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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어요 일어나요"…불법댓글 전쟁 중 쓰러진 '삽자루' 응원

2019년 인터넷 강의 업체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우형철 씨. [삽자루tv 유튜브 캡처]

2019년 인터넷 강의 업체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우형철 씨. [삽자루tv 유튜브 캡처]

“불법 댓글로 홍보한 강의 듣고 성적이 오를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 사회의 공정함은 사라져요.  ‘불법 댓글 좀 달지 뭐’ 하며 준법의식이 흐려지는 거죠”(수학강사 ‘삽자루’ 우형철)
 

'댓글 조작 폭로' 인터넷 강의 업계 흔들어
스타강사·법정 공방·뇌출혈…기구한 운명
"하늘나라 가면 불법댓글 잡았다고 얘기하겠다"

지난 19일 국어 '일타강사' 박광일 씨가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년간 아이디 수백 개를 동원해 경쟁업체와 강사를 비방한 혐의다. 이를 가장 먼저 폭로한 건 수학 일타강사였던 '삽자루' 우형철 씨다. 하지만 그는 박 씨의 구속 사실을 알지 못한다. 지난해 3월 뇌출혈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박 씨의 구속이 알려진 뒤 우 씨의 유튜브 채널에 그를 응원하는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10여 년 전 우 씨의 강의를 들었다는 한 이용자는 '이겼어요. 이 사람아, 얼른 일어나봐요'라며 우 씨의 쾌유를 빌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우 씨의 불법 댓글 폭로를 언급하며 '정의가 승리했다'는 댓글을 남겼다.
 
우 씨는 2009년부터 인터넷 강의 업계의 댓글 조작 정황을 폭로해왔다. 반복해서 댓글을 다는 아이디를 추적하거나 제보를 받았다. 2017년에는 당시 소속사였던 이투스를 저격하는 영상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이후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본격적으로 불법 댓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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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투자 못하니까 조작"…'삽자루' 말하는 불법 댓글

2019년 6월 전직 수학강사인 유튜버 삽자루가 폭로한 영상 화면 캡처

2019년 6월 전직 수학강사인 유튜버 삽자루가 폭로한 영상 화면 캡처

 
뇌출혈로 쓰러지기 한 달 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법 댓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비판했다. '불법 댓글과의 전쟁'의 포문을 연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댓글조작이 일어나는 이유로 스타 강사에 좌우되는 업계 구조를 꼽았다. 우 씨는 "지나치게 한 강사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되면 학원은 많은 계약금과 강의료를 강사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더 이상 좋은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때 결국 선택하는 게 불법 댓글 조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댓글에 1억 원을 투자하면 100억 원어치의 광고 효과가 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우 씨는 "버스나 포털 팝업창에 강사 얼굴을 띄운다고 해도 이걸 보고 수강할 학생은 많지 않다"며 "하지만 수험생 커뮤니티에 'A강사가 최고다'라는 댓글이 계속 달리면 학생들은 이걸 믿고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씨는 스타 강사도 댓글 조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불법 댓글이 특정 강사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 강사를 헐뜯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 씨는 "'분명 저 강사도 댓글조작 할 거야'라며 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다들 그만둘 수 없다"며 "'서로 불법 댓글 달지 말자'고 약속해도 어떻게 믿겠냐"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불법 댓글 근절을 위해 클린인터넷강의협의회를 만들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다.
 

폭로 후 패소로  경제적 어려움도…"명강사였던 것보다 자랑스러워"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삽자루'에 달린 응원 댓글. ['삽자루' 채널 캡쳐]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삽자루'에 달린 응원 댓글. ['삽자루' 채널 캡쳐]

 
불법 댓글 폭로로 인강(인터넷 강의) 업계를 흔들어 놓은 우 씨에게 시련도 닥쳤다. 2019년 6월 전 소속 학원 이투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져 75억 8300만 원을 물어주게 됐다. 우 씨는 이투스 측이 불법 댓글 조작 등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법원은 조작의 증거가 없다며 이투스의 손을 들어줬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우 씨는 댓글조작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패소할 줄 몰랐다.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패소로 우 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송에서 졌다는 기사가 나고, 식당에서 만난 한 제자가 '괜찮냐'고 물었다"며 "나를 기억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지만, 그때 그 학생 밥값을 내줄 돈조차 없어서 눈물이 났다"고 회상했다.
 
아직 의식 못찾아…"선생님 씩씩한 모습 다시 봤으면"
 
우 씨는 한때 스타강사로 인기를 끌었던 사실보다 불법 댓글과의 싸움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수학 강사를 하면서 돈을 벌긴 했지만, 불법 댓글과의 전쟁은 내 돈을 쓰며 했다"며 "폭로 이후 온갖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폭로하지 않았다면 댓글조작은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내가 대한민국의 불법 댓글을 없앴다'고 꼭 얘기하고 싶다"며 "내가 잘못한 게 좀 있어도, 이 활동한 걸 좀 고려해서 봐달라고 해야 하지 않겠냐"며 웃었다.
 
긴 인터뷰를 통해 인강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했던 우 씨는 한 달 후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쓰러졌다. 우 씨의 소속 학원인 스카이에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 씨의 유튜브 채널에 한 이용자는 "선생님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텐데 아쉽다"며 "어서 의식을 회복해서 씩씩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민·남윤서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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