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아일랜드 골웨이주 투암에서 발견된 어린이 800명 집단 매장지.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3/65841b8c-197f-4fa1-a329-7fb2f7afb61f.jpg)
지난 2014년 아일랜드 골웨이주 투암에서 발견된 어린이 800명 집단 매장지. [EPA=연합뉴스]
아일랜드 미혼모 시설 진상조사 결과
76년간 어린이 9000여명 시설서 사망
학대와 방치 속 강제 입양, 백신 시험도
마틴 총리, 공식 사과와 배상 약속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아일랜드 정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그 결과가 6년 만에 약 30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로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BBC,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조사 결과 1922년~1998년 사이 아일랜드의 미혼모 시설 18곳에서 학대와 방치 속에 9000여명의 어린이와 영아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을 거쳐 간 어린이 7명 중 1명꼴이다.
당시 아일랜드 사회는 혼외 임신을 한 12세 소녀부터 40대 여성을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18개의 시설에서 수용했다. 미혼 임신을 죄악시하는 보수적인 가톨릭 문화에 따른 것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약 5만7000명의 아기가 시설에서 태어났다. CNN에 따르면 1960년 이전에는 이들 시설의 위생이 열악하고 영양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출산아들의 생존률 자체도 희박했다고 한다. 미혼모 사망 원인의 절반 이상도 출산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죄지었으니 고통받아야" 정서적 학대도
아일랜드의 강제 입양 실태를 다룬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2014년 개봉)의 실존 인물인 필로미나 리는 성명을 내고 "저와 제 사랑하는 아들 앤서니와 같은 수만 명의 어머니와 아이들은 강제로 찢겨졌다"며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에 우리가 미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내 개봉한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아일랜드의 미혼모 시설에서 아들을 낳고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해야 했던 여성 필로미나가 50년 만에 아들을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한 장면]](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3/3ab265b6-6910-46c7-a8a3-28b9bb97e06c.jpg)
2014년 국내 개봉한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아일랜드의 미혼모 시설에서 아들을 낳고 뜻하지 않은 이별을 해야 했던 여성 필로미나가 50년 만에 아들을 찾아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한 장면]
"사생아에 홍역 등 백신 시험" 진상규명 촉구
생존자들은 사생아에게 이뤄진 홍역, 소아마비, 풍진 등 백신 시험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도 촉구하고 있다.
아일랜드 총리 "사회 모두가 연루됐다"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13/e7539118-f953-45c7-a27b-6c5f6e1b237c.jpg)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 [AP=연합뉴스]
미하일 마틴 총리는 "모든 사회가 연루된 사건"이라며 "우리 사회는 성에 대해 뒤틀린 태도를 가졌고 비뚤어진 종교적 도덕성으로 여성과 아이들을 해롭게 통제했다"고 말했다. 마틴 총리는 13일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할 예정이다.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도 반성의 메시지를 냈다. 가톨릭 대주교 이몬 마틴은 "사람을 낙인찍고 평가하고 배제하는 문화가 교회 안에 있었다"며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와 감정적 고통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