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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러운 일" 박원순에 귀띔한 젠더특보, 징계없이 임기종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실종 하루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느냐”며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암시한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가 오는 14일 징계 없이 임기가 종료된다. 서울시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처벌이 없었던 상황에서 시 차원에서 징계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여성학 전문가는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 젠더 특보라는 자리가 무력함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젠더특보 처벌 없이 2년 임기 종료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지난해 7월 21일 오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지난해 7월 21일 오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 15일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명된 임순영 젠더 특보가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14일 서울시를 떠난다. 박 전 시장 궐위 직후 ‘성추행 가해자에게 피소 사실을 알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임 특보는 이후 사표를 제출했지만 내부 감사, 수사기관 소환 등 이유로 6개월간 대기발령 상태였다. 그러나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서울시 차원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임 특보는 박 전 시장 실종 전날인 지난해 7월 8일 독대를 통해 “불미스러운 얘기가 돈다는 것 같은데 아는 게 있느냐”고 박 전 시장에게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피소 의혹을 인지했고, 이것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거쳐 임 특보에게 전달됐다.
 

“검경도 처벌 안 한 상황…법적 근거 없어”

지난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모습. [뉴스1]

지난 7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모습. [뉴스1]

 
임 특보에 대한 처벌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김선수 서울시 인사과장은 “징계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령인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이 지방공무원법 69조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할 경우, 수사기관과 내부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이 확인돼야 하고, 감사위원회의 내부 논의를 거쳐 의결·징계 통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강선섭 전 서울시 감사담당관은 “경찰과 검찰이 임 특보를 조사했고 별도의 법적 처벌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임 특보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암시했다고 하지만 이 사실을 공무상 취득한 것이 아니어서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임 특보가 피해자의 신원 등을 명확히 알지 못했던 상태여서 가해자 편에 섰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젠더 특보가 권력자에 유리한 정보 제공…독립시켜야”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 앞에서 열린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보장 및 일상회복,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문화 근절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다름 아닌 젠더 특보가 사건의 가해자일 가능성이 높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의혹을 암시한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젠더 특보란) 권력형 성범죄를 막기 위한 장치인데 오히려 권력자,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보를 먼저 제공한 결과가 됐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외부감사·감찰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젠더 특보의 역할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 4개 부서로 분절했던 성폭력 사건의 신고·징계 등 전 과정을 여성권익담당관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경력 10년 이상의 권익조사관을 채용하고 외부 전문가가 과반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이에 대해 “제도를 신설하는 것보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서울시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해 서울시가 입장을 밝히고, 사건 자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게 먼저”라고 비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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