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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의 지방시대] 수도권은 복지, 지방은 행정통합·광역경제권에 방점

광역단체장 신년사 살펴보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이 중국 칭다오항에 밀려 올해 세계 7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전경. 송봉근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이 중국 칭다오항에 밀려 올해 세계 7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전경. 송봉근 기자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새해는 단체장 신년사로 시작됐다. 신년사는 지난해를 총괄하고 한해의 역점 정책과 사업을 담은 시정 연설 격이다. 광역단체가 코로나19 대처의 일선이다 보니 하나같이 방역과 민생 회복이 우선 과제였다. 여느 해보다 사자성어로 된 각오도 눈에 띈다. 죽을 고비에서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중구생(死中求生),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백절불굴(百折不屈), 물방울이 모여 돌을 뚫는 수적석천(水滴石穿) 등등. 탄소 중립과 지역형 그린 뉴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은 대부분 신년사의 공통분모기도 하다. 시대의 새 조류에 올라타지 않으면 퇴보할 것이란 위기감이 감지된다.
 

서울 돌봄 권리, 경기는 경제 기본권
두터운 복지가 수도권 블랙홀 한몫
충청권은 행정수도 완성에 큰 관심
대구경북 통합 순항땐 파급력 클듯

방역·민생 회복 외의 신년사 내용을 뜯어보면 권역별 차이가 적잖다. 수도권은 복지 강화 기조가 두드러진다. 지난해와 한가지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돌봄을 시민의 권리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아동·청소년, 장년, 노인의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론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확대, 우리 동네 키움센터(초등생)와 실버케어센터 확충과 더불어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소득 기준 완화를 제시했다. 박원순 전 시장 때의 청년수당 정책도 그대로 시행된다. 청년수당은 중위소득 150% 미만 미취업 청년에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을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는 지원 대상을 2만명으로 잡았다. 2016~19년 수급자 수(2만2000명)와 맞먹는 규모다.
  
하나같이 방역·민생을 선결과제로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제적 기본권 확대를 내걸었다. 구성원에 차별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 외에 기본주택, 기본대출이 삶을 지키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헌법(119조 2항)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1조)까지 적시하면서다. 이 지사는 복지 확대도 공약했다. 이미 시행 중인 청년기본소득과 청년 면접수당, 청년노동자통장 제도 지속과 초등학생 치과 주치의 제도 확대를 밝혔다. 청년 기본소득은 3년 이상 거주 등 만 24세 청년에 100만원을 지원한다. 청년노동자 통장은 저소득 청년 취업자가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2년 후 도 예산 등으로 580만원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광역단체별 인구 현황

광역단체별 인구 현황

박남춘 인천시장은 소득·건강·주거·교육·돌봄의 5대 영역에 걸친 ‘인천 복지기준선’ 마련을 강조했다. 인천시는 올해부터 5년간 이 분야에 약 11조원을 투입한다. 수도권의 복지 안전망 확대는 다른 광역단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자립도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광역단체 평균 재정자립도(세입과목 개편 전)는 50.4%이지만, 서울시는 81.4%로 압도적 1위다. 경기도는 64.8%로 세종특별자치시와 공동 2위권이고, 인천시는 59.8%로 4위다. 재정자립도가 20~40%대의 광역도나 제주특별자치도에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정책들이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단체 간 청년 복지 격차는 수도권의 젊은 인구 흡수를 가속하는 한 요인이다.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 인구(2589만명)는 2019년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돌파했다. 하지만 수도권 도시 지역의 출산율은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수도권 집중은 인구 절벽을 부채질하게 된다. 2019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918명이지만 서울은 0.717명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역내 균형발전 계획도 밝혔다. 서울시는 강남권 공공기관을 강북권으로 옮겨 강북의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생각이다. 경기도는 북부 접경지역에 사회간접자본 등 기반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 서울과 경기는 지방에 견주면 중심이지만 중심은 또 다른 주변 문제를 안고 있는 형국이다.
 
충청권은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구축과 행정수도 완성 의지를 보였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중부권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도시 집중지대)의 거점이자 모도시로서 국가균형발전을 주도하겠다”며 “충청이 중심이 돼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올해를 행정수도 완성의 새 원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그동안 확보된 147억원의 예산으로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두 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이시종 충북지사는 지난해 11월 충청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메가시티 구축과 행정수도 완성에 뜻을 모았다. 청주공항~청주 시내~세종·대전 간 충청권 광역 교통망 계획은 그 일환이다.
 
광역단체별 1인당 GRDP, 재정자립도

광역단체별 1인당 GRDP, 재정자립도

양승조 지사는 ‘2021 계룡군 문화 엑스포’와 ‘2022 보령 해양머드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 준비를, 이시종 지사는 강원~충청~호남을 잇는 강호축 개발을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을 강조했다. 강호축은 이 지사가 주창한 구상으로, 수도권 중심의 사람 인(人)자형 전국 교통망을 X자형 교통망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경제 약자들을 지탱하고 온라인 경제를 비롯한 경제 체제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고 했다.
 
호남·제주는 탄소 중립 사회 비전과 관련한 내용이 많았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그린모빌리티·재생에너지·탄소 융복합산업과 농생명 산업으로 위기 극복과 기회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풍부한 청정자원 중심의 블루 이코노미를 통한 에너지 기본소득형 재생에너지 사업 본격 추진을,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시민 중심의 탄소 중립 녹색 산업도시 조성을 공약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청정과 공존’이라는 핵심 가치 아래 제주형 뉴딜 사업을 중심으로 디지털·비대면 전환을 통한 체질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단체장은 지난해 행정통합 로드맵 합의문을 냈지만, 신년사에선 언급하지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의 비전은 별로 없어
 
대구·경북은 지난해 두 단체장 합의로 본격화한 행정통합이 큰 관심사다. 지난해 출범한 민간 공론화위원회가 지금까지 두 차례 온라인 토론회를 열어 시·도민 의견을 모았고, 올해 중 주민투표와 특별법 제정을 거쳐 내년 7월 대구경북특별자치시(가칭)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경북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사인 행정통합은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로드맵을 마련하고 시·도민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구경북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길(행정통합)밖에 없다”며 “시·도민의 뜻을 모으고 전문가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대구경북이 공존·번영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확고히 마련해가겠다”고 했다.
 
영남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시·도민 41.2%가 행정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는 32.4%였다. 이 신문의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찬성 비율은 51.7%였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이 순항하면 다른 지역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부산·울산·경남이 추진 중인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해선 김경수 경남지사만 강조했다. “광역 대중교통망을 통해 경남과 부산, 울산을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고 경제와 생활, 관광과 문화공동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20년 부산의 여망이 담긴 가덕신공항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 138명, 야당 의원 15명이 지난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발의한 만큼 상반기 내 법안이 성립될지 주목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 지정된 경제자유구역과 5개 특구단지 사업 활성화를 공약했다. 울산경제자유구역청은 새해 닻을 올렸다.
 
올해 광역단체장 신년사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독자적 비전은 별로 없다. 지역형 탄소 중립이나 그린 뉴딜 등 중앙에 보조를 맞춘 측면이 강해 보인다. 국내외 관광 한파 이후를 내다본 인프라 정비 등 대책이 빠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오영환 지역전문기자 겸 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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