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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외주 정당’에 미래는 없다

이정민 논설실장

이정민 논설실장

4월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둔 야권이 ‘안철수’라는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안 대표(국민의당)의 느닷없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이후 단일화 논란이 다른 이슈를 삼켜버렸다. 대선 직행을 외쳐온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12월 중순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고, 4월 보선에서 야당 승리를 바라는 여론이 높아지는 흐름이 굳어지던 시점이란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동산·민생 정책 실패와 편 가르기, 독단·편파적 국정 운영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임기 말 레임덕 징후다. 신년 들어 더 뚜렷해져, 지난주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집권 후 최고점을 찍었다(한국갤럽 55%,리얼미터 61.2%).
 

안철수 블랙홀에 빠진 제1야당
당 밖에서 인물 찾는 ‘외주 정치’
노풍 부른 2002 국민경선 참고할만
인물난 탓 말고 멋진 경선판부터

게다가 도토리 키재기 수준인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에 비해 안 대표 지지(24.9%,리얼미터)는 압도적이랄 수 있다. 안 대표로서는 정치 입문 10년 만에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다. 그러니 판을 흔들어 서울시장 보선과 대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욕심을 낼 만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2012년)·박원순 서울시장(2011년)에게 잇따라 후보를 양보하면서 얻은 ‘철수 정치’라는 오명과 ‘만년 3등’(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이라는 비아냥을 떨쳐낼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여론의 추도 급격히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 4월 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여론(52%)이 여당 승리(37%,이상 1월 8일 한국갤럽 조사)를 압도한다. 20%대로 진입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상승세다(일부 조사에선 민주당을 추월). 한 정치학자는 “탄핵당한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것은 대안만 내세우면 탄핵 세력을 지지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라고 해석했다.
 
정권에 염증난 국민이 정권교체로 선회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시사한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힘은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 경선 일정도 확정 짓지못한 채 우왕좌왕하면서 앞다퉈 안 대표에게 달려가기 바쁘다. 내부 경선은 시작도 하기 전에 설익은 통합을 제안하고(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건부 출마를 제의한 것(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 공학만능적 사고이자, 무기력증에 빠진 만년 ‘외주(外注) 정당’의 민낯이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 스스로 체질을 바꾸고 자강(自强) 노력을 하기보다 당 밖으로 눈을 돌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게 그간의 생존방식이었다. ‘외주의 고착화’다. 지난 총선이 절정이었다. 당내에 인물이 없다는 이유로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의 2인자(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간판으로 내세워 폭망했다. 그 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야권이 분열돼 3자 구도가 되면 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란 불안과 우려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럴수록 더 커 보이는 남의 떡에 군침 흘릴 게 아니라 혁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게 정상적 사고다.
 
‘노무현 돌풍’의 진원지가 된 2002년의 민주당 경선을 벤치마킹해볼 법하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지지율 1%대의 꼴찌 후보였다. 그랬던 그가 민주당 후보에 이어 대통령 당선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국민 참여 전국 순회 경선 방식에 있었다. ‘16부작 주말 드라마’로 불렸던 전국 순회 경선의 세 번째 무대 광주에서 노 후보가 대세론에 안주하던 이인제 후보와 DJ(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계 적자 출신인 한화갑 후보를 따돌리고 1위를 함으로써 판을 뒤엎는 드라마가 펼쳐진 것이다.
 
당시만 해도 당원·대의원이 아닌 일반인의 후보 경선 참여를 허용하는 건 도박에 가까웠다. 그러나 누구나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을 민주당 안으로 끌어모을 수 있었고, 전국을 도는 지역별 경선으로 조직·자금 동원 능력보다 인물·정책 대결을 부각할 수 있었다. 이를 정치 공학의 승리쯤으로 폄훼하는 건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형식 파괴뿐 아니라 ‘국민 참여’라는 시대정신을 담아낸 것이 성공의 요체였기 때문이다.
 
“형식 없는 내용은 맹목적이고,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다”고 한 칸트의 말처럼 내용과 형식은 서로를 규정한다.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를 견인하듯, 내용이 달라지면 형식의 외피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국민의힘은 인물난을 탓하기 전에 어떻게 경선을 성공시킬 것인지부터 고민하라.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 안팎의 후보들로 멋진 경선판부터 만들어보라. “계속 간만 본다. 유감스럽다”(정진석 위원장)며 안 대표를 탓하는 건 시간 낭비다. 안 대표 지지율이 20%대의 박스권(2017년 21.4%,2018년 19.6% 득표)에 정체돼 있는 건 위기이자 기회다.
 
혁신적인 경선 시스템을 도입해 멍석을 깔아주는 게 지도부가 할 일이다. 시대정신을 어떻게 당 안으로 갖고 들어올 것인지, 지지자를 결집시킬 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땜질 처방에 급급한 ‘외주 정당’에 미래는 없다.
 
이정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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