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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처벌 수위 높여 산재 줄인다? 정치권 착각에 빠졌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처벌 수위를 높이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정치권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김경록 기자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처벌 수위를 높이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정치권이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김경록 기자

“처벌 수위를 높이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진 것 같다.”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 연구실에서 지난 19일 만난 정진우(53) 안전공학과 교수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에 대한 평가다. 국회는 이달 초 중대재해로 근로자 1명 이상이 사망한 경우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해재법을 통과시켰다. 정교수는 “원청 사업주 처벌 수위를 높인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2020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860명으로 전년(855명)보다 오히려 늘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취업자 감소에도 산재 사망자가 늘었다는 건 국회의 기대와 달리 산안법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걸 방증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과 국제협력담당관을 지낸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다. 2015년부터 서울과기대에서 산안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용부 출신 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인터뷰

 
중대재해법 공청회부터 법 제정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중대재해법은 대증요법에서 나왔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처방이 없이 만들어진 법이다. 법을 주도한 청와대와 정치권이 의지는 있었지만, 전문성이 부족했다. 산업안전보건은 법이 아닌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를 절도, 폭행과 같은 반사회성 범죄로 인식한다. 엄벌주의는 표(票)를 얻기에 좋지만, 산재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본질을 가린다.”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뭔가.
“법이 모호하다.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는 안전 의무가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라’는 식이다. A 건설사는 전국에 현장만 250곳이 넘는다. 본사에 있는 경영책임자가 준법 의지가 있더라도 현장 상황을 다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을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 조치도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로 지웠는데 안전 관계 법령만 50개가 넘는다. 신이 아니고서야 그것들을 어떻게 다 확인하고 시정조치를 할 수 있겠나. 이렇다 보니 법적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산안법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소기업이 중대재해법까지 준수할 수 있을까. 현장에선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법 집행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노동계에선 5인 미만 사업장이 빠졌다고 아우성이다.
“세련된 법이 아니란 얘기다. 다른 의미로 법이 거칠다는 걸 의미한다. 세련된 법이라면 먼저 보호받아야 하는 소규모 사업장을 예외로 둬선 안 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3년 유예한 것도 마찬가지다. 엉성하게 법을 만들다 보니 법적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것이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법이 탄생한 건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안법 전면개정안이란 씨앗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산안법은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누더기 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산안법이 산재 예방에 효과를 거두지 못해 결국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8년 만에 전면 개정된 산안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산안법이 효과가 나지 않는 이유는 뭔가.
“산재는 예방이 핵심이다. 예방은 기업이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실효성이 핵심이다. 전면 개정을 했음에도 산안법 중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항이 많다. 낙하물에 의한 위험 방지 등 기술 기준이 담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바뀐 게 거의 없다. 전면 개정이라고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보여주기식 개정에 그친 거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현실성이 떨어지나.
“예를 들어 A형 사다리로 작업하는 경우 작업자가 안전대를 무조건 착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대를 부착할 수 없는 장소도 많다. 현장에서 지킬 수 없는 애매모호한 규정이다. 기계를 유지 보수할 때 장비를 멈춰야 한다는 것도 현실을 무시한 규정이다. 장비를 가동해야 문제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야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데 이런 규정은 그대로 뒀다.”
 
중대재해법 통과 뒤 의견 갈린 민주당 그래픽 이미지. 김현서 기자

중대재해법 통과 뒤 의견 갈린 민주당 그래픽 이미지. 김현서 기자

 
정부는 산안법 전면개정을 노동 관련 업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산업안전 관계법이 규제법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규제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쌓이는 판례와 사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면 개정을 하면 이런 판례가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이유로 산안법을 전면 개정하는 나라가 없다. 그만큼 위험한데 이를 홍보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 교수는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며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산안법의 문제점은 뭔가.
“유지보수에 대한 규제가 개정안에 빠졌다. 유지보수 작업이 산재 발생 1순위다. 설비에 익숙하지 않은 외주업체 직원이 완료 시점을 정해놓고 일하기 때문이다.”
 
산재 예방시스템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한국은 근로자 100만명당 산재 예방 행정직원이 129.85명이다. 19.17명인 미국보다 6.7배가 많다. 일본과 비교해도 3배 이상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은 2016년 350명 수준에서 지난해 705명(11월 말 기준)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산업재해는 크게 줄지 않았다. 1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는 독일보다 3배 이상이다. 이는 산재예방 시스템이 퇴행하고 있다는 증거다. 고비용 저효과가 고착되고 있다.”
 
이유가 뭔가.
“일본은 산재 감독관으로 채용하면 감독 업무만 맡긴다. 영국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은 다양한 업무를 돌아가면서 맡는다.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진다. 민간은 전문화가 진행됐는데 산업재해 행정인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김용균씨 사고로 공공기관에도 산재 평가시스템이 적용됐는데 현장에선 페이퍼(서류) 작업만 늘었다고 아우성이다. 평가위원도 산업안전을 잘 모르는 교수들이 참여한다.”
 
중대재해법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전면 개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법을 뜯어보면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조항이 거의 없어 대통령령으로 보완하기도 어렵다. 중대재해법을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처럼 법인만 처벌할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대기업 경영진은 산안법의 조잡하고 엉성한 벌칙체계를 바꿔 처벌할 수 있도록 바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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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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