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유색인종 부통령에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 지난 10일 공개된 보그 2월호 표지서 화이트 워싱과 격식을 차리지 않은 패션으로 논란이 됐다. 사진 미국 보그 홈페이지
여성 정치인과 패션, 그 논란의 역사

스웨덴 여성 총리 산나 마린은 가슴골이 드러나는 '클리비지 룩'으로 인터뷰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사진 트렌디 매거진 인스타그램
지난해 10월에는 핀란드 여성 총리 산나 마린이 ‘클리비지 룩(cleavage look, 가슴 사이가 깊게 파인 옷차림)’으로 구설에 올랐다. 역시 패션지 ‘트렌디’에 가슴골이 노출된 사진으로 등장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인의 신뢰를 깎아 먹는 옷차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엔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 대해 가부장적 시선을 깨는 시도”라며 마린 총리를 지지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비슷한 클리비지 룩 사진을 올리며 해시태그 ‘#imwithsanna(산나를 지지한다)’를 달았다. 그럼에도 마린 총리의 인터뷰 자체는 옷차림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외모 논란 속 지워지는 메시지

지난 2009년 나경원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패션지 '엘르'의 화보에 등장한 모습. 중앙포토
한국에서도 지난 2009년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패션지 ‘엘르’에 등장한 적이 있다. 나 의원은 ‘대한민국 파워우먼의 초상’이란 주제로 드라스 반 노튼의 검정 블라우스에 랄프 로렌의 롱스커트를 입고 화보를 찍었는데 사진이 공개된 후 ‘한나라당이 4·29 재보선에서 패했는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치인으로서 밝힌 소신과 사명감, 화보 속 액세서리 판매 금액의 20%를 아동기관에 기부한다는 점 등은 논란 속에 묻혀버렸다.

해외 여성 정치인들은 패션지 커버에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왼쪽부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 하원의원,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사진 각 사
소탈함 보여주는 예능 선택하기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5일 TV 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사진 아내의 맛 방송 캡처

서울시장 출마를 앞둔 박영선 장관 역시 지난 12일 '아내의 맛'에 출연했다. 사진 아내의 맛 방송 캡처
전문가들은 패션지의 경우 매체의 특성상 신뢰감과 유능함이 우선시되는 정치인과 잘 맞는 궁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여성 정치인의 경우 옷차림과 화장 등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 자체가 논란의 빌미가 되기 십상이다. 일례로 지난해 8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붉은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나섰다가 정치인의 격에 맞지 않는다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2016년 4월 미국 대선 경선 당시 1400만원 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트를 입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의 빨간 원피스를 입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 이후에도 청바지와 작업복, 노란색 원피스 등 기존 국회의원의 옷차림과 다른 파격적 스타일로 화제가 됐다. 중앙포토

힐러리 클린턴 미국 전 국무장관은 고가의 재킷을 입고 연설을 해 구설에 오른 적 있다. 연합뉴스
여전히 패션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치인은 늘 공개적으로 자기표현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패션은 가장 기본적이고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연아 사단법인 이미지컨설턴트 협회장은 “정도를 지키는 선 안에서 패션은 정치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요소”라며 “깔끔한 스타일의 남성 정치인들은 유능한데다 패션 센스까지 더했다고 호감을 얻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 정치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이중 잣대가 문제지 정치인이 패션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