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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기회 놓쳤다…9세 아이 참극 뒤 영국선 감정학대도 징역

검찰이 13일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당초 검찰은 지난달 장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날 첫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한국에선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주요국들에서 아동학대는 20세기부터 이어진 100년을 넘긴 숙제였고 뚫린 구멍을 조금이라도 더 막기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핵심은 역시 어떻게 아동학대를 막느냐다.
 

학대 사망 뒤 “12번 구할 기회 놓쳐”
아동감독관 두고 안전이사회 설치
학대 처벌 강화 ‘신데렐라법’ 제정
검찰, 정인이 양모에 살인죄 적용

아동학대 방지, 외국은 어떻게
학교·병원에서 신고 안 하면 벌금
개선 여지없는 부모는 친권 박탈
캐나다 “의심 땐 누구나 신고” 의무화
자녀 체벌은 세계 60개국서 금지

2000년 2월 영국의 한 병원에 아홉 살 소녀 빅토리아 클림비가 실려왔다.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만 128개, 장기 손상과 영양 결핍, 저체온증 상태였다. 아이는 다음 날 끝내 숨을 거뒀고 보호자인 이모할머니와 동거남의 학대 사실이 밝혀졌다. 검시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최악의 아동학대 사례”라고 진저리 쳤고 법원은 이들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주요국 아동 학대 대응 방식

주요국 아동 학대 대응 방식

클림비 사건을 조사한 레이밍 보고서는 한국의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이 정인이를 지킬 세 번의 기회를 놓친 것처럼 “클림비를 구할 수 있는 열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명시했다. 아동보호시설의 관료주의, 늦은 개입과 처리 속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정황이 발견된 건 1999년 7월. 의사는 클림비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했지만 “아이가 이 때문에 몸을 긁다가 생긴 상처”라는 보호자의 말만 듣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회복지사는 아이의 위생 상태가 우려된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이제 괜찮아졌다”는 말에 가정방문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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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감시기관의 구멍도 드러났다. 지역아동위원회는 사회복지센터와 의료기관에 관리 보호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렸지만 주말 저녁 누구도 팩스를 챙기지 않아 접수가 누락됐고 조사는 3주 뒤에나 시작됐다.
 
약 15개월 동안 380만 파운드(약 65억원)를 들여 작성한 427페이지짜리 보고서 발표 이후 영국 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분산돼 있던 보건·교육·사회서비스를 ‘아동 서비스(Children’s Service)’로 한데 모아 한 기관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각 지역에는 아동감독관을 배치하고 지역아동보호 안전보장이사회를 설치해 학교와 병원, 경찰이 협력하도록 했다. 
 
미국, 아이 혼자 두면 안 돼…청결 상태 나빠도 신고 대상 
 
레이밍 보고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었다. 이후에도 유사 사건은 이어졌고 영국 정부는 각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통해 또다시 구멍을 메우는 작업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2014년 제정된 ‘신데렐라법’이다.
 
마약중독자인 친엄마가 네 살 아들을 굶겨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물리적인 학대가 없더라도 부모가 오랜 기간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의도적으로 애정을 보이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죄로 인정해 최고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스웨덴은 가정체벌 금지법을 시행한 원조 국가다. 17세기 노예제도가 존재하던 시절부터 스웨덴에서는 가정 내 체벌을 통해 집안의 규율을 유지하는 문화가 있었다. 하인은 물론이고 아내, 자녀, 노인에게도 체벌이 있었다.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1971년 4세 소녀가 계부의 폭력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후 극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출범한 아동권리위원회는 2년간의 활동 후 79년 3월 ‘어린이와 부모법(Children and Parents Code)’ 개정안을 통해 세계 최초로 가정체벌 금지법을 내놓았다.
 
뿌리 깊은 전통인 데다 모든 부모를 범죄자로 만들고 가정을 해체할 것이라는 비판이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터져 나왔지만 스웨덴 정부는 단호했다. 이 법의 목적이 처벌을 통해 부모의 사고방식을 바꾸기보다는 부모에게 올바른 양육·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약속하면서다.
 
정부는 각 지역 양육지원센터에 상담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전문가의 조언을 담은 홍보물을 349만 모든 가정에 배포하는 등 부모 교육에 집중했다. 아이들에게 체벌 금지법을 알리기 위해 TV는 물론 우유팩에 관련 내용을 담은 만화를 실었다.
 
스웨덴 정부는 사후관리도 철저히 해 주기적으로 체벌 실태와 인식 변화를 조사했다. 법 시행 35년 만인 2014년 스웨덴 정부와 세이브더칠드런이 발간한 ‘체벌 폐지 후 35년 보고서’에 따르면 체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비율은 60년대 50%에서 2010년 10% 이하로 떨어졌다.
 
가정 내 체벌도 확연히 줄어 법 시행 이전 70년대 50%대 수준에서 80년대엔 30%, 2010년 조사에선 10% 초반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효과 덕분에 체벌 금지법은 ‘아동 체벌 금지를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0년 7월 현재 60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비폭력적인 육아 실천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고 부모가 아이의 좋은 모델이 되기 위한 에너지와 시간을 갖도록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적시했다.
 
미국은 현행법상 아동학대에 대해 엄격한 보호체계를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데 그 배경엔 강력한 국가 개입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74년 제정된 아동학대 방지 및 치유법(CAPTA)이다. 법은 학대와 방임 등 위험에 처한 모든 아동에 대한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공식적인 책임을 분명히 했다.
 
삽화=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 aseokim@joongang.co.kr

미국은 사회공동체가 아동학대를 감시하도록 했는데 대표적으로 학교·병원 관계자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여서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일례로 교사와 의사는 아동이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하거나 청결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신고해야 한다. 13세 미만의 아동이 보호자 없이 집에 혼자 남아 있어도 신고 대상이다. 주별로 처벌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신고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에 처한다.
 
아동복지체계의 핵심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Best Interest of the Child)’이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친권 보호보다 아동의 심리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드러난 후 부모에게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친권 문제에 국가가 나서서 친권을 박탈하거나 정지시킨다. 친권 보호를 강조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한국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아동학대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일부 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2세가 되기 전까지는 보호자 없이 집에 있거나 바깥에 나갈 수 없고, 신고만 접수되면 아동보호법에 따라 부모 동의 없이도 조사할 수 있다.
 
캐나다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법’을 제정하고 아동학대가 의심될 땐 누구나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벌금형 또는 구금형에 처할 수 있다.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삽화=김회룡기자aseokim@joongang.co.kr

 
아동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땐 즉각 아동보호국이 나선다. 캐나다에서도 학대 행위자의 처벌과 동시에 위기 가정에 대한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예방과 재발 방지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아동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정서적 피해, 방치, 가정폭력 노출 등으로 나누고 경중에 따라 다르게 대응한다. 위기 가정의 경우 아동과 부모를 분리해 학대에서 벗어나게 하되 상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아동의 안정적인 환경 마련을 우선한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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