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다. 색각 이상자를 위한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온다. 큰돈 들여 신호등을 당장 바꿀 필요가 없다.”
[현장에서]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는 나라에선 신호등의 적색은 왼쪽에, 녹색은 오른쪽에 배치한다. 황색은 가운데 둔다. 사진은 전시회에 출품된 신호등의 모습.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9/67bdece1-10b4-4ebd-a799-682a927d4725.jpg)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는 나라에선 신호등의 적색은 왼쪽에, 녹색은 오른쪽에 배치한다. 황색은 가운데 둔다. 사진은 전시회에 출품된 신호등의 모습. [중앙포토]
색각 신호등은 설치 않기로 결론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시력, 색각 식별 능력, 청력, 운동 능력 등의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도로교통법 시행령(45조 2항)은 신호등의 적색ㆍ녹색ㆍ황색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를 딴 이후 후천적으로 색각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문제다. 후천적 이상은 망막 질환, 신경계 이상, 약품 사고 등으로 생긴다. 운전자가 스스로 교통 당국에 알리지 않으면 이를 잡아낼 도리가 없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색각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젊었을 때의 15배 수준이다.
선진국서 신호등은 인권 차원으로 접근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는 나라에선 적색은 왼쪽 혹은 상단에, 녹색은 오른쪽 혹은 하단에 배치한다. 황색은 가운데 둔다. 색각 이상이라도 불빛이 들어오는 위치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안전 운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장애 인권을 특히 강조하는 캐나다의 경우 한 발 더 나갔다. 다른 나라의 신호등과 색 배치는 같지만, 모양 자체가 다르다. 녹색은 일반 신호등과 마찬가지로 둥근 모양이다. 그런데 황색은 다이아몬드, 적색은 사각형 형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달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9/204a9218-eeef-4df4-9999-22cbfd195bb9.jpg)
카카오모빌리티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달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대는 캐나다의 이러한 세심한 인권 배려마저 불필요한 노력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눈이 아니라 영상 정보와 5G 통신을 활용해 신호등 색을 구별한다. 색을 구분하지 못해 떨리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던 색각 이상자에게 크나큰 낭보다. 과학 기술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권의 발전도 빠르다지만 기술은 못 따라잡을 모양새다. 자율주행차는 아직 윤리 문제 등 해결할 것이 많지만, 인간의 한계와 장애를 극복하는데 획기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어쩌면 신호등을 도로가 아닌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거 같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