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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공매도…당국 “재개” 개인 “상승세에 찬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3일 비상경제중앙대책 본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금융위는 11일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밝혔다.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3일 비상경제중앙대책 본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금융위는 11일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밝혔다. [뉴스1]

공매도가 주식 시장을 넘어 선거 정국까지 영향을 미칠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3월16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개인투자자·여당과 금융당국이 각을 세우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기울어진 운동장’인 공매도 재개가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동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단한 국가 한국·인도네시아뿐”
개인 ‘공매도 포비아’에 사로잡혀
보궐선거 미칠 표심에 정치논리화
“공매도 적정성 판단하는 제도 필요”

공매도처럼 개인 투자자의 미움을 받는 제도는 드물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린 뒤 먼저 판 다음 일정 기간 후 주식을 사 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해야 돈을 버는 구조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주식을 사는 투자자 입장에선 좋게 볼 수 없다. 게다가 정보력과 자금력으로 무장한 기관과 외국인을 당해낼 수 없다는 개인투자자의 좌절감도 깔려 있다. 하지만 시장의 과열 등을 막는 순기능도 있다.
 
2020년 공매도 금지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0년 공매도 금지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위 “공매도 재개”=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입장’자료에서 “금지기간 종료시 주식시장의 글로벌 신뢰도 등을 고려해 원칙대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공매도를 일시 중단했던 국가 중 이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공매도 허용정도는 각종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평가에 활용된다.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하면 국내 증시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매도의 순기능 중 하나인 가격발견기능(적정가격형성)이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공매도로 주가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기업의 실제 체력 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시장의 거품(버블)이 한 번에 터지기 보다 공매도를 통한 조정 과정을 거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장 출신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패닉셀링보다 패닉바잉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주식 시장이 뜨거운 상황에서 패닉셀링을 가정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역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매도 금지 역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동학개미 “주가하락의 촉매제”=개인투자자는 ‘공매도 포비아(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주가하락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 연합회 대표는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먹고 사는데, 공매도가 재개되면 시장에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주가 하락을 견디지 못한 동학개미가 주식시장에서 퇴장하고 한국 증시는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산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좁혀진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상태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면 경착륙이 일어나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 때인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공매도를 중단했다 재개했을 때도 주가 하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당 “공매도 재개는 당국 책임 방기”=공매도 재개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된 데는 정책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정치권의 오락 가락 행보가 있다. 공매도 재개 보름여 뒤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표심을 가늠하면서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여당의 강경입장에 당국이 휘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정무위에서 여야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인정하고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고 관련 시행령도 13일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여당은 공매도 금지 연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11일 공매도 재개에 대한 원론적인 문자를 발송하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공정과 제도적 부실함을 바로잡지 못한 채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발의해 통과시킨 법안이 미비하니 제도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나선 것이다.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 위기 시 공매도 금지의 경우 재정을 쓸 필요 없이 당국이 원하면 무한정 허용이 되는 경향이 있다”며 “3개월 마다 금지 조치의 적정성을 판단받게 하는 등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매도 개선 방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공매도 개선 방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장 난 신호등부터 고치자”=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을 봉합하고 건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시급한 것은 신뢰 회복이다. 2012년 셀트리온, 2016년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 이용 공매도, 2018년 골드만삭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등 개인투자자의 트라우마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 처벌강화 ▶시장조성자 제도보완 ▶개인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특히 불법 공매도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최대 5배의 벌금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했다.
 
박용진 의원은 “사후 처벌이 강화됐지만 사전 차단 시스템이 아직 없다”며 “신호등이 고장 난 상태에서 교통을 재개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안동현 경제학 교수는 “불법 공매도는 적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적발돼도 처벌이 매우 약했다”며 “불법 공매도 거래 중개를 담당한 증권사도 함께 처벌하는 등 처벌 수위를 올려 개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불법 공매도로 49개 회사(외국계 42곳, 국내 7곳)가 적발됐지만 누적 과태료는 94억원에 불과했다.
 
안효성·홍지유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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