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숙 작가 수필집 『정확하고…』
음식 얘기로 어머니 10주기 추모
“치맛자락엔 늘 희미한 음식냄새가”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에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낸 호원숙 작가.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2/f311b3a6-6c4b-4b3f-8f30-97ab5cbba04c.jpg)
박완서 작가 타계 10주기에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낸 호원숙 작가. [중앙포토]
박 작가가 1988년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먹이던 만두도 나온다. 호 작가의 동생 원태씨는 25세에 사고로 사망했다. 호 작가는 책에서 “만두 박사가 없는데 무슨 재미로 만두를 빚나”하면서도 세밑이 되면 만두를 빚던 어머니를 묘사했다.
호 작가는 20일 전화 통화에서 “음식과 어머니에 관해 써 달라는 출판사 부탁을 받고 나서 음식 리스트를 쫙 써 내려 갔다”고 말했다. 그는 책 서문에 “어머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거의 다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썼다.
박 작가는 결혼해서 다섯 명의 아이를 낳은 후 마흔에 등단했다. 호 작가는 “일상에서 늘 음식을 차리셔서 가족을 먹이셨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어머니와 먹던 음식을 마주할 때마다 그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글이 연이어 떠오른다고 했다. 이번 책은 박완서 문학의 산증인인 딸이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서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추려낸 결과다. 호 작가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음식을, 어머니는 나보다 더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는 지금 존재하지 않으시지만 그렇게 글 속에 계신다”라고 말했다.
호 작가의 책을 비롯해 10주기를 기리는 도서가 잇따라 나왔다. 에세이 35편을 엮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문학세계사), 개정판으로 나오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웅진지식하우스), 중·단편 10편을 담은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 마지막 장편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 개정판 등이다. 호 작가는 “어머니의 글에는 많은 코드가 숨어있다. 아주 단순한 글조차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읽을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