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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립서비스로 일본이 돌아서겠나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는 국제관계의 기본 원리인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어이없는 대외 정책으로 외교를 망쳐 왔다. 최악의 한·일 관계가 대표적 업보다. 상호주의가 뭔가. “네가 잘하면 나도 잘하겠다”는 지극히 간단명료하고 상식적인 원칙이다.
 

문 대통령의 화해 제스처 묵살돼
김정은 도쿄 초청 전략으로 인식
말 아닌 행동으로 관계 회복해야

지난 1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떠나는 남관표 주일대사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15일에는 자민당 의원들이 신임 주한 일본대사의 부임을 미루라고 요구했다. 지난 8일의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한 항의였다.
 
일본 분위기가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14일 이임 일본대사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한·일 문제는) 대화하면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복원해 나가자”고. 18일 기자회견에서도 관계 개선의 뜻을 밝혔다. 결국 일본은 옆 나라 정상의 화해 제스처를 깔아뭉갠 셈이 됐다.
 
왜 이리 거칠어졌나. 이는 문 정권의 대일 정책이 보편타당한 상호주의에서 어긋났다고 보는 탓일 것이다. 위안부 판결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꺼낸 ‘제2의 한·일 공동선언’ 이야기와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을 초청하자”는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의 제안도 화를 돋웠을 거다.
 
박 원장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나 그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놀랍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최측근인 박 원장이기에 누구보다 공동선언의 본질을 꿰뚫고 있을 게 분명한 까닭이다.
 
분명한 진실은 공동선언 덕에 한·일 관계가 개선된 게 아니라는 거다. 개선 의지를 지닌 양국 지도자가 애쓴 결과 공동선언이 성사된 것이다. 봄이 와서 매화가 핀 것이지, 매화가 피어서 봄이 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DJ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공히 위안부 및 어업협정 문제로 나락에 떨어진 한·일 관계를 되돌리려고 했다. 한국은 IMF 사태 해결을 위해, 일본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서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양측은 어업 협정을 서둘러 고치고 공동성명을 끌어냈다.
 
난관도 적잖았다. 그해 10월 DJ의 방일을 앞둔 7월 말 일본 농수산상이 “불확실한 위안부 강제연행 문제를 교과서에 싣는 것은 의문”이라고 발언했다. 한국 정부가 펄펄 뛸 일이었다. 하지만 DJ 정부는 침묵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의 농수산상은 몇 시간 만에 발언을 철회한다. 오부치가 종용한 게 분명했다. 양국이 손잡고 화해의 장애물을 비껴간 것이다. DJ는 또 반발을 무릅쓰고 ‘일왕’ 대신 ‘천황’이란 호칭을 쓰도록 지시했다. 이런 배려 끝에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문서화하고 한국은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합의하는 역사적 공동선언이 성사된다.
 
이에 비해 현 정권은 어떤가. 문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 대일 적개심을 숨기지 않았다. 재작년 8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거세어지자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6월 한국전 추념식에서는 “우리 민족이 아픔을 겪는 동안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도 있다”고 해 괜히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는 눈총도 받았다.
 
그랬던 그가 돌변했다. 지난해 11월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 여러분, 특히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7일엔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가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으며 스가 총리와의 만남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나 불행한 사실은 그런 변신이 도쿄 올림픽에 김정은을 등장시켜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전략으로만 읽힌다는 거다.
 
현 정권이 뒤늦게나마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대형 악재인 위안부 판결에다 강제동원 판결에 따른 현금화가 곧 이뤄질 상황에서 뚜렷한 해결책 없이 그저 “잘 해보자”고 립서비스만 한들 먹히겠는가. 일본과의 화해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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