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인터넷 캡처.
이 논란은 지역 맘카페로 추정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처음 언급됐다. 한 네티즌은 지난 6일 문제가 된 보건소 봉투 사진과 함께 "보건소 임산부 등록하고 주는 선물 담아준 봉투에 이런 글이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 속 봉투에는 '이사주당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스승님의 십년 가르치심은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만 못하고, 어머니의 열 달 기르심은 아버지의 하루 낳아주심만 못하다"고 적혀 있다. 이는 조선시대 여성 실학자인 이사주당이 자녀를 양육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태교신기』를 일부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쓰인 것이지만, 일부 인용된 내용이 현 시대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이 네티즌이 올린 글에는 "세상에, 너무 불쾌하다", "저런 건 누가 만드는 걸까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댓글이 이어졌다.
다만 온라인 일각에선 전체 맥락을 보면 비하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15년 용인시의 블로그에서 『태교신기』가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을 놓고 "많은 사람이 태교를 여성의 임무로 한정시킨 데 비해 이사주당은 태교의 개념을 온 가족에까지 확장시켰다"는 해석을 달기도 했다.
논란을 인지한 보건소 측은 전량 폐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13일 중앙일보에 "문제가 된 봉투는 임산부에게 제공되는 선물을 담기 위한 용도 등으로 2017년 제작돼 사용해오고 있다"며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불쾌하다는 민원인들의 입장도 이해가 돼 전량 폐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를 제기한 임산부에 봉투가 전달된 경위에 대해선 "일괄적으로 모든 임산부에게 지급된 건 아니었고, 엽산제나 철분제 등을 받아가시는 분 중에 보관할 가방이 없거나 봉투를 요청하시는 분에 한해서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임산부도) 괜찮다고 해서 받아가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