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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존의 문화산책] 외식이냐 배달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에바 존 서울프랑스학교 사서

에바 존 서울프랑스학교 사서

몇 주 전 유명한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인 ‘당근’을 시작했다. 정말 편리하고도 중독성 강한, 실용적인 앱이다. 여기서 아이들 방한복과 자전거, 와플 기계를 샀다. 춥고 힘든 코로나 시기를 지내기에 유용한 아이템들이다. 당근 앱이 무엇보다 좋은 건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내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줘서다. 한국어를 연습할 기회도 되고,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이뤄지는 짧은 접촉이지만 많은 이웃을 만날 수도 있다.
 

중고거래 앱 애용하고
카페서도 텀블러 쓰며
쓰레기 줄이려 애썼는데
코로나19가 태클 걸어

이 중고물품 가게의 성공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싸고 좋은 물건을 편리하게 살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중요한 건 환경 문제다. 모든 물건이 사용된 뒤 쓰레기통으로 던져지거나 폐기되지 않고 제2의 또는 제3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건 늘 내가 바랐던 일이다.
 
많은 이들처럼, 나는 종종 한국 수퍼마켓의 제품의 겹 포장에 충격을 받는다. 모짜렐라 치즈는 비닐에 싼 다음, 두 개(하나가 아니다)의 단단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싸여 있다. 사과는 알알이 비닐로 싼 뒤 스티로폼 완충재로 싸고, 다시 플라스틱으로 포장한다. 비록 한국의 재활용 쓰레기 분류 시스템이 프랑스보다 낫고 체계적이긴 하지만, 나는 쓰레기양을 적게 배출하는 것이 쓰레기를 잘 분류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 재활용으로 분류된 쓰레기 중 실제 재활용되는 건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을 볼 땐 되도록 포장되지 않은 과일, 야채를 사려고 노력한다.
 
2018년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면서 한국의 환경 활동가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그들은 외국인들의 서울 생활을 돕는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서울 서초구)의 지원을 받아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등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의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장. [뉴스1]

서울 시내 한 아파트의 플라스틱 쓰레기 분리수거장. [뉴스1]

벼룩시장도 몇 차례 열었고, ‘쓰레기 제로’ 운동의 선두 주자 중 한 명인 프랑스 블로거 베아 존슨(Bea Johnson)을 초대한 콘퍼런스도 마련했다. 존슨과 그의 가족은 1년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양을 병 하나에도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줄였는데, 이를 실천하는 생활 팁을 우리에게 전해줬다. 그때가 2019년 봄이었는데, 존슨이 일러준 많은 ‘간단한 팁’들을 이곳 서울에서 적용하는 것은 간단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포장 없이 벌크로 판매하거나 리필 서비스(refill station)를 하는 곳을 찾기는 정말 쉽지 않아서다.  
 
2년이 지난 요즘 쓰레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진 듯하다. 흔하진 않지만 ‘쓰레기 제로’를 표방하는 가게들이 서울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고,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는 손님들에게 할인 등 혜택을 주는 카페나 빵집들도 늘고 있다. 대형 마트들은 리필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줄이자는 게 주된 목적은 아니지만, 앞서 언급한 당근 마켓처럼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모바일 플랫폼 시스템도 번성하고 있다.
 
지난달 환경부는 향후 5년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20%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대 포장이나 (재활용이 힘든) 색깔 있는 페트병이나, 일회용 컵,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1년 전 닥친 코로나19사태는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매일 수백만 개의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다. 빵집에선 개별 포장된 빵들을 주로 팔고 있고, 식당과 학교에선 합성수지 유리로 만든 비말 차단 가림막들이 설치됐다. 카페에선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다시 사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나는 마치 ‘페스트’와 ‘콜레라’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선택할까 하고 고민하는 듯한 나를 발견하곤 한다. 요리할 시간이 없을 때,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들과 외식하러 가야 할까, (음식 포장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까 하는 식이다. 고품질의 일회용 마스크를 착용할까, 아니면 환경 파괴 없는 천 마스크를 몇 번이고 계속 사용할까 하는 고민도 있다. 다행히 마스크 문제에선 창의적인 해결 방안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일부 자선 단체와 예술가들이 마스크를 재활용해 소파나 수분충전 화분으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더 많은 프로젝트가 온라인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코로나바이러스가 쓰레기 감축 노력을 방해할지라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테니 말이다.
 
◆에바 존(Eva John)
프랑스인으로 2009년부터 한국에 살고 있다. 서울 프랑스학교에서 근무 중이며, 한국외대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주요 매체에 기고도 한다.

  
에바 존 서울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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