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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없는데 ‘감염병 전담’ 일방적 행정명령”…서울시 “협의할 것”

서울시가 요양이 필요한 환자의 코로나 치료와 돌봄 서비스를 병행하도록 기존 요양병원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의 대화에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시는 허가 병상의 1%를 코로나19 격리해제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서울지역 요양병원을 상대로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현장에선 “의료인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데도 협의조차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일방적 행정명령” 반발에…서울시, “2차 협의”

18일 오전 서울시가 시내 첫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한 강남구 '느루요양병원'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근무자들이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시가 시내 첫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한 강남구 '느루요양병원'에서 열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근무자들이 방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대한요양병원협회, 감염내과 전문의, 요양병원 병원장과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 문제에 대해) 21일 함께 협의했다”며 “19일 1개소(68병상)가 개소한 데 이어 2개소(359병상)를 더 운영하기 위해 관련 병원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에 따르면 21일 협의는 지난 5일 서울시의사회, 서울시병원협회 등의 협의 이후 열린 ‘2차 회의’ 성격이다
 
서울시가 협의를 강조한 건 그간 “요양병원 측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됐다”는 반발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서울지역 1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허가 병상의 1%를 코로나19 격리해제자 병상으로 제출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각 요양병원은 22일까지 병상확보 계획을 제출해야 했다.
 

코로나 치료 후에도 요양병원 못 돌아가는 환자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코로나19 격리해제자의 가족이 ″갈 곳없는 요양병원 코로나 격리해제자를 도와달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코로나19 격리해제자의 가족이 ″갈 곳없는 요양병원 코로나 격리해제자를 도와달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서울시가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을 추진하는 건 기저질환ㆍ고령 등으로 돌봄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격리해제자가 있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 한 격리해제자의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갈곳없는 요양병원 코로나 격리해제자를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은 또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음성이 나와도 (요양병원에) 입원을 못 한다고 한다”며 “환자가 아니라면 산속에서라도 자가격리를 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24시간 병간호가 필요한 환자다. 제발 이번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로 ‘코로나 주홍글씨’가 박힌 가족과 어머니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인력·시설부족에…‘감염병 전담’ 선뜻 못 나서는 요양병원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병실 거리두기를 위해 환자를 옆 건물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병실 거리두기를 위해 환자를 옆 건물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요양병원 측도 사정은 있었다. 요양병원엔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 데다 기존 돌봄 서비스에 코로나19 치료를 병행하려면 인력과 시설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진은 코호트(동일집단)격리된 상태에서 시설 미화, 환자 이송 등 업무까지 맡아야 하고, 간병인이 구해지지 않을 경우 돌봄 서비스까지 도맡아야 해 피로도에 관한 우려도 있었다.
 
박유미 국장은 “처음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운영하고자 할 때 의료인력 등에 대해 많은 분이 부담을 갖고 있다”며 “의료진이 이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집단감염이 발생해 의료진의 코호트 격리가 끝나지도 않은 채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을 통보받은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인원·교육 지원…요양병원 확진 4단계 관리”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박유미 방역통제관이 서울시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박유미 방역통제관이 서울시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요양병원 측과) 협의해나가면서 풀어나갈 생각”이라며 “19일 개소한 강남 느루요양병원의 경우 개소 전 환자를 소산하고 장비·시설을 배치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30명 가까운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염내과 전문의를 포함해 실제 환자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까지 마쳤다”며 “아직 운영 전인 2개 병원에 대해서도 이처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향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병원 ▶국립요양병원 ▶시설·장비가 확보돼 의지가 있으며 시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병원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요양병원을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①중증, 중등증 증상일 경우 ②무증상·경증이면서 돌봄 서비스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 ③확진자는 아니나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가 필요하며 돌봄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④코로나 격리해제 후 요양병원에 입원할 경우 등 4단계로 분류해 관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36조에 따르면 감염병 환자 등은 요양병원 입원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의료법 시행규칙 36조에 따르면 감염병 환자 등은 요양병원 입원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다만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지정은 의료법 위반 등 법적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문제는 남아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요양병원의 운영)에는 ‘감염병환자, 감염병의사환자, 병원체보유자 등은 요양병원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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