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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남은 문 대통령, 욕심 버리고 ‘정책 하자 보수’ 필요

임기 말 대통령 리더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들은 20명만 현장에 참석하고, 100명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번호표를 들어 질문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들은 20명만 현장에 참석하고, 100명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번호표를 들어 질문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은 형식이 새로웠으나 남는 게 없었다. 그나마 문 대통령의 의지를 내비쳤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부분이다. 그는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했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윤 총장이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지 갈림길
평가는 자화자찬으로 되지 않아

외교·안보는 지속 가능성 염두
다음 정권 부담될 대못 박기 안 돼

부동산 정책 등 실패, 정부 내 갈등
야당 같은 비판자 눈으로 성찰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세력과 윤 총장의 갈등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년 내내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정부 내 갈등을 방치해 놓고 그걸 ‘민주주의’라고 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디에 있나.

 
그는 또 신년사에서 “2021년은 우리 국민에게 ‘회복의 해’, ‘포용의 해’, ‘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나. ‘도약’이라는 게 가능한 목표인가. 감동은커녕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

 
실패한 정책에 대해서도 사과가 없었다. 주택 공급 부족 책임만 해도 이전 정부, 세대 수 증가라는 이상 현상 탓으로 돌렸다. 대통령은 시사 평론가가 아니다. 임기가 4년이나 지났다. 충격적인 부동산 대책을 24번이나 쏟아냈다. 그런데 아직도 ‘남 탓’이다. 이전 정부 탓, 코로나 탓, 이제는 세대 분리한 국민 탓인가.

  
5년 단임제, 정부 간 단절 심각
 
임기 1년여를 남겨놓은 시점은 기로다. 어떤 대통령으로 남느냐가 결정된다. 역대 대통령들을 보면 이때 급격히 추락한 경우가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14년 1월 14일 벤처 비리에 대한 사과로 연두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월 7일 신년기자회견 때만 해도 기세등등했다. 그렇지만 1월 말 한보철강 부도와 2월 아들 현철씨 구속으로 이어지면서 사과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특히 5년 단임제에서는 정부 간 단절이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 경제’로 포장을 바꿨다.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사람은 써도 이명박 정부 사람은 외면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에서 백담사로 갔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을 파헤쳤다.

 
특히 대치 중인 북한 문제, 외교 문제에서 이런 단절은 엄청난 국익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4년 중임제인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트럼프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단임제 정부는 오죽하겠나. 미련을 버려야 한다. 제도를 바꾸기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1년 전인 2007년 신년회견에서 “제가 임기 말에 ‘이것만은 꼭 해야지’ 하는 것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색깔이 없는’ 정책에 협조하자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4대 과제, 4대 행사’로 제시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선거 관리, 그 외 계속 사업들이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 어려운 시기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벌써 서울 시장·부산 시장 보궐선거전에 돌입했다. 그게 지나면 바로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 국면에 들어간다. 현직보다 차기의 시간이다.

 
남은 기간 무엇을 할지 정리해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남은 임기에 마칠 수 있는 일인가.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 가능한가. 돌아보며 ‘하자 보수’할 시간이 필요하다.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자화자찬으로는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낸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치적을 자랑한 뒤 개인 별장으로 떠났다. 얼마나 공허한 자화자찬인가. 평가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주류는 86세대다.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임기 후반으로 오면서 반민주 논란이 계속됐다. 시민운동 내부에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최장집 교수 같은 원로 학자도 우려했다. 야당 시절 비판해온 다수결 절대주의에 빠졌다. 그 출발이 연동형 선거제도, 다원주의를 짓밟은 것이다. 군소정당들을 속여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고는 돌아서 뒤통수를 쳤다. 그렇게 얻어낸 다수 의석을 국민의 지지인양 위세를 부리며 국회를 통법부로 만들었다.

