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고 싶다면 ‘이직’보다 ‘질문’이 먼저
시작부터 여러분들께 드리는 질문이 많네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날씨도 춥고,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코로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아, 회사 가기 싫어' 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았거든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일하기 전, 회사원일 때를 돌이켜보면 저는 지금 이 계절에 제일 회사 가기 싫었어요. 해 뜨기 전 이른 아침에 출근길에 나서다 보면, 나의 하루하루들은 제대로 쌓이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일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일으켜 회사에 가는 비슷비슷한 하루가 반복된 적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 A는 회사에서 반복되는 소모적인 일에 더 이상 나의 소중한 청춘을 바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6년차 A는, 현재 일을 하기 전에는 ‘대기업 전략팀은 무슨 일을 할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해요. 회사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논의하고 실행해 나가는 일을 조금이라도 할 것이라 기대하면서요. 그런데 막상 하는 일은, 부서별 주간/월간 보고자료를 취합하고 임원들이 보기 좋게 줄간격과 글꼴을 맞추고, ‘보고를 위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A는 정작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까, 내가 잘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A는, 일단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 연봉 밴드를 맞춰줄 수 있는 곳으로의 이직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코로나로 얼어붙은 채용 시장에서 가고 싶은 회사는 서류부터 떨어지기도 했고, 제안을 받고 리서치를 해본 회사는 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면서요. 한편으로는, ‘회사가 다 회사지 적당한 월급 받고 워라밸 맞출 수 있으면 지금 여기 그냥 다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혼란스럽다고 했는데요.
저는 A에게, 나의 일,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기준과 그를 돌아보는 질문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에게 필요한 질문은 아래 4가지였어요.
●내가 일하며 1~3년 이내에 쌓고자 하는 일 경험은 무엇인가? 그것을 지금 이곳에서 쌓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 이직하려는 회사에서는 어떨까?
●내가 ‘좋은 회사’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는 무엇인가? 성장성, 비즈니스 모델, 리더, 조직 문화, 비전, 기타 등에서 꼽아본다면? 그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인해보아야 할까?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성장, 의미, 재미, 돈, 워라밸, 인간관계 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2가지를 꼽자면 무엇이고 지금 현재의 상태는 어떠한가?
회사와 나, ‘교집합’이 없다면 헤어질 수 있는 관계
“회사도 나이를 먹는 것 같아요.”
그리고 냉정하게 나는 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내가 일에서 쌓고 싶은 경험은 무엇이고 이 지표들의 현재 상황은 어떤지, 이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필요해요. 회사와 나는 필요(Needs)와 욕구(Wants)가 만날 때, ‘교집합’이 있을 때 함께 하는 것이고 이것이 없어진다면 헤어질 수 있는 관계입니다. 연애하다 헤어진다고 죄가 아니듯, 나도 회사에 다 맞출 필요가 없고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중요한 것은 어떤 교집합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내가 확인해보아야 하는 것이죠.
우리는 늘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막상 그 ‘일’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나만의 답을 해본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고요. 그래서일까요, 제가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외로웠다’는 이야기예요. “뭘 그렇게까지 일을 고민해, 회사에서는 워라밸 챙기면서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면 되지”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 ‘일, 커리어 고민’ 이야기를 꺼내는 것 조차 쉽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2021년, 새로운 해가 찾아왔습니다. 한 해를 가슴 벅차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고 싶거나, 일을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정비하고 싶다면, 일을 둘러싼 나와 나의 환경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 자신을 위해 필요한 것을 채워줄 수 있어요. 저는 2021년 여러분의 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나를 향한 뾰족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아가려는 분들을 많이 뵙고 싶습니다. 나의 삶에서 일이 중요한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도 말 못 할 일 고민이 있다면, 새해에는 ‘내 일’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면 당신에겐 ‘질문’이 필요합니다.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가 변화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모아,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는 ‘랜선 커리어 상담소’입니다. 1월 27일 수요일 오후 8시,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
2.〈트렌드를 이끄는 공간의 비밀〉
기획이 돋보이는 공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폴인에서 〈박지호가 만난, 미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을 연재한 박지호 영감의 서재 대표가 각 공간별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요즘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월 20일 수요일 오후 7시30분,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