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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익공유제? 혁신 성장판 닫겠단거냐" 들끓는 IT업계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대문 시장 인근 거리에 폐업한 식당 입구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대문 시장 인근 거리에 폐업한 식당 입구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만약 안 하겠다고 하면 ‘나쁜 기업’으로 찍히는 거잖아요.”

 
IT 기업 한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데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벌어진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취지라지만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의 IT 기업은 사람으로 치면 아직 청소년기인데, 이런 외풍에 ‘성장판’이 닫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글부글 끓는 IT·플랫폼 업계
투자·혁신한 대가 인정해야 하는데
반강제적 이익환수 부작용 클 것
“이익으로 고용 늘리는게 선순환
선거 도움되는 정책만 생각하나”

 
IT·플랫폼 업계가 연초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민주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13일 당내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에서 “이익공유제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을 방치하지 않고 연대·상생의 틀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보완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경제시대 적합한 상생협력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를 봐달라는 것이다. 
 
이후 IT·플랫폼 산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익명을 요구한 IT 유관단체 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나 강제하는 분위기는 과하다”며 “국내서 사업하는 구글·아마존에도 이익 공유하라고 할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한국 기업들만 ‘자발적 기부’를 강요받을 것이란 얘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IT·플랫폼 업계의 반발은 부작용의 폐해가 취지의 선의보다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의 이익이 코로나19 때문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수혜 업종으로 거론되는 배달 앱만 해도 지난 10년간 기술·서비스 개발, 마케팅 등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자했다. 배달 앱을 통한 거래액(주문액) 규모는 수조원대지만, 앱 운영 업체들은 여전히 적자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리스크를 안고 투자해 혁신한 대가를 회수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구글의 앱마켓 30% 수수료(2008년 출시)도, 그간 구글이 대가를 충분히 걷어갔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요구가 힘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가 과도하다면 정부의 조정은 필요하지만, 직접 시장개입이 아니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반강제 이익환수' 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고,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다면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 선순환을 유도해야 하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선심성 대책을 추진해 이런 선순환을 차단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까지 1만 3700여명을 신규 채용해 직원수 4만명을 돌파했다. 삼성·현대차에 이은 고용 빅3다. 전체 벤처기업 일자리도 66만7699명(2020년 6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4.3% 늘었다. 한 IT 기업 임원은 “수익을 냈다면 법인세를 많이 내고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게 기업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코로나19 이후 격변할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 대신 지금 당장 선거에 도움이 되는 정책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모바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빅테크 모바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간 IT 기업이 자율적으로 펼친 상생 노력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광고비 환원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으로 788억여원을 썼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3~6월 오프라인 가맹점주 대상 수수료를 전액 무료로 지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10만원 상당의 캐시를 지급했다. 네이버는 기부금과 소상공인 스마트주문 결제 수수료 지원 외에도 공적 마스크 지도, 전자출입명부 QR코드, 학교용 동영상 음성 더빙 등 필요한 IT 인프라도 무료로 제공했다. 유효상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만약 코로나19 상황에서 IT·플랫폼 기업이 없었다면 거리두기 등 정부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협력이익공유제’에서 출발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회사와 함께 창출한 이익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정부는 인센티브를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2006년 도입된 ‘성과공유제’를 위·수탁 관계 기업으로 제한하지 않고, 협력 기업 전반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8년 11월 도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는 재계 반발에 밀려 법제화엔 실패했다. 
협력이익 공유제 유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협력이익 공유제 유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IT 업계에선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과거 발언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 초과이익을 동반성장기금으로 조성하자’는 방안을 내자, 당시 이 회장은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정면 비판했다. 한 IT 기업 임원은 “10년 전에 비해 지금 뭐가 달라진 거냐”고 말했다.

 
박민제·심서현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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