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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의 함께 다르게] ‘국고 탕진’이 아닌 희망을 말해야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새해 벽두부터 격돌했다. 국민의 혈세로 모인 수 조원의 나랏 돈 사용을 두고 한쪽은 국민 모두에게 나누어주자고 하고, 다른 한쪽은 고통의 무게를 고려한 선별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두고 정세균 총리는 ‘단세포적 논쟁’이라고 몰아붙였다. 4차 재난지원금 이야기다.
 

재난을 희망으로 바꾸려면
시장 살리고 돌봄사회 구축해
민주주의·경제성장 이뤄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논의 자체가 가위 ‘단세포적’이다. 그저 당장의 지원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골몰할 뿐, 이들에겐 재난 시대에 국민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의 특성이나 국가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지원의 범위는 사실상 고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미래 비전에서 마련되어야 함에도 말이다.
 
인간은 고통이 지속되면 이를 벗어나려 혼신의 힘을 쏟는 법이다. 그 과정에서 고통의 근원을 찾고 안전과 생존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려 노력하게 된다. 이처럼 고통에는 ‘부정의 긍정성’이 있다. 과거 대공황에 따른 자본주의 수정의 역사가 그랬고, IMF 금융위기 당시 대기업 경쟁력 강화에 국가가 앞장섰던 경험도 그러하다.
 
이러한 노력은 젖혀두고 선심성으로 모두에게 고통 완화 주사를 놓아주는 것은 아픔을 잠시 늦출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이는 마약과도 같아 잠시 현실을 잊게 할 수는 있어도 이내 더 큰 부작용과 중독을 초래할 뿐이다.
 
국민적 고통과 아픔을 긍정적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돌봄이 충만한 사회가 구상되어야 하다. 이는 단순한 지원 범위의 논의에서 벗어나 사회를 유지하고 정의를 지키며 심화되는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미래로 나갈 수 있는 돌봄 제도를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다. 즉, 재난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노약자와 아동 및 취약 분야와 계층, 의료·보건·오염 등 국민의 안녕 및 행복에 관련된 분야, 육아와 교육 및 신뢰와 같은 사회적 토대를 만드는 일에 대한 선택적 집중 지원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함께 다르게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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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코로나19 방역으로 학교가 1년 가까이 멈추어서면서 집에 갇힌 아이들과 교육 격차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작은 휴대폰과 혼자 하는 온라인 수업은 가정형편의 보조에 따라 너무나 큰 격차를 일으키고 있다. 더하여 끼니를 제때 챙기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의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정말로 긴급교육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이미 비대면 소통이나 물류 산업은 기대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그 이점은 기존의 산업과 국민의 삶 속에 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오늘의 비대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서 지능정보사회의 급진전 속에서 경제의 비전과 시장의 내일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소유의 권리를 강화하며 성장산업을 지원하고 세금을 인하하는 등의 시장 활성화와 희망을 지원하는 일도 포함할 것이다.
 
이러한 고통의 ‘부정의 긍정성’과 미래를 고려하는 지원책은 재난의 시대에 국민들에게 평안을 주고 우리 사회의 내일을 여는 토양이 될 것이다. 이는 포퓰리즘 정치를 멈추게 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며 시장을 이루는 주체들 사이의 협력에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재난지원금의 긴급수혈을 논의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책무다.
 
그저 모든 국민에게 국고로 고통을 일시적으로 덜어준다는 발상은 결국 수 조원의 빚으로 현금을 푸는 국고 탕진에 가깝다. 현금성 보편 재난지원금이 큰 효과가 없음은 이미 국내외로 입증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KDI는 1차 재난지원금이 전체 투입예산의 30% 내외의 매출 증대효과는 있었지만 추후에는 피해업종과 피해 정도에 맞춘 선별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또한 미국 경제학자들의 시선(미국 경제학회 2020) 또한 현금의 보편적 배포 방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지금처럼 고통 완화만 외치며 미봉책을 이어갈 경우, 2022년 국가채무는 1070조3천억으로 GDP 대비 50% 이상이 된다고 기획재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은 밝히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작인 2017년에 비해 410조원이 더 늘어나는 것이며, 결국 내일의 우리와 미래 세대가 져야 할 무거운 짐이다.
 
비전 없는 국고 탕진은 진통제나 마약으로 국민의 고통을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선거용 선심 정책이라 비난받을 만하다. 안타까운 역사의 멈춤 현장에 서 있는 우리는, 깊이 있는 현실 인식으로 대책을 말해야 한다. 국민은 내일의 희망을 가꾸고 싶어한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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