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제1세션 시작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회의 준비를 하며 오가고 있다. 두 사람은 당시 극심한 불화설을 겪었고, 2021년 1월 20일 동시에 교체됐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청와대는 정의용-김형진 라인에 대해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관계자는 특히 김형진 내정자에 대해 “미국에 대한 외교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 시기에 북미 국장을 지냈고, 청와대 비서관, 차관보 등을 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인맥과의 연결 채널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이던 오바마 행정부 때 외교장관 보좌관, 북미국장을 거쳐 청와대 외교비서관, 외교부 기획조정실장과 차관보로 승승장구했다. 당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주벨기에 대사에 이어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로 일해왔다.
김 내정자는 발표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에는 오로지 국익만이 최우선”이라며 “오바마 행정부 때 일했던 사람들이 새 행정부 때도 상당수가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차장의 교체 배경에 대해서는 “임기 후반기 외교ㆍ안보라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취지”라며 “2019년 3월부터 재직했으니 시간도 꽤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청와대 참모들은 업무 스트레스 등을 감안해 암묵적으로 재임 2년 가량을 ‘내구 연한’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왼쪽부터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김형진 신임 국가안보실 제2차장, 이정희 신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청와대
김 차장은 재임 기간 내내 공격적 태도 등으로 외교라인간 ‘불화설’의 중심에 서왔다. 2019년 9월 강경화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틀 뒤 김 차장은 페이스북에 “의욕이 앞서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같다.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사실상의 ‘반성문’을 올렸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이날 동시에 교체됐다.
이후로도 최종건 당시 평화기획비서관과의 불화설이 터져나왔고, 최 비서관은 결국 외교부 1차관으로 깜짝 승진하며 자리를 옮겼다. 핵심 외교·안보 라인의 불화가 지속되던 사이 남북, 북ㆍ미 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김 내정자와 함께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정희 전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위원을 발탁했다. 또 청와대 제도개혁비서관에 이신남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중소벤처비서관에 이병헌 중소기업연구원장, 농해수비서관에 정기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책보좌관을 각각 내정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