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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쌀때 실탄 확보하자”…뭉칫돈 몰리며 달아오른 회사채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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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은 지난 15일 연평균 1.3%대 금리로 20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액은 수요예측(사전청약) 때 보다 800억원 늘어났다. 지난 7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모집금액(1200억원)보다 14배 이상 많은 1조7000억원 매수 주문이 쏟아져 발행액을 늘린 것이다. 
 
두둑한 실탄을 확보한 GS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 중 1000억원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운영자금 중 일부는 GS퓨처스에 투자할 계획이다. GS그룹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세운 벤처투자사다.
 
주요 회사채 청약 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회사채 청약 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새해 들어 회사채 시장 열기가 뜨겁다. 기업의 사전청약마다 잇달아 수조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을 보유한 SK텔레콤 회사채가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수요예측 때도 경쟁은 치열했다. 1조17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5.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쏟아지는 러브콜에 SK텔레콤은 수요예측(2000억원) 때보다 1100억원 늘린 3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지난 15일 발행했다. 
 
우량 회사채로 손꼽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1600억원 목표로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1조7450억원 매수 주문이 쏠렸다. 청약 경쟁률로 따지면 10.9대 1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달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예상 발행액은 3조2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박태근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수요가 더 늘어나면 발행액은 5조2000억원까지 늘 수 있다”며 “(이대로 된다면) 1년 전 발행 규모(4조6000억원)를 뛰어넘으며, 회사채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회복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잇달아 성공한 데는 발행사(공급)와 투자자(수요)의 ‘입맛’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은 금리가 낮을 때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기업이 서둘러 발행한 회사채는 신규 운용자금을 손에 쥔 기관투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2%대 회사채 금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대 회사채 금리.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이유는 ‘싼 금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2.13%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초저금리 기조 속 시장 금리는 1년 가까이 2%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금리 상승 압력이 세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등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다. 금리 상승의 대표적인 신호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연 1.0%를 밑돌던 금리가 지난 6일 1%를 돌파한 뒤 지난 11일에는 연 1.15%까지 올랐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센터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회사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은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싼값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가 급격히 늘면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3년 만기 AA- 회사채 금리가 1.34%까지 떨어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이 싼값에 회사채를 발행할 기회”라고 말했다.
 
연초 효과와 맞물리면서 수급 상황도 좋다. 일반적으로 1월은 기관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신규 투자처에 자금을 푸는 시기다. 세계적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커지고 있다. 그 결과 풍부한 자금을 쥔 큰 손(기관투자자)들이 1%를 밑도는 국채(3년물 금리 0.95%) 대신 우량 회사채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또 기업이 발행하는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 채권도 기관의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기관이 환경과 사회 등에 대한 책임 투자를 중시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서다. 실제 기관투자자의 '형님' 격인 국민연금은 내년까지 전체 자산의 절반을 ESG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식채권 위탁 운용사를 선정ㆍ평가할 때 책임투자 요소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대박이 터진 곳이 최근 현대제철이 발행한 ESG채권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18일 총 2500억원 규모의 ESG채권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했다. 모집 금액을 8배나 넘는 2조700억원 뭉칫돈이 몰리며 인기몰이를 했다. 
 
다만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화하고 있다. 투자자가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회사채로만 몰리고 있어서다. 과거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고금리로 ‘완판’ 행진을 했던 BBB+ 등급의 회사채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은 지난달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곧바로 철회했다. 4%대의 고금리를 약속했지만 신용등급 BBB 등급의 투자 리스크에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채권 전문가들은 당분간 우량 회사채 위주로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태근 팀장은 “기관투자자들이 금리가 낮은 국채보다 우량 회사채로 몰리는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기관들은)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 이자 이익을 얻는(캐리) 수요로 장기보유를 선호해 단기간에 수요가 사라지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기 전까지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늘 수 있다”며 “여기에 절대 금리 측면에서 국채보다 회사채 투자 매력이 부각되면서 여름 전까지 회사채를 찾는 수요는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지현ㆍ윤상언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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