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수장 바뀐 SEC,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 기회 열리나

[출처: 셔터스톡]

 

전통 업종이든 암호화폐 업계든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의 철권 정책 앞에서 굴복한 사례는 적지 않다. 회계 조작으로 1억 8천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한 나스닥 상장사 중국 루이싱 커피에 이어 SEC와 6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투자자에게 12억 2천만 달러를 돌려주고 1850만 달러의 벌금을 낸 텔레그램도 그 사례다. 최근 리플은 SEC에 의해 기소돼 정면으로 맞서는 듯 싶었으나, SEC와 협의할 준비가 되었다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SEC는 기업의 생존과 발전은 물론 혁신 분야에서도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성장 중인 암호화폐 업계 입장에서 SEC는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폭탄과 같고 언제 누가 다음 타자가 될지 모른다”며 PA뉴스가 SEC 수장 교체 이슈를 1월 19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 대공황 시대에 탄생한 SEC, 이제는 암호화폐 시장 조준

'빠르고 정확하며 무자비한' 것으로 알려진 SEC는 미국 주식시장 개혁과 성숙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 1933년 이전에는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는 공식적인 법이 없었다. 때문에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각종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과 투자자 압박 등의 행위가 빈발하면서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만큼 혼란스러웠다. 당시 월스트리트에는 "내부자 거래는 투자에서 이기는 유일한 마법 무기"라는 말도 있었다.

 

1929년 10월 29일 미국 주식시장의 대폭락이 시작됐다. 10년의 대공황이 시작된 것이었고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은 치명타를 입혔다. 위기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1933년 미국 의회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페코라 청문회를 조직했다. 청문회에서는 미국 증시에서 소문으로만 나돌던 다양한 내부자 거래가 폭로됐다. 미국 의회는 증권 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을 차례로 통과시켰고 증권 규제 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SEC를 설립했다. SEC 자체가 미국 대공황의 산물인 셈이다.

 

의회가 승인한 독립 기관이자 미국 증권업계의 최고기관인 SEC는 다른 정부 기관의 간섭없이 준사법적, 준법적, 독립적인 법 집행 권한을 가지고 있다. SEC위원회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위원장은 5년마다 교체되며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의 인기로 SEC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는 신흥 시장에 속하지만 SEC는 증권법 규정을 변경하지 않았으며, 암호화폐 발행이 증권으로 분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약 75년 전 만들어진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하위 테스트는 주로 자본 투자가 포함되는지, 하나의 공통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는지,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를 하는지, 투자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지 여부 등 네 가지 측면에서 판단한다. 일단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면 해당 디지털 자산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어 미국 증권법에 의해 규제를 받게 된다. 본질적으로 SEC가 유틸리티 토큰으로 명시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기타 자산 모두는 기본적으로 증권형 토큰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하위 테스트를 통과하면 증권과 동일한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젝트가 발행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면 심각한 법적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SEC가 규제 지휘봉을 휘저으면서 암호화폐는 엄격한 증권화 감독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SEC는 법집행을 통해 총 43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거둬 들였으며 이 중 암호화폐 자산은 전체 금액의 약 10%를 차지했다. 2020년 SEC는 715회의 조치를 통해 총 46.8억 달러의 벌금과 불법 이익금을 환수했다. 그 중 25% 이상의 벌금(투자자에게 반환된 12억 달러 포함) 모두가 ICO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 SEC '요금소' 모드 본격 가동, 프로젝트는 벌금 내고 화해 후 연명

현재로서는 돈을 내고 화해하는 것이 SEC의 규제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인 것 같다.

 

SEC는 일찍부터 2019년 9월 블록원(Block.One)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블록원은 투자자에게 EOS에 대한 허위 및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EOS는 블록원에서 제공한 일종의 미등록 증권이다. 이 사건에서 SEC가 내놓은 합의 조건은 블록원이 240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블록원이 즉시 동의함으로써 블록원은 미래 사업에 대한 중요한 면제부를 얻었다. 블록원의 입장에서 이 벌금은 전체 자본금의 6,000분의 1에 불과한 그야말로 껌 값이었다.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SEC는 최소 32개의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기소했고 총 1억 4천만 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 중 테조스(Tezos), 블록원(Block.one)과 텔레그램(Telegram)이 벌금 상위 3위에 속한다.

