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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색 구별 못해도 상관없다?···자율주행차가 바꿀 인권 논란

“장애 인권을 중시하는 시대다. 색각 이상자를 위한 신호등을 설치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다가온다. 큰돈 들여 신호등을 당장 바꿀 필요가 없다.”  

자동차업계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며칠 전 기자에게 흥미로운 얘기를 전했다. 교통 당국과 관련 단체 업무 모임에서 위와 같은 주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는 것. 우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신호등 개편은 불필요한 것으로 일단락됐다고 한다.
 

[현장에서]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는 나라에선 신호등의 적색은 왼쪽에, 녹색은 오른쪽에 배치한다. 황색은 가운데 둔다. 사진은 전시회에 출품된 신호등의 모습. [중앙포토]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는 나라에선 신호등의 적색은 왼쪽에, 녹색은 오른쪽에 배치한다. 황색은 가운데 둔다. 사진은 전시회에 출품된 신호등의 모습. [중앙포토]

색각 신호등은 설치 않기로 결론 

사람의 망막에는 밝은 곳에서 색을 감지하는 원추 세포와 어두운 곳에서 색을 구분하는 막대 세포가 있다. 이 세포 덕에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색을 구별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세포에 이상이 생기면 색을 정상적으로 구분하지 못한다. 이를 색각 이상이라고 한다. 심할 경우 색맹, 약할 경우 색약이라 부른다. 색각 이상은 생각보다 흔한 증상이다. 인종에 따라 인구의 5~8% 정도 나타난다. 다만 색을 아예 구분하지 못하는 완전 색맹은 0.005%로 아주 드물다.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면 시력, 색각 식별 능력, 청력, 운동 능력 등의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도로교통법 시행령(45조 2항)은 신호등의 적색ㆍ녹색ㆍ황색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를 딴 이후 후천적으로 색각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문제다. 후천적 이상은 망막 질환, 신경계 이상, 약품 사고 등으로 생긴다. 운전자가 스스로 교통 당국에 알리지 않으면 이를 잡아낼 도리가 없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색각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젊었을 때의 15배 수준이다.
  

선진국서 신호등은 인권 차원으로 접근 

교통 선진국은 신호등 문제를 안전 못지않게 인권 차원에서 접근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색각 이상자가 운전면허를 따는 데 큰 제약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색각 관련 검사는 일본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삼색 신호등의 배열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우측으로 통행하는 나라에선 적색은 왼쪽 혹은 상단에, 녹색은 오른쪽 혹은 하단에 배치한다. 황색은 가운데 둔다. 색각 이상이라도 불빛이 들어오는 위치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 안전 운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장애 인권을 특히 강조하는 캐나다의 경우 한 발 더 나갔다. 다른 나라의 신호등과 색 배치는 같지만, 모양 자체가 다르다. 녹색은 일반 신호등과 마찬가지로 둥근 모양이다. 그런데 황색은 다이아몬드, 적색은 사각형 형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달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지난달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시대는 캐나다의 이러한 세심한 인권 배려마저 불필요한 노력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눈이 아니라 영상 정보와 5G 통신을 활용해 신호등 색을 구별한다. 색을 구분하지 못해 떨리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던 색각 이상자에게 크나큰 낭보다. 과학 기술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권의 발전도 빠르다지만 기술은 못 따라잡을 모양새다. 자율주행차는 아직 윤리 문제 등 해결할 것이 많지만, 인간의 한계와 장애를 극복하는데 획기적인 성과를 보일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어쩌면 신호등을 도로가 아닌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거 같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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