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대변인이 회견 당일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 노력이 돋보인다”는 입장을 내긴했지만, 주요 이슈를 둘러싼 당ㆍ청의 입장에 뚜렷한 온도차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ㆍ오프 혼합 방식의 신년 기자회견을 연 모습.
◇윤석열ㆍ최재형 맹폭했는데…文 “정치적 목적 아냐”
![지난해 1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당내 그룹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9/3ccf22b9-a6f2-4a89-99be-8fcd027ad978.jpg)
지난해 1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당내 그룹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월성 원전 관련 감사를 수행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기자회견 나흘 전인 14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 원장이 명백히 정치하고 있다. 전광훈, 윤석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정치 감사를 즉각 멈추기 바란다”(신영대 대변인)는 논평이 나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정치를 염두에 두고 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총장"이라고 했다. 최 원장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판에 앞장섰던 민주당 인사들이 뻘쭘해질 수 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김남국 의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말씀은) 윤 총장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신 것 같다”,"검찰에 대한 당부 말씀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또 지난달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 앞장서겠다”고 썼던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썼지만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낙연 대표는 문 대통령의 관련 발언에 대해 “윤석열 총장의 자세에 대한 주문이 아닌가. 검찰개혁의 대의를 실현하는데 검찰과 법무부 함께 노력해달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감사원 감사에 대해선 “정책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 군불…文 “지금 때 아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4차 지원금은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단칼에 잘랐다. “지금 2021년 본예산도 막 집행이 시작된 단계에 정부가 추경을 통해서 하는 4차 지원금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자 19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선 재난지원금 논의가 쑥 들어갔다. 논의에 앞장섰던 양향자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내가 ‘오늘 당장 하자’라고 말한 적은 없다. 4차 재난지원금 전제로 ‘소비 진작이 필요하면’이라고 말씀하신 문 대통령 말씀과 제 원래 생각이 같다”고 했다.
◇黨 ‘부동산 안정세’…文 “성공 못 했다”
기자회견 바로 전날 허영 대변인은 “주택 임대차보호법 시행 5개월이 지나면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ㆍ월세 상한제 등 임차인 주거안정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차인 주거안정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만큼, 서민 주거 안정화 대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입장 역시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뒀으나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힘에 따라 당ㆍ청 입장차만 드러내게 됐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간 당ㆍ청간의 정책ㆍ의제 조율이 얼마나 안 돼왔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했다. 또 “이 때문에 청와대 전위부대처럼 총대를 메고 싸워온 일부 여당 의원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당 내부에선 “대통령은 대통령이 할 말을 한 것이고, 당은 당대로 가는 것일 뿐 상충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충청권 중진의원),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청와대와의 정책 조율이나 메시지 관리를 못 한 것 같다”(수도권 중진의원)는 주장이 엇갈렸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