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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취임날, 북·미 회담 키맨 정의용을 외교수장에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참석한 문재인 정부 주요 외교 인사들. 왼쪽부터 당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참석한 문재인 정부 주요 외교 인사들. 왼쪽부터 당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신임 외교부 장관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을 지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는 권칠승 의원을 내정했다.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정 후보자는 평생을 외교안보 분야에 헌신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밝혔다. 또 “황 후보자는 뛰어난 정책 기획력을 발휘해 왔으며, 권 후보자는 현안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했다.
 

트럼프·김정은 중간 연락책 역할
바이든 “폭력배에 정당성” 부정적
싱가포르 합의 계승 엇박자 우려
문체 황희, 중기 권칠승 장관 내정

이날 개각이 발표된 3개 부처 중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 교체는 공공연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장수 장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번 개각에서도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여권 소식통은 “문 대통령도 끝까지 고민하다 거의 마지막에 결정한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변화에 맞춰 외교 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갸우뚱하는 반응이 많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과 주제네바 대사 등을 지낸 정 후보자의 전공은 통상이다. 정무적 차원, 특히 안보 분야에서의 대미 외교 경험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근무한 약 3년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정 후보자는 2018~2019년 이뤄진 남북·미 간 대화의 중심에 있었다. 2018년 3월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곧바로 워싱턴에 가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전한 게 정 후보자였다. 백악관에서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했다”며 직접 브리핑도 했다.
 
3개 부처 장관 후보자

3개 부처 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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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후 비핵화에는 전혀 진전이 없었고, 바이든의 안보팀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폭력배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미 소식통은 “워싱턴에서는 김정은이 트럼프를 속여 넘겼고, 한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강하다. 정 후보자가 그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정 후보자의 카운터파트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펴낸 회고록에서 “정 실장은 나중에 김정은에게 먼저 그런 초대(북·미 정상회담)를 하라고 제안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전했다. 당시 정 후보자는 “회고록은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가 외교장관이 되면 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바이든 행정부에 싱가포르 합의 계승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을 설득하는 게 주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핵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평가하며 “전반적 접근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대미 외교 과정에서 ‘싱가포르 선언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면 동맹 관계에서 부작용 발생은 물론이고 이번 인선이 애초에 미국이 아니라 북한을 더 중심에 두고 한 것이란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은 정 후보자 내정을 “북한과의 대화를 부활시켜 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2차장에 임명했다. 외교부 북미국장, 차관보 등을 지낸 신임 김 차장은 외교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미국통이자 북핵통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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