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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새벽 최정례 시인 별세

시인 최정례씨가 16일 새벽 지병으로 별세했다. 66세. 1955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등단 30주년에 맞춰 지난해 펴낸 『빛그물』까지 모두 일곱 권의 시집을 냈다. 미국의 초현실주의 시인 제임스 테이트의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고인은 현실 안주, 시류와 타협하기를 거부한 시인이었다. 시집까지 낸 등단시인이었으나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산문이 어디까지 시가 될 수 있는지, 그 경계를 탐문한 산문시 작업도 고인 고유의 영역이었다. 지난해 중반 발견한 희귀 혈액질환도 고인을 막지 못했다. 마지막 시집이 된 『빛그늘』은 투병 병상에서 매만진 작품집이었다.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며 항암 치료를 받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페이스북에 투병 상황을 소상히 전하며 꿋꿋한 모습이었다.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새해 인사 동영상 파일을 마지막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고인의 시 세계는 흔히 '시치미 떼기' 혹은 '에둘러 말하기'라는 시적 태도로 요약된다. 상처와 불행을 "천연덕스러운 위트와 아이러니한 시선 비틀기를 통해 일정한 거리 두기의 대상으로 반복·변주"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함돈균)
 
 2015년 미당문학상 수상작인 '개천은 용의 홈 타운'에서도그런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용은 날개가 없지만 난다. 개천은 용의 홈 타운이고, 개천이 용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날개도 없이 날게 하는 힘은 개천에 있다. 개천은 뿌리치고 가버린 용이 섭섭하다? 사무치게 그립다? 에이, 개천은 아무 생각이 없어, 개천은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을 뿐이야." (부분)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혹은 나오지 못하는 현실의 비틀기다. 
 고인의 2011년 시집 『캥거루는 캥거루이고 나는 나인데』에 실린 '벙깍 호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오늘 작가회의로부터 이상한 문자를 받았다. 시인 최정례 부음 목동병원 영안실 203호 발인 30일. 평소에도 늘 받아 보던 문자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었고 내 이름이었다."
 이런 구절을 남긴 시인의 농담 같은 마지막이다. 
 오장환 문학상, 백석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이수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 『내 귓속의 장대나무숲』 『레바논 감정』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 18일 오전 6시.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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