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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00만표 얻은 트럼프 탄핵···고민하는 펜스, 속내 모를 폼페이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임기 내내 그의 곁을 지켰던 친(親) 트럼프 인사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선택의 기로 서는 트럼프의 사람들

“트럼프는 졌지만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은 지지 않았다”는 게 미국 대선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을 뿐, 7400만표(47%)를 득표하며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최다 득표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정치 행보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칠 영향력이 크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위)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위)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고민하던 펜스…일단 트럼프 방어

현직 부통령이자 당연직 상원의장으로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두고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박탈을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서한을 보내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이) 국익에 최선이라거나 헌법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가의 명운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적 게임을 벌이려는 하원의 노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두고 말을 아꼈던 그가 일단 '트럼프 방어'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4항을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내겠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4항을 발동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직무를 박탈하라는 ‘최후 통첩’을 보내겠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이 메시지를 보내기 직전인 지난 11일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회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두 사람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남은 임기 동안 미국을 대표해 일을 계속할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바른생활 사나이, 트럼프와 차별화 숙제

이 회동 전까진 펜스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이 촉발되는 모양새였다. 실제로 펜스 부통령이 지난 의회 난입 사건과 당시 이를 조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실망했고 이 때문에 CNN 등 일부 언론은 펜스가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 중에서 대선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역정을 냈고, 이 중엔 펜스도 포함됐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은인인 트럼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전국구 정치인’은 아니었던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했던 이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년 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이 재선에 나서지 않고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펜스 부통령 입장에선 트럼프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5월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마이크펜스 부통령과 함께 크루 드래건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5월 30일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마이크펜스 부통령과 함께 크루 드래건의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2024년을 위한 야망을 키우려면 언젠간 트럼프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한다. 트럼프와 측근을 다룬 기사로 2018년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NYT)의 매기 해버만은 지난해 8월 펜스에 대해 “트럼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2024년을 바라보고 있다”고 썼다. 펜스 부통령은 우직한 기독교인으로 부인이 없으면 다른 여성과 밥도 먹지 않는다는 ‘펜스 룰’의 저작권자인 ‘바른생활 사나이’다. 정통 공화당 노선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는 성향이 다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맞지 않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도 자청해서 맞으면서 조금씩 차별화 노선을 타고 있다.
 

‘예스맨’ 폼페이오, 의사당 난입엔 비판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2018년 한인 풀뿌리대회에 참석한 텍사스주 대학생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상원에서 대선 결과 인증거부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JTBC 이광조 촬영기자]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2018년 한인 풀뿌리대회에 참석한 텍사스주 대학생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상원에서 대선 결과 인증거부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JTBC 이광조 촬영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또 다른 핵심 측근으로 통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향후를 고심 중이다.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장이었던 그는 내각에 머물며 대선 불복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선 어느 정도 비껴갔다. 최근에는 쿠바 테러지원국 재지정, 대만과 관리 간 접촉 금지 해제 등 외교 정책 노선에 ‘대못 박기’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두고선 “오늘 본 미국은 최악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정권 내내 ‘예스맨’이라고 비판받을 정도로 트럼프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평가받았지만,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정통 공화당원인 그가 선거 사기 주장에 동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폼페이오 장관은 퇴임 후 하원의원을 지냈던 캔자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향후 주지사나 상원의원 등의 출마를 고려하는 그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정책을 막판까지 추진하면서도 의회 난입엔 비판적이었던 그가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오리무중이다.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대선 불복을 놓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동안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선명하게 트럼프 지지층 흡수에 나섰다.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사당 건물해 난입, 로턴다홀에서 미국 국기를 흔들며 소동을 피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사당 건물해 난입, 로턴다홀에서 미국 국기를 흔들며 소동을 피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한 주(州)들의 선거 결과에 대한 열흘간의 긴급 감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주들의 선거인단 투표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하며 바이든 당선자 인증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텍사스주 법무부 차관보를 지낸 엘리트로 2016년까진 트럼프와 대권 후보를 놓고 다퉜던 당내 경쟁자였다. 그러나 2018년 중간선거에서 크루즈가 지역구 텍사스에서 재선이 어려워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 방문해 당선을 도운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가까워졌다. 크루즈가 현재 대선 불복에서 앞장서는 이유는 트럼프 지지층의 위력을 실감했고 차기 대선 출마에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있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코 등의 분석이다.
 
남은 문제는 트럼프의 재선 도전 가능성이다. 민주당은 13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쳐 트럼프의 재선을 막을 계획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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