 

사실, 이들 프로젝트가 화해를 선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부정적인 충격이 쉽게 연쇄 반응과 회사에 망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전에 트론(TRON)이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트론의 토큰 TRX 가격 급락을 불러왔고 투자자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트론 재단과 그 설립자 저스틴 선은 이를 부인하면서 "TRX를 어떠한 미국 시민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판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SEC가 가져온 영향은 의심의 여지없이 거대했다.

 

또 다른 예는 SEC의 새로운 사냥 표적이 된 리플(Ripple)이다. "리플은 XRP를 투자자에게 판매하면서 '미등록 증권 판매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기소 이유다. 이 소식이 퍼지면서 암호화폐 시장가치 3위였던 XRP 가격은 폭락했고 상장 폐지 거래소도 급증했다.

 

SEC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초기 리플의 자금 모집은 SEC에 가격과 판매 여부를 등록하지 않은 상태였고 어떠한 등록 면제 조건도 충족하지 못해 연방 증권법의 등록 규정을 위반했다. SEC의 조치는 실제 관할권 범위내에서 기타 디지털 자산도 엄중히 들여다 볼 것임을 의미하고 이는 업계의 규정 준수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여겨진다. 리플과 SEC 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는 다른 프로젝트에 유용한 경험으로 작용하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러나 돈을 내고 화해를 한다 해도 암호화폐 프로젝트의 발전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ICO 역사상 가장 규모가 컸던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SEC가 개입하자 고사했고 자금 부족으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했다. EOS 창업자 BM은 "더 이상 혁신에 대한 규제 제한을 받고 싶지 않다"며 사임했고 이는 EOS의 가격 하락을 촉발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해를 한다고 진정한 재난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 SEC, 암호화폐 업계 '포위와 억제' 가속화

SEC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활동적이며 더 많은 프로젝트와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며칠 전 시니하인 벤처스(Cinneamhain Ventures) 아담 코크란(Adam Cochran)은 트위터를 통해 "(SEC는) 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조준하고 있고 최소 1개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조사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아직 소송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적극적인 조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프리머티브 벤처스(Primitive Ventures) 공동 창립자 도비 완(Dovey Wan)도 얼마 전 "SEC는 2021년에 자금이 매우 부족할 것이며 올해 1분기는 계속 새로운 패를 깔 것"이라고 언급했다.

 

SEC는 독립적인 예산을 집행한다. 절차는 연방 예산국이 연간 예산을 검토하고 승인한 후 대통령이 이를 의회에 제출해 심의를 통과하면 예산국이 자금을 지급해 운영하는 식이다. 2020년 미국의 재정 적자로 인해 미국 의회 양당은 예산을 긴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가장 큰 재정 긴축이 2021년에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SEC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오면 이는 필연적으로 법 집행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SEC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예산의 3분의 1이 법 집행에 사용된다. 그 중 내부 고발자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현재 SEC가 사기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주요 법 집행 수단이다. 2011년부터 SEC는 내부 고발자 프로그램을 통해 법률 위반자로부터 14억 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2020년에만 SEC는 39명의 제보자에게 1억 7500만 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는 그 간의 회계 연도 중 가장 많은 금액에 해당한다. 내부 고발자가 받은 인센티브는 투자자 보호재단에서 제공하는 반면 재단의 자금은 SEC가 범죄자에게 부과한 벌금에서 나온다.

 

