)씨는 “3월로 예정했던 결혼식을 9월 이후로 연기하고 혼인신고만 3월에 한다”며 “결혼식·신혼여행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택구매를 위한 종잣돈 마련 목적에서다.
 
증시 저변 확대는 나라 경제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현상이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돕는 자금줄이 탄탄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의 경고처럼 증시가 단기간에 너무 빨리, 가파르게 올라 조정 또는 하락 때 손실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특히 빚투(빚으로 투자)에 나선 개인이라면 폭탄 돌리기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증시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개미군단도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다 보니 증시 관련 제도나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여기는 공매도 재개, 대주주 양도세 부과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개미군단은 포털 댓글이나 유튜브, 청와대 청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4월 재보선, 내년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를 앞둔 정부와 여야도 이런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경제 문제를 정치 논리로 풀려다 후유증만 남긴 사례가 많지만 ‘증시 투자자=표’인 구도에서 개미군단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시 관련 문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하는 ‘증시의 정치화’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 부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려다 여론의 반발에 밀리자 시행 시점을 2023년으로 미뤘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금지한 공매도 재개 여부가 화두다. 원래 일정 대로라면 3월 15일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 그러나 여당 의원은 물론 총리까지 나서 압박을 가하자 공매도 재개의 키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결국 공매도 재개 강행 입장을 번복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8일 “2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의원들의 의견도 청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야당 측은 “여당이 4월 재보선을 겨냥해 공매도 재개를 막고 있다”고 반발한다.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매도는 매도자가 수익을 실현하려면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기 때문에 대중의 우려만큼 증시에 큰 악영향은 없다”며 “여당은 주가에 좋으면 선이고 나쁘면 악이라는 식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공매도 개선 법안을 통과시키고, 전산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실무 작업을 벌이고 있어 정치 논리가 개입될 여지는 없다”며 “정책을 정치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표심을 겨냥한 정치권의 개입은 그게 정책이든 정치든 결과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스피 상장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를 조기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 행위로 볼 수 있다. ESG 공시는 이익공유제 시행을 위해 둔 포석이며, 이 대표가 관련 어젠다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혀서다.
  
“여론 이끌어 가는 정치 리더십 필요”
 
문제는 증시를 비롯한 경제가 정치 논리에 좌우되면 후유증이 더욱 크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정권 후반기에 증시 부양을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정책 자금을 쏟은 게 대표적이다. 성장 둔화 여파로 1989년 말 종합주가지수가 16% 하락하자 청와대는 2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기금을 동원하도록 했다. 그마저 여의치 않자 정부는 투신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결국 한국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했다. 투신사의 은행 빚만큼 융자해주는 2조9000억원 규모의 ‘한은특융’을 단행한 것이다.
 
최근 대주주 양도세 부과나 공매도 재개 등 증시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증시와 실물의 괴리가 클 때는 정치 논리의 개입 탓에 시장의 변동성만 커질 수 있다. 이종훈 iGM컨설팅 대표는 “여당은 표심을 염두에 두고 경제 정책을 펴고 있고, 야당도 역풍을 맞을까 끌려가는 모양새”라며 “국가 경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때론 여론과 다른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공매도 솜방망이 처벌, 선진국은 최대 징역 20년형
지난해 12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로 공매도 규제가 일부 강화됐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문제를 제기한다. 금융위는 19일 올해 업무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매도 제도 개선 계획도 밝혔다. 올 상반기 중 개인 대상의 주식 대여 물량을 확보하고, 차입 창구 제공 등으로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직전 체결가 이하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인 ‘업틱룰’ 면제 폐지도 검토한다. 무차입 공매도 점검 주기는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주식 대출 거래) 정보의 의무 보관기간(5년)을 도입하는 등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하위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최대 주문금액까지 과징금 부과, 1년 이상의 징역형 등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평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선진국의 불법 공매도 처벌 기준은 최대 20년의 징역형, 부당 이득의 10배 환수”라고 지적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공매도는 여전히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한 제도”라며 “개인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현재 개인의 경우 잔고가 20억원 미만이라면 대차거래를 할 수 없다. 잔고가 20억원이 넘어도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가 제한적이고 이자율도 높은 편이다. 이런 탓에 국내 증시의 개인 공매도 비중은 1%대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공적 성격의 별도 금융사를 만들어 개인에게 주식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 증시의 개인 공매도 비중은 25%선이다. 정보의 불균형 문제도 여전히 제기된다. 공매도 총량 외 대차기간 등 개인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서다.
 
다만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꿔도 자금력과 결집력에서 기관·외국인에 밀릴 수밖에 없는 개인의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병연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동등한 참여 기회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공매도 투자 기법에 익숙하지 않은 개인들이 하락장에서 공매도에 적극 나섰을 때 얼마나 득을 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래서 공매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개인들도 적지 않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관련기사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