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사진작가 이광기씨의 아들 석규가 생전에 그렸던 아빠 얼굴을 바탕으로 디자인 된 아이티 기부 티셔츠 도안(왼쪽)과 이들 부자의 단란했던 모습. [사진 다연출판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5/2e97507f-aa5e-43a5-b718-360b2a4f5fb6.jpg)
배우 겸 사진작가 이광기씨의 아들 석규가 생전에 그렸던 아빠 얼굴을 바탕으로 디자인 된 아이티 기부 티셔츠 도안(왼쪽)과 이들 부자의 단란했던 모습. [사진 다연출판사]
신종플루로 아들 석규 잃고 자원봉사 눈 떠
12년 만에 슬픔 다독인 자전 에세이 펴내
"코로나로 힘든 분들께 공감·위로 됐으면"
이씨가 이를 발견한 건 아들 사망 이듬해인 2010년 카리브해 아이티 대지진 현장에 자원봉사 가기 직전이었다. 현지 아이들에게 줄 옷가지, 학용품 등을 챙기다 이를 보고선 그대로 껴안고 오열했다. 그리고선 생각했다. ‘이 그림을 티셔츠에 디자인해서 선물하자.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아빠와 함께 있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거야.’ ‘LOVE&BLESS(사랑&축복)’라는 문구와 함께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 200벌이 아이티 아이들에게 건네졌다. 마치 석규를 다시 만난 듯, 그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껴안으며 차오르는 눈물을 닦았다.
![2010년 31만 여명이 사망한 아이티 대지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광기씨 모습. 그는 전해 신종플루로 일곱살 아들 석규를 세상에 떠나보낸 뒤 아이티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술회했다. [사진 다연출판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5/a09e3680-90f1-4130-b4f8-667b96424fa4.jpg)
2010년 31만 여명이 사망한 아이티 대지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광기씨 모습. 그는 전해 신종플루로 일곱살 아들 석규를 세상에 떠나보낸 뒤 아이티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술회했다. [사진 다연출판사]
![2010년 아이티 대지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광기씨가 선물한 티셔츠를 아이들이 입고 있는 모습. 전해 신종플루로 사망한 일곱살 아들 석규가 그린 아빠 그림을 도안으로 했다. [사진 다연출판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5/436ff400-80a7-436b-855d-a576e2f5a4e9.jpg)
2010년 아이티 대지진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이광기씨가 선물한 티셔츠를 아이들이 입고 있는 모습. 전해 신종플루로 사망한 일곱살 아들 석규가 그린 아빠 그림을 도안으로 했다. [사진 다연출판사]
“실은 오래전부터 생각했는데, 용기가 안 났어요. 아이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나고…. 그러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길을 헤매고 있으니 제가 겪은 걸 나눠보자는 일종의 소명의식이 생겼어요. 감염병 때문에 잃어버린, 평범하고 작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길 바랍니다.”
![이광기씨의 아들 석규가 생전 아빠를 그렸던 그림(오른쪽)과 이씨가 책에서 이를 술회하고 있는 글귀. [사진 다연출판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5/83e2d3a0-b384-4410-8986-a8e685feca03.jpg)
이광기씨의 아들 석규가 생전 아빠를 그렸던 그림(오른쪽)과 이씨가 책에서 이를 술회하고 있는 글귀. [사진 다연출판사]
아들의 사망 신고를 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날아온 취학통지서, 부모 앞에서 침착하던 첫째 딸 연지가 남몰래 침대에서 동생을 그리워하며 울던 모습, 아이가 구천을 헤매지나 않을까 상심하며 차 엑셀레이터를 미친 듯이 가속했던 밤 등을 토막토막 써내려갔다. “왜 내 아이어야만 하나?” 하는 원망과 슬픔에 짓눌린 시간이었다.
그걸 바꿔놓은 게 아이티 대지진 자원봉사다. 31만 여명이 사망한 참혹한 현장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던 어느 날 밤 꿈에 아들이 나타났다. 떠난 지 100여일 만에 환한 모습으로 아이가 말했다. “아빠, 내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세요.” 비로소 그는 깨달았다고 한다. ‘세상에는 나만 아픈 게 아니다. 나보다 더 힘든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았다. 앞으로 이 아이들을 도와줘야겠구나!’(101쪽)
그렇게 시작된 아이티와의 인연은 폐허 위에 학교를 지어주는 데까지 이르렀다. 월드비전과 서울옥션이 함께 한 ‘자선 미술 작품 경매’를 통해 구호기금 1억여원을 마련해 2012년 페티옹빌이라는 지역에 ‘케빈 스쿨’을 열었다. 케빈은 석규의 영어 이름. 이후 매년 아이티를 방문해 자라나는 아이들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해왔다. 다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고, 방역 구호기금을 모금해 전달했다고 한다.
![2014년 EBS '글로벌 프로젝트 나눔' 프로그램 참여차 케냐의 다답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 이광기씨 모습. [사진 다연출판사]](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5/90c2be9b-9587-4375-8cda-8392dec3bd9e.jpg)
2014년 EBS '글로벌 프로젝트 나눔' 프로그램 참여차 케냐의 다답 난민촌을 방문했을 때 이광기씨 모습. [사진 다연출판사]
요즘은 유튜버·미술컬렉터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씨는 고교시절인 1985년 드라마 ‘해돋는 언덕’으로 데뷔해 30여 년간 ‘태조 왕건’ ‘정도전’ 등에 출연했다. 책 후반부엔 “요즘 드라마 왜 안 해요?” 같은 질문에 난처해하는, 대중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밀려난 중견연기자로서의 솔직한 심정도 담았다. 이번 책의 수익금 전액은 기부된다. 절반은 월드비전을 통해 소외지역 학교 건축기금으로, 나머지는 청년작가들을 위한 영상아카이브 구축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