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8/39524223-b160-4ce1-90a5-ea598bdcfb83.jpg)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등 지명
블링컨·번스·파워 등 '오바마 사람들' 대거 복귀
바이든 인수위가 전날 미 국제개발처장(USAID)으로 지명한 서맨사 파워 전 유엔대사는 오바마 정부 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했던 인사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시험 직후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 통과를 이끌어냈다. 제야 민간안보·민주주의 및 인권 담당 차관 지명자도 오바마 정부의 존 케리 국무부 장관 밑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담당했다.
이날 발표로 차기 미 정부의 굵직한 외교ㆍ안보 포스트들도 윤곽을 갖췄다. 일찌감치 인선이 발표된 앤서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커트 캠벨 아시아 정책 총괄(아시아 차르), 윌리엄 번스 CIA 국장 등을 비롯해 ‘바이든 팀’에 한반도 정책에 오랜 경험이 있는 외교 베테랑들이 전진 배치됐다. 이들은 모두 '한반도 빠꼼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북핵과 북한 상황은 물론 한국의 국내 정치와 한·일 간 복잡한 정서까지 잘 안다. 빠꼼이들의 귀환은 한국 정부로선 한반도 상황을 다시 공부시켜야 하는 부담을 더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북한과 한반도를 이미 잘 알고 있어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듯이 상대할 수는 없는 부담감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 한반도 베테랑들은 '트럼프와 차별화'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북미 직접 대화를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와 입장 차가 예상되는 이유다.

조 바이든 美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바이든팀, ‘북한=불량국가’ 인식
아시아 정책을 총괄할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16년 발간한 저서 『피벗: 미국 아시아 전략의 미래』 한반도 파트에서 북한을 “놀라운 번영의 중간에 있는 시대착오적 존재”이자 “세계에서 가장 퇴보한 국가들 중 하나”로 묘사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화약고인 만큼 미국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오바마 정부 때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6자회담을 담당했고, 상대적으로 대북 유화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번스 CIA 국장 지명자 역시 지난달 아시아소사이어티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세 차례 회담 시도도 의미는 있지만, 김정은은 가까운 장래에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번스는 이란핵협상(JCPOA) 과정에서 ‘백 채널’로 비밀 협상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다. 향후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무협상 중시…文정부와 긴장 소지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2018년 북·미 첫 정상회담 무렵 두 차례의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이란핵합의(JCPOA)가 담고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의 사찰ㆍ검증 문제는 북한이 역대 협상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사안들이다.
또 이들 외교안보 참모들은 공통적으로 한반도 문제 뿐 아니라 중국·이란 등 미국의 대외 문제 전반을 다뤄왔다는 특징이 있다.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짤 때 반드시 북한 문제가 최우선이 되진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이달 3일(현지시간)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군축협상인 ‘뉴스타트 조약'과 관련해 “우리가 취임한 지 2주가 조금 지나 만료되기 때문에 곧바로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란 역시 우라늄 농축도(JCPOA상 3.75% 한도)를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통상 한반도 정책 담당인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나 대북특별대표는 이번 인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자리들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할 마지막 퍼즐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임기 마지막 해를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가 조급하게 대북 정책에서 성과를 내려했다간 바이든 정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에선 문 정부의 시간표를 의식한 발언이 벌써 나오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올해 성사돼야 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에 앞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남북협력 드라이브를 위해 “(대북)제재의 적극적 해석”을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앞선 언론 기고에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이 파기한 (6자회담의)2005년, 2012년 약속보다 모호한 언어였다”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북한을 이미 경험해 봤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게 오히려 정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ㆍ김홍범 기자 uu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