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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출금 직전 조사단 사퇴한 박준영 "적법절차가 본질" 일침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기본권 제한은 그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적법절차는 법치주의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말했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의혹에 대해 당시 조사단의 일원으로서 입을 연 것이다.
 

당시 조사단 "위험 비켜서 다행, 자책도 한다"
친정부 고위 인사 불법 출금 개입설은 확산
이 차관 "절차 모르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

재심(再審) 전문 변호사인 박 변호사는 2018년 2월 진상조사단 출범 당시 민간인 조사단원으로 참여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 조사를 맡아 대전지검에서 파견된 이규원 검사와 함께 일했다. 이 검사의 불법 긴급 출금 직전 2019년 3월 초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사퇴한 상태였다. 
 

"출금 당시 형사처벌 가능성 무리…별장 성접대는 무죄·면소"

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주장은 출국금지 요청 당시 강조된 김 전 차관 혐의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놓고 보면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후 윤중천 별장 성접대 의혹은) 법원에서 모두 무죄와 면소(공소시효 완성) 판단을 받았다"고 하면서다.
 
법무부가 전날 오후 "당시는 중대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직 고위공무원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한 필요성이 있었다"라고 한 걸 비판한 것이다.   
 
실제 법무부 과거사위의 수사권고로 출범한 수사단(단장 여환섭 현 광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을 윤중천씨로부터 별장 성접대와 3100만원의 뇌물, 1억원의 제3자 뇌물(피해 여성에 대한 채무면제)를 받은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가 모두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수사단이 별도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요금 등 4300만원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데 부분에 대해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김학의 사건 등과 관련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김학의 사건 등과 관련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 변호사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운명적으로 관여하게 된 일부 공무원들이 참 딱하다"며 "이들도 여느 가정에서 부모이고 형제이고 자식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1년 가량 일했고 세상 공부 참 많이 했다"며 "이런 위험한 일에서 비켜서 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좀 더 일찍 그리고 분명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한다"라고 적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뇌물 혐의로 구속한 후 성폭력 혐의를 압박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며 “권력의 의지와 여론의 압력으로 집요하게 파고 또 파서 사람을 잡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 ‘정의의 실현’이라기보다 ‘무서운 세상을 본 충격’”이라며 2019년 5월 김 전 차관 구속 당시 적었던 글을 다시 올리기도 했다.
 

불법 출금 이규원-이광철 민정비서관 친분설도

이런 출금 조치에 이용구 현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친 정권 인사들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를 추진한 곳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이 사건 주무위원이었던 김용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그 무렵(2019년 4월 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법무부의 다른 위원으로부터 조사단에서 위원회에 출국 금지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장관에게 권고하는 방식으로 출금을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아이디어를 낸 인물은 법무부 과거사위 간사위원이던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현 법무부 차관)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13일 “신속히 출국을 막을 필요성 및 재수사의 필요성을 법무부 과거사위에서 권고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며 “실제 구체적 절차는 잘 알지 못했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차관을 불법 긴급 출금한 의혹의 장본인인 이규원 검사는 조사단 참여 때부터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친분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자정을 넘겨 인천공항에 긴급 출금 사유가 되지 않는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2013년 서울중앙지검 사건번호를 기재한 ‘긴급 출금 요청서’로 보내 출국을 막았다. 이어 같은 날 새벽에는 가짜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적어 ‘긴급 출금 승인 요청서’를 만들어 법무부에 보냈다.
 
이와 관련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4월 "이 검사는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사법연수원 동기(36기)이자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가까운 사이"라며 대검찰청에 이 검사에 대한 감찰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종근 당시 장관 정책보좌관,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의 부적절한 개입 혹은 묵인이 있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중앙일보]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가 2019년 3월 22일과 이튿날인 3월 23일 작성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입금지 요청서와 법무부 장관 승인 요청서. [중앙일보]

‘김학의 사건은 검찰개혁’

김 전 차관 사건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콕 짚어 언급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힌 사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당시 인터뷰에서 “김학의 사건은 검찰개혁의 상징 같은 사건”이라며 “수사나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출금 논란’이 있기 닷새 전인 2019년 3월 18일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이들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엄중 수사를 지시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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