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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검색은 해봤는데…" 심사위원도 기막힌 '표절 솜씨'

문학상 등 자신의 수상 사실을 알리는 손씨의 SNS. 인터넷 캡처

문학상 등 자신의 수상 사실을 알리는 손씨의 SNS. 인터넷 캡처

대학원생 손모씨는 그대로 베낀 작품으로 어떻게 5개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문학상 담당자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필터링할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제목까지 베껴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이 사실은 김 작가가 16일 페이스북에 “내 소설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고, 도용한 분이 지난해 5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적으면서 알려졌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2018년 명지대 신문의 백마문학상을 수상했고 명지대 신문은 작품 전문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포털 사이트에 작품의 첫 문장인 “가진 공간이라곤 자신의 몸뚱이 밖에는 없었던 K씨는”을 치면 작품 전체를 볼 수 있는 링크가 검색된다.
 
하지만 다섯 개 문학상 심사위원과 운영진은 이런 검증 작업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계 김장생 문학상’을 진행하고 지난해 5월 당선작을 발표한 한국문인협회 관계자는 “신인상이기 때문에 다른 데에서 상을 탄 적이 없는지 이름을 검색 해봤는데 하자가 없었다”며 “작품을 검색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이런 사람이 있으리라고 누가 알았겠나”라고 했다. 예심 5명, 본심 2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지만 그들도 작품을 걸러낼 수는 없었다. 지난해 6월 당선작을 발표한 ‘포천38 문학상’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또한 “심사위원은 작품을 본다. 인터넷에서 작품을 일일이 검색하는 걸 요구할 수는 없고 운영상의 허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손씨의 활동 이력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가수 유영석의 노랫말을 베껴 디카시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것도 밝혀졌다. 손씨에게 상을 준 문학상 담당자들은 이처럼 예외적인 응모자를 걸러낼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올초 신춘문예 수상작으로 손씨의 작품을 결정했던 '글로벌 경제 신문' 관계자는 “오랜 경력의 심사위원이 살펴봤지만 필터링할 방법은 없었다. 심사위원도 많이 당황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손씨의 표절 작품을 올해 1월호에 신인상으로 게재한 ‘소설미학’측은 19일 홈페이지에 “이후 검증해보니 표절을 넘어 거의 복사였다”고 했다.
 
문학상 운영진 측은 손씨의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 반환에 나섰다. 김장생 문학상은 수상을 취소하고 수상금 100만원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경북일보 문학대전 운영위원최 측도 “가작 당선작 ‘뿌리’에 대한 당선 취소를 했고, 상금 환수를 요청할 예정이며 반환하지 않을시 소액반환청구소송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포천38 문학상, 소설미학 신인상 수상도 취소됐다.
 
문제는 대책이 될 시스템 마련이다. 표절 작품으로 수상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계속해서 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학 공모전의 규모는 크다. 각 분야의 공모전을 모아놓는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문학’으로 검색하면 현재 응모할 수 있는 공모전만 60여개에 이른다. 2020년 한 해를 범위로 하면 400여건이다. 하지만 모든 문학상이 수상작을 공개하지는 않고, 다른 문학상이 이를 참고하거나 검색하는 시스템도 없다. 문학상은 늘어나는데 중복 지원을 걸러낼 시스템은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김호운 이사장은 "매뉴얼을 만들어서 문학상 수상작은 반드시 저장·공개하고, 다른 문학상은 수상작 발표 전에 이를 검색해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또한 "다만 이번 사건 때문에 문학상의 확대까지 비판을 받아서는 안되고 수많은 응모작을 표절 의심작으로 봐서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단체, 언론에서 문학상을 운영하는만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국소설가협회는 곧 이같은 매뉴얼과 규정을 만들어 문학상 운영진 측에 제안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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