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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권한 다툼에만 치중, 경찰 책임수사 역량 의문”

‘한 지붕 세 가족’ 경찰 시대 과제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이 열렸다. 김창룡 경찰청장(왼쪽 네 번째)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왼쪽 두 번째) 등이 참석했다. [뉴스1]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이 열렸다. 김창룡 경찰청장(왼쪽 네 번째)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왼쪽 다섯 번째),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왼쪽 두 번째) 등이 참석했다. [뉴스1]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7년 만에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등 경찰은 2021년 큰 변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우선 경찰은 1차 수사 종결을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경미한 사건의 경우 검찰 지휘 없이 경찰은 자체 판단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경찰은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수사 지휘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판단한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고소·고발 사건의 접수와 처리도 달라진다. (부속기사 참조)
 

국가·자치·수사 지휘계통 분리
“정인이 사건 수사 실패 납득 안돼”
경찰대 출신 표창원, 친정에 쓴소리

시민들 “과거와 바뀐 게 뭐냐” 성토
자체 수사종결권에 우려 목소리

일선 순경에 권한 주는 개혁 필요
국가수사본부장 청문회 주장도

또 올해부터는 경찰 사무는 국가, 자치, 수사 사무 지휘 계통이 분리됐다. 국가 사무는 경찰청장, 자치사무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수사 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 지휘·감독을 받는 식이다. 과거 경찰청장이 경찰의 모든 사무를 총괄 관장하던 시대에서 사무에 따라 지휘 책임자가 분리되는 한 지붕 세 가족 경찰 시대가 열렸다.
 
◆정인이 사건으로 신뢰 추락=올해부터 경찰은 독자적 수사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수뇌부를 비롯한 내부에선 한껏 기대에 부푼 분위기였다. 하지만 새해 초부터 터져 나온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은 이런 경찰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정인양이 사망하기 전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5, 6, 9월) 접수했다. 하지만 학대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번번이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하거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이 조금만 더 치밀하게 들여다봤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경찰의 자체 수사종결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에서부터 “경찰 개혁한다더니 과거와 바뀐 게 도대체 뭐냐”는 성토가 끊이질 않는다.
 
표창원

표창원

수사종결권 문제와 관련해 경찰대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과거와 달리 경찰은 제도적으로는 선진국형의 자율성을 가진 경찰 조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책임수사를 위한 준비를 잘해 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경찰 조직을 향한 쓴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권한이 커진 만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수사 역량을 가지고 책임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인이 사건’의 수사 실패는 책임수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례”라고 했다. “검찰과의 경쟁과 권한 다툼에만 치중하다 보니 경찰 내부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본질적인 개혁에는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것이 표 전 의원이 비판하는 핵심 내용이다.
 
책임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기구에서 내사 종결 사건 등에 대한 심의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감시가 아니어서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인사청문회 없는 국가수사본부장= 국가수사본부는 국가·자치·수사로 분리된 경찰 사무 중 수사를 총괄한다. 테러와 재난, 시위 등을 전담하고 3만여 명의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등 수사 분야의 거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기구다. 수사국·형사국·사이버수사국으로 구성되고 3년 뒤부터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된다. 이런 막강한 조직의 수장이 국가수사본부장이다.
 
경찰청은 지난 1일 국가수사본부장 공개채용 계획을 공고했다. 10년 이상 수사 경력을 갖춘 3급 이상 공무원 또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출신,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판검사 또는 변호사 등이 대상이다. 종합심사를 거친 후 경찰청장의 추천과 행안부장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표 전 의원은 “국가수사본부장은 대한민국 전체 범죄 수사의 방향 설정과 함께 이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고 있어 어쩌면 공수처장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리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장은 제한된 대상의 수사만을 책임지는 데다, 여야 정치권이 주시하는 상징적 자리라 개인적 역량을 발휘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창무

이창무

표 전 의원은 이어 “국가수사본부장은 외부 압력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하고 정치적으로도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정권 핵심부나 특정 세력과 가까운 인물은 배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창무 중앙대학교 보안대학원 원장도 “수사의 공정성과 권한남용 우려를 불식할 인물 선정이 중요하다”며 “경찰개혁위원 시절만 해도 위에서 이런저런 오더가 많이 내려오더라. 무엇보다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경찰이 외부 특히 정치권 입김에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인사가 초대 국수본부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일각에선 국가수사본부장도 공수처장처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가수사본부장은 인사청문 대상은 아니다. 경찰 출신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국가수사본부장을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하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은 “국가수사본부장을 국회 인사검증 절차 없이 대통령이 바로 임용하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경찰 수사의 컨트롤타워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만큼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경찰 내부 개혁은 빠져=‘정인이 사건’을 본 한 아동학대 사건 담당 경찰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은 화제가 됐다. 이 경찰관은 “학대로 판단해 부모와 아이를 분리했는데 민원과 고소 남발로 2년을 쉬게 됐다”며 “그때 나를 감싸주는 윗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썼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경찰 관계자도 “일선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싶어도 혹시 모를 피해를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찰 말단에서부터 책임수사를 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개선과 인사 개혁도 뒤따라야 하는데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창무 원장은 “현장을 뛰는 경찰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재량권이 부족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며 “업무 수행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소송이 제기되면 일선 경찰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고 내부에서 도와주는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총을 쏘지 말고 던져서 범인을 맞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표 전 의원은 경찰인사와 조직구조 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수사, 범죄예방, 범죄자 진압의 권한은 말단 순경에게 있어야 하는 것이 국제적 기준이다. 영국, 미국 등 국가들도 그렇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로 계급이 낮으면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웠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경찰 조직 전체가 승진에만 매진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도 비판했다. 표 전 의원은 현역 의원 시절 경찰청장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 때도 “범죄예방 및 범인 검거에 온몸을 바치는 일선 경찰들은 승진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며 “업무보다는 승진시험에만 매달리는 경찰관들이 성공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검찰, 6대 범죄만 수사…일반 고소·고발은 경찰이 처리
이제 웬만한 고소·고발장은 관할 경찰서로 접수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범죄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본 고소인이나 제3자인 고발인은 고소·고발장을 검찰이나 경찰 중 아무 곳에나 접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종류가 구분돼, 고소·고발장 접수 단계부터 범죄의 종류나 이득 가액 등에 따라 수사할 기관이 정해진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앞으로 검찰이 손대는 직접 수사는 6대 범죄에 한정된다. 검찰이 담당하는 6대 범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이다. 여기에 ▶경찰공무원 범죄 ▶이들 범죄 및 경찰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인지 범죄로 제한된다. 만약 이전처럼 검찰청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하더라도 위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사건 접수가 반려되거나 경찰로 서류가 이송돼 수사가 진행된다.
 
그렇다고 모든 경제·부패 범죄를 검찰이 수사하는 건 아니다. 부패범죄 중 ▶뇌물수수죄의 경우 받은 뇌물 합계액이 3000만원 이상일 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나 변호사법 위반죄,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경우 수수액 합계가 5000만원 이상일 때만 검사가 직접 수사한다. 경제범죄는 ▶사기·횡령·배임 등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 이득액 5억원 이상의 범죄만 검사가 수사할 수 있고 ▶조세 포탈의 경우도 특가법이 적용되는 포탈세액 등이 연간 5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검사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나머지 경제·부패 범죄는 경찰 몫이다. 고위 공직자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이나 구체적 단서가 나오면 검·경은 각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사건을 통보하고 공수처 요구에 따라 사건 전체를 넘기게 된다. 따라서 중대한 부패 사건 등은 공수처, 검찰, 경찰 상호 간의 유기적 협조와 소통이 중요하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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