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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사과, 무노조 폐기 약속에도 구속…‘준감위’ 안 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 과정에서 공을 들였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18일 선고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재발 방지책으로 지난해 1월 설립된 기구다. 삼성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행위를 조사‧감시하는 기구로, 그동안 이 부회장의 양형을 결정할 주요한 변수로 꼽혀왔다. 
 
삼성전자가 기존 법무팀 외에 별도로 위원회를 만든 것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해 다시 심판하는 것)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2019년 5월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 있는 준감위는 김지형 위원장과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 위원장은 대법원 대법관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등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달 11일 준감위를 찾아 ‘면담 정례화’를 약속했다. 위원회 측은 “삼성의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한 이 부회장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며 “이 부회장도 앞으로 위원회의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3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7개 관계사에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입구. 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해 3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7개 관계사에 대국민 사과를 권고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입구. 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준감위의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4세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폐기 등을 선언하고 과거의 잘못을 사과했다.
 
준감위에 대한 외부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지난해 12월 7일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준감위 실형성을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회의 의견을 요청했고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전문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당시 “준감위는 회사 밖 기구로, 최고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상당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준감위 권고에 따라 4세 승계 포기, 무노조 폐기 등을 선언하고 과거에 대해 사과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심리위원인 김경수 변호사는 “준감위는 외부에 설치돼 최고경영진 감시에 초점을 맞췄다. 최고경영진이 불법 행위를 결정하더라도 관계사 대표나 임직원의 실행이 이뤄져야 하는데, 외부 후원금 지출 등 준감위와 준법지원인들이 촘촘하게 감시하면 총수의 불법 지시가 있더라도 꼼꼼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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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 이유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이 부회장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감시 활동까지 이르고 있지 않고 ▶삼성그룹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으며 ▶삼성전자·물산·생명 등 7개사 외에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에 대한 감시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뇌물액수 법원판단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재용 부회장 뇌물액수 법원판단 어떻게 변했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대해 이병태 KAIST 교수는 “앞서 재판부가 준감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할 것처럼 시사하면서 무노조 경영까지 포기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닦는 것은 문제”라며 “법리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고, 조건을 내세우고 판사들이 경영진을 훈계하는 것도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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