  
86 민주화 세력과 파시즘 논란

 
21일 공수처가 출범했다. 이것으로 검찰 개혁이 완성되었나. 왜 교수들은 ‘아시타비’(我是他非·내로남불)를 지난 연말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을까. 범죄 수사가, 재판이, 죄의 유무가 아닌 어느 편 사람인가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어, 지난 4년간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겨냥했던 일이 반복된다면, 그때도 박수를 보낼 수 있겠나. 야당일 때를 생각해서라도 지나친 부분은 바로잡아놓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도 “2020년과 올해의 경제성장을 합쳐서 코로나 이전으로 이렇게 회복할 수 있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고 자랑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했을까.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는 얼마나 지속될까. 그런 허수를 포함해도 바닥이다. 핵심 정책들은 임기 내내 우리 사회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왔다. 탈원전 정책은 결국 전기료 인상으로 가고 있다. 다른 산업에 전가되는 고통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다음 정권이 어떤 부담을 떠안건, 산업이 어떤 타격을 받든 임기만 넘기면 그만인가. 월성 1호기 폐기뿐 아니라 허가를 받았던 신한울 3, 4호기 공사도 중단됐다. 인력이 빠지고, 산업기반이 무너졌다. 그런 정책이 계속될 수 있나. 원점으로 돌아간들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건가.

 
외교정책은 임기 말에 다시 판을 짜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제자리다. 시간만 보냈다는 건 엄청난 뒷걸음질이다. 위안부 합의를 뒤집어 임기 중 무엇을 만들었나. 추문 이외에 다른 게 있었나. 이전 정부 결정으로 돌렸어야 할 사드는 굳이 긁어 부스럼이다. 뭐가 달라졌나. 임기 중에 무얼 했나. 미국과는 신뢰가 높아졌나, 실리를 얻은 게 있었나. 평양에서, 판문점에서,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국제무대의 정상적인 지도자로 부각시켜주고, 남은 것은 핵 위협, 대륙간탄도유도탄(ICBM), 잠수함발사탄도유도탄(SLBM)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연두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추진을 부인했다. 그런데 임기를 겨우 4달여 남겨 놓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길고 긴 계약서에 서명했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대못 박기는 공허하다. 다음 정권에 부담이다. 대북 문제, 외교는 초당적이어야 한다고 여야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말뿐이다. 이제라도 욕심을 비워야 한다. 어떤 대통령으로 남을지 한 번쯤은 비판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리만 하는 데도 남은 시간이 모자란다.
 
역대 대통령 마지막 1년, 측근 비리·레임덕 되풀이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 1년은 극적이다. 국민 관심은 현직보다 차기에 쏠려 있지만, 넋 놓으면 큰일 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임기를 3개월 앞두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대부분 이때 측근 비리가 터지고, 레임덕에 빠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연두 기자회견을 한 지 며칠 만에 카메라 앞에 다시 나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아들 현철씨가 한보 비리 관련해 구속됐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 ‘홍삼 트리오’(아들 삼 형제)로 망신당했다. 온갖 게이트에 연루돼 임기 중에 아들을 구속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님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 형 건평씨에겐 ‘봉하대군’, 이 전 대통령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겐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별명이 붙었다. 건평씨는 남상국 사장의 자살 사건 외에도 비리에 연루돼 실형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자마자 부인과 아들에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이 수억 원 넘어간 혐의가 포착돼 본인이 직접 조사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회고록 『운명』에서 ‘표적 사정’이라고 비난했지만,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다 내 책임이다” “가족들을 단련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사건의 실마리가 나온 경우다. 그러나 제때 정리하지 못해 부담이 더 커졌다. 이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제기된 의혹으로 퇴임 후 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3년 차에 정윤회 사건으로 실마리가 불거졌지만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정권 말기에 칼을 뽑는 검찰을 ‘정치검찰’이라고 비난한다. 그렇다고 덮으라고 요구하는 건 본말전도(本末顚倒)다. 임기 말 정권이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한다면 더 큰 부패와 비리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김진국 중앙SUNDAY 고문 kim.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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