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확진에도 환자를 돌보려 병원근무를 자원한 재활원 교사. 사진 본인제공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의 한 재활원에서 생활하던 지적장애인 A씨(40대)가 갑자기 열이 났다. 체온이 40도 가까이 올랐다. 몸의 중심을 잃어 걷지 못할 정도였다. 재활원 측은 황급히 그를 가까운 임시선별검사소로 데려가 검사받게 했다. 같은 숙소를 쓰던 다른 장애 거주인, 교사 등도 함께였다.
크리스마스의 확진
재활원 김모(31·사진) 교사도 지난해 성탄절 확진됐다. 그는 무증상이었다. 송파구청은 김 교사를 생활치료센터로 배정했다. 하지만 김 교사는 재활원으로 가길 원했다. 본인도 코로나19 환자지만, 다른 장애 환자가 눈에 밟혔다고 한다. 돌봄 공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설치된 임시선별진료소 모습. 중앙포토
생치센터 대신 코호트 격리
하지만 장애 환자가 한두 명씩 증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평소 앓던 기저질환(지병) 등의 영향이 컸다. 결국 1일 재활원 감염 환자 17명이 코로나19 거점병원인 경기도 평택 박애병원으로 옮겨졌다. 와상, 신체부자연, 지적장애 등 환자였다. 20~30대, 80대 연령도 다양했다.
사정이 이처럼 다급해지자 김 교사는 이번에는 박애병원 입원을 자원했다. 두 명의 동료교사도 손 잡았다. “도저히 거주인들만 보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장애를 가진 코로나19 환자는 돌봄 손길이 더욱 절실하다. 병상 안에서 욕창을 방지하려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줘야 한다. 식사부터 샤워, 대·소변 기저귀 갈기까지 신경 써야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의료진들이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요양병원 확산에 간병인 부족할 때
세 명 교사는 밤에 2시간씩 쪽잠을 자며 재활원에 온 환자 17명을 차례차례 돌봤다. 흔한 병실 사진 한장 찍을 여유도 없었다고 한다. 5곳 입원실을 오갈 때 마스크를 더욱 단단히 쓰고, 손 소독에 특히 신경을 뿐이다. 덕분에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증상에도 버텨
김 교사는 “자원했지만 저도 코로나19 환자다 보니 불안감에 피로감까지 무척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솔직히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치료병원 지정된 경기도 평택시 박애병원 전경. 중앙포토
음성 판정에도 병원 남아
퇴원 환자들은 수도권의 한 펜션에서 당분간 지낸 뒤 다시 재활원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박애병원 "감사할 따름"
김병근 박애병원장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교사들의 헌신·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