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0월 8일 문찬석 당시 광주지검장. 뉴스1
(2021년 1월 12일 중앙일보 보도 『[단독]"대검 과장, 김학의 불법 출금 지시" 내부 증언 쏟아졌다』 참고)
당시 대검 기조부장, 김태훈 과장 요청에 “우리 할 일 아냐”
김학의 출국 저지 당일 밤 대검에선 무슨 일이
김학의 전 차관이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이긴 했지만, 정식으로 형사 입건돼 수사를 받는 상황이 아니어서 긴급 출금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혹여 요건에 해당할지라도 대검 기조부는 수사 지원 부서가 아닌 행정 지원 부서라 나설 수 없다는 게 문찬석 부장의 판단이었다.
출입국관리법령상 긴급 출금은 사형·무기 및 징역 3년 이상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 피의자로서 도주 우려가 있다고 수사기관의 장이 요청했을 때 할 수 있는 조치다.
문찬석 기조부장 “일반·긴급 출금 모두 근거 없다”
김태훈 과장의 전화를 끊은 뒤 문찬석 부장은 거실의 TV를 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이 이뤄졌다”는 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인천공항 출입국청 3월 23일 오전 0시 10분 집행). 문찬석 부장은 그동안 벌어진 일들을 며칠 뒤인 25일 오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또 기조부 검사들에게 “이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된다”며 “그때를 위해 관련 기록을 철저히 해놓아라”라고 지시까지 했다.
최근 “김태훈 과장이 이규원 검사로부터 긴급 출금 요청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9년 3월 22일 밤 대검 연구관들에게 요청을 해주라고 지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과 별도로 김 과장이 당일 밤 직속 상관인 문찬석 부장을 통해 긴급 출금을 추진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진 것이다.

2020년 10월 2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김태훈 “긴급출금 필요한 상황 전파해 의사 결정받을 목적”
긴급 출금 직전 문찬석 부장에게 전화한 이유와 관련해선 “긴급 출금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 상황을 전파해 의사 결정을 받을 목적이었다”며 “문찬석 부장이 나서지 말자고 한 것으로 상황은 끝났다”라고 밝혔다. 그러던 사이 이규원 검사가 2013년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사건으로 긴급 출금을 강행한 데 이어 유령 사건번호(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로 사후 승인을 받으려 했다는 건 몰랐다는 게 김태훈 과장의 입장이다.
자신이 전화를 걸기 며칠 전 문찬석 부장이 이응철 연구관에게 “이규원 검사의 출국금지 요청을 들어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몰랐다는 설명이다.
“이성윤 반부패부가 기조부에 출금 부탁도”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유령 내사 사건번호로 사후 승인을 받은 것과 관련 이성윤 부장이 3월 23일 오전 서울동부지검 측에 “내사사건 번호를 추인해달라”고 회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불법 긴급 출금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당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접수한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는 이규원 검사와 김태훈 과장뿐만 아니라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차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 고위 간부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 이규원 검사와 연수원 36기 동기로 같은 로펌에서 일해 친분이 있던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