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겨울 산을 오를 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후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을 향해 걷는 사람들. 대부분 아이젠·스패츠 같은 겨울 등산용품을 잘 갖췄다.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2/5870d957-578f-418d-b7e1-9c6b4df7ed27.jpg)
겨울 산을 오를 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후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을 향해 걷는 사람들. 대부분 아이젠·스패츠 같은 겨울 등산용품을 잘 갖췄다. [중앙포토]
면 내의 피해야
국립등산학교는 최근 유튜브에 ‘안전산행’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가장 강조한 게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다. 옷을 겹겹이 입는 걸 말한다. 거위 털이 빵빵하게 충전된 ‘헤비 구스다운 재킷’ 한 벌 챙겼다고 끝이 아니다. 속옷부터 재킷까지 용도에 따라 적절히 입어야 한다.
등산객이 의외로 간과하는 게 속옷(베이스 레이어)이다. 재킷은 고급 브랜드 제품을 입고, 속옷은 평소 입던 순면 내의를 그냥 입는다. 면이 땀 흡수는 잘하지만 배출엔 취약하다. 축축한 속옷을 입은 채 등산하면 체온과 컨디션이 떨어진다. 폴리에스터 소재가 속옷으로 적절하다. 그 위에 보온성 티셔츠, 거위 털 같은 충전재를 넣은 재킷, 방수·방풍 재킷을 차례로 입는 게 일반적이다.
안중국 국립등산학교 교장은 “해발 1000m가 넘는 백두대간 주 능선의 산들은 겨울에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기에 단단히 채비해야 한다”며 “사고 시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체온을 지켜줄 정도의 방한복을 추가로 준비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눈 덮인 산을 오를 때는 미끄럼 방지를 위해 아이젠을 꼭 착용해야 한다.
에어백 역할도 하는 큰 배낭
겨울 산행에는 배낭이 가벼울수록 좋다고 착각하는 등산객이 많다. 심지어 배낭 없이 1000m 넘는 산에 도전하는 이도 있다.

1000m 넘는 높은 산을 오른다면 여벌의 방한복과 비상식량 등을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큰 배낭을 준비하자.
2013년 선자령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70대 부부가 반면교사의 사례다. 이들은 방한 재킷을 챙겨왔는데도 거추장스럽다며 자가용에 남겨두고 산을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은 “겨울에는 방한복 말고도 비상식량, 따뜻한 물 등을 넉넉히 챙겨야 한다”며 “큰 배낭은 미끄러졌을 때 ‘에어백’ 역할도 해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대에는 대부분 가족, 친구끼리 삼삼오오 산을 오른다. 노련한 산행 리더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 준비가 더 철저해야 한다. 복장뿐 아니라 산행 코스, 날씨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도 기능을 갖춘 등산 앱을 잘 쓰면 요긴하다. 램블러, 트랭글,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이 대표적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일행이 있다면 무리하게 정상 등정을 밀어붙이지 말고 되돌아오는 편이 낫다. 안중국 교장은 “가이드나 리더가 있어도 겨울에는 조난 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며 “높은 산은 4월과 11월에도 저체온증을 앓는 등산객이 발생하니 방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