자금이 부족한 경우 SEC는 더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나 기업을 조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도비 완은 "SEC가 돈을 거둬 들이는 핵심 논리 중 하나는 '높은 적중률+부정한 자금의 규모가 클 것'으로 요약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 대비 많은 비용을 쓰고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거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특히 "코인베이스가 조만간 IPO를 진행할 예정이므로 IPO 전에 문앞을 깨끗이 정돈해야 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미국 리서치 컨설팅 기업 설립자인 구옌시(谷燕西) 소장은 PA뉴스와의 인터뷰에서 "SEC는 매년 초 업무를 시작할 때 당해 연도의 업무 우선순위를 정한다. 여기에는 기소 계획이 있는 사건도 포함된다. 그런 뒤 업무계획에 따라 인원을 배정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한다. 이후 SEC는 거래 매개나 장소에 대한 확실한 모니터링 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SEC의 책임은 미국 증권시장의 안전한 운영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프로젝트가 미국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가 SEC의 소송 제기 핵심 포인트다. 물론 SEC가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주로 프로젝트가 이후 처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프로젝트 규모가 작고 명백한 위반인 경우 SEC의 규제 조치는 신속히 종결될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는 프로젝트에 대한 처벌일 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경고의 역할도 한다.

 

블록체인 전문가이자 후오비대학장인 위자닝(于佳宁)은 "프로젝트의 영향력이 클수록 SEC의 규제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리플과 이전 기소 사례를 분석해 보면, SEC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시가 총액이 높은 프로젝트, 대규모 자금 조달을 했거나 과도하게 중앙화된 경제 모델을 가진 프로젝트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오랫동안 업계에 있었으며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커서 SEC의 좀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만 '탈중앙화' 프로젝트로 특정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이미 SEC 규제의 시야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 SEC 의장 교체, 암호화폐 업계에 새로운 국면 펼쳐질까

1월 19일 바이든 미대통령 당선자는 SEC 새 의장으로 개리 갠슬러(Gary Gensler)를 공식 지명했다. 텔레그램 ICO 프로젝트를 기소했던 전임 SEC 의장 마크 버지(Marc P. Berge)는 리플 랩스(Ripple Labs)와 설립자 2명에 대해 13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제 리플의 소송은 개리 갠슬러에게 넘어갔다.

 

개리 갠슬러는 많은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오바마 정부 산하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역임했고 클린턴 행정부 산하 재무부 차관도 역임했다.

 

구옌시 소장은 "미국의 3대 금융 규제기관 중 SEC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가장 보수적이다. 개리 갠슬러가 SEC 신임 의장이 된 만큼 SEC는 보다 활발히 움직일 것이고 금융규제 당국의 입장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진전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의 규범적 발전을 장려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개리 갠슬러는 암호화폐 분야, 특히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개선해야 할 규제 정책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는 취임 후 기존 시장의 규제에 부합하지 않는 요인에 대한 감독을 포함해 암호화폐 디지털 금융의 발전을 확실히 촉진하고, 시장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보다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예상컨대 미국의 암호화폐 디지털 금융은 2021년부터 발전을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개리 갠슬러는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반복해서 표명했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도 규제 대상이 될 예정이다. SEC의 규제 범위 내에서 등록 후 영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자닝 원장은 "과거 발언에 비춰 볼 때 그의 관심사항은 과세, 투자자 보호 등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그가 취임하면 SEC의 디지털 자산 산업의 합법적 규제화 진행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SEC의 규제 조치가 비트코인 가격에 명확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규제 준수를 중시하는 더 많은 기관의 자금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파생상품에 배정될 가능성 있다. 그러나 기타 디지털 자산의 경우 사업 범위 내에서 각 국가의 법적 프레임 워크를 어떻게 준수하고, 규제 준수를 전제로 질서있게 방식을 시급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블록체인 기업 발전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장수'이고, 리스크 관리가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는, 과거 비트코인 ETF 신청이 SEC에 의해 거부된 이유가 시장 조작의 위험성과 거래소 간의 규제 프로토콜이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리 갠슬러와 SEC 위원이자 크립토 맘으로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Hester M. Peirce)가 같은 편에 서 있다면 비트코인 ETF 결정에 새로운 국면이 연출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구옌시 소장은 "개리 갠슬러가 이끄는 SEC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비트코인 ETF 신청을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그는 암호화와 디지털화의 사용을 촉진하는 형태로 증권과 기타 권리를 대표할 수 있도록 증권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도화가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SEC의 가속화된 개입은 암호화폐 감독의 불확실성을 크게 제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자닝 원장은 "산업의 규제화를 통해 주류 사회와 주류 자본이 디지털 자산을 더 빨리 수용할 수 있으며 전통 자본의 유입도 더욱 성숙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