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앨라배마주 쿠사밸리 메디컬센터의 응급실에서 일하던 배티 그리어 갤러거(78)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79세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미 앨라배마주의 쿠사밸리 메디컬 센터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간호사 갤러거의 죽음을 추모했다. [페이스북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0/5e09208e-61da-4f07-a19e-87305d469530.jpg)
미 앨라배마주의 쿠사밸리 메디컬 센터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간호사 갤러거의 죽음을 추모했다. [페이스북 캡처]
갤러거에게도 이 병원은 특별하다. 이곳에서 남편을 만났고, 두 아들을 자신과 같은 간호사로 키웠다. 남편 척 텔러는 "갤러거는 일을 사랑했고, 병원은 고향과 같았다"고 말했다.
16년 전 한 번의 은퇴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나이 62세. 동료들 대부분이 은퇴를 선택했지만, 그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 8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미 남부 재난 현장을 찾아 떠났다.
그리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다시 쿠사밸리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그는 "응급실에서의 일상이 그립다"면서 "내 생의 마지막 날까지 이 병원 응급실에서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 앨라배마주의 쿠사밸리 메디컬 센터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다가 숨진 간호사 베티 그리어 갤러거를 애도하며 만든 틱톡 영상. [틱톡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0/ce653476-9598-4f82-b7a9-a860332c1be8.jpg)
미 앨라배마주의 쿠사밸리 메디컬 센터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다가 숨진 간호사 베티 그리어 갤러거를 애도하며 만든 틱톡 영상. [틱톡 캡처]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갤러거는 20대 후배 간호사들과 함께 코로나 최전선을 지켰다.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했고, 야간근무도 거른 적이 없었다. 갤러거 특유의 유쾌한 성격은 지쳐가던 응급실에 활력소가 됐다.
하지만 환자와 동료를 챙기느라 그 자신은 돌보진 못했다. 한 달 전부터 거친 숨소리를 몰아 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로가 누적된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판정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자신이 일하던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간호사 베티 그리어 갤러거(왼쪽). [틱톡 캡처]](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20/93a88163-cb20-4572-ade6-d32b8a760ea6.jpg)
코로나19로 자신이 일하던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간호사 베티 그리어 갤러거(왼쪽). [틱톡 캡처]
의사는 전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갤러거는 사양했다.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동료들과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두 아들과 수 십명의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갤러거의 사연은 동료들이 동영상 공유앱 틱톡에 그의 생전 영상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30만 회 이상 조회된 영상에는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동료 니키 조 하텐은 "갤러거는 언제나 남을 돕기를 원했다"며 "그가 그랬던 것처럼 모두가 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