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관 던지고 출마 박영선
장관 던지고 출마 박영선
2018년 경선서 우상호와 대결
인지도 높지만 당내 기반 약해
스타트 먼저 끊은 우상호
정책 발표회만 벌써 5차례
조직력 있지만 인지도 열세
양보의 쓴 기억 안철수
“제1야당이 나와 싸우나” 불만
국민의힘 입당 요구엔 선 그어
사계절론 들고 나온 오세훈
“서울시정 알 만하면 1년 지나
인턴시장의 시행착오 안 돼”
짜장면론 내세운 나경원
“좌파 짬뽕과 섞는 짬짜면 안 돼”
전통적인 보수표심 공략 나서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한 뒤 오후 대전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 주재를 끝으로 장관 일정을 마쳤다. 회의 직후 청와대는 박 장관 사의 표명을 재가했다.
별도의 이임식은 없었다. 박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중기부 직원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다”는 소회를 밝혔다.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주 안으로 공식 출마 선언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박 장관과 우 의원은 2018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참여했다. 당시 승자는 시장 3선에 도전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었다. 박 장관 개인으로선 2011년 서울시장 경선 출마까지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스타트 먼저 끊은 우상호
뒤늦게 스타트를 끊는 박 장관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우 의원을 앞서고 있다. 반면 높은 대중 인지도에 비해 당내 조직력에선 열세라는 관측이다. 박 장관이 출마를 앞두고 서울 지역구 의원들과 릴레이 식사를 이어온 것도 이런 평가를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 최근 박 장관과 식사를 한 서울 지역구 의원은 “그동안 박 장관은 ‘센 언니’ 이미지였는데, 이번에 보니 의원들에게 음식을 덜어주는 등 아주 부드럽더라”고 전했다.

양보의 쓴 기억 안철수
다만 “지지율 반등을 위한 모멘텀이 많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 단일화만큼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이벤트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양자 대결인 만큼 결선투표를 할 수 없는 것도 흥행 저해 요소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부산 두 광역지자체에 한해 1위 후보자가 과반수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후보가 2명뿐인 서울에선 무용지물이다.
정태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우리 당 두 후보 모두 4선에 원내대표까지 역임했다. 치열한 정책 대결로 흥미진진한 경선을 보여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후보가 많을 뿐이지, 본선 대결에서 일대일 맞붙을 땐 우리 당 후보 경쟁력이 훨씬 셀 것”이라고 했다. 당 공천관리위원장인 김진표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박영선·우상호 두 후보는 대표적인 스타 정치인이다. 축구로 치면 ‘메시 대 호날두’의 격돌”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사계절론 들고 나온 오세훈
지난 13일 출마 선언한 나 전 의원은 자신을 ‘보수의 적자’로 내세우며 노선 투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른바 ‘짜장면론’이다.
나 전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좌파를 짬뽕, 우파를 짜장면에 비유하며 “(짬짜면을) 둘 다 먹고 싶다고 해서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서 섞어주지는 않는다.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다”고 했다.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선 “짜장면을 잘 만들면 중도층, 진보층도 ‘이야, 지금은 짜장면이 당길 때다’며 짜장면을 드실 것”이라고 했다. 짬뽕과 짜장면을 섞어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드느니 짜장면을 제대로 만드는 게 낫다는 뜻이다.

짜장면론 내세운 나경원
이처럼 보수 색채를 강조하는 나 전 의원의 ‘짜장면론’이 당내 경선에선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를 표방하는 안 대표와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오 전 시장보다 나 전 의원의 선명성이 전통적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야권 단일 후보가 돼 본선에서 중도층을 공략해야 할 땐 지금의 전략이 오히려 부담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보다 나흘 늦은 지난 17일 출마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은 ‘사계절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1년 사계절이 한 번은 지나야 ‘서울시정이 이렇게 돌아가는 거구나’란 걸 알 수 있다”는 게 오 전 시장의 말이다. 오는 4월 보선에서 당선될 경우 시장 임기가 1년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울시장 경험이 있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행정 경험이 없는 나 전 의원과 안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이다.
발언도 직설적이다. 오 전 시장은 출마 선언식에서 “빈사 상태의 서울은 아마추어 초보시장, 1년짜리 인턴시장, 연습시장의 시행착오와 정책 실험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오세훈에겐 다른 후보가 갖지 못한 재선 시장으로 5년 동안 쌓은 ‘시정 경험’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계절론’이 역공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선 서울시장이던 그는 2011년 서울시의회의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투표율이 개표 요건(33.3%)에 못 미치는 25.7%를 기록하자 사퇴했다. 이에 경쟁 후보들은 “사계절이든, 팔(8)계절이든 계속하지 왜 그만뒀느냐”는 비판을 하고 있다.
◆안철수 “왜 자꾸 무리한 요구 하나”=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용산구 이태원 상인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국민의힘에 경선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은 원내정당이고 많은 당원이 있다. 나는 공당의 대표”라며 “왜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뭐 때문에 안철수랑 싸우나”라면서 “각 당의 입장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