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회 부조리 파헤친 명작” vs “악인도 혀 내두르는 막장”

[SUNDAY 리뷰] 시즌1 마친 ‘펜트하우스’

부동산 전쟁과 입시 지옥의 한복판에 놓인 한국 사회를 직설적으로 그려내며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사진 SBS]

부동산 전쟁과 입시 지옥의 한복판에 놓인 한국 사회를 직설적으로 그려내며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사진 SBS]

5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서스펜스 복수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복수의 주체와 대상이 쉴 새 없이 전복되며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마지막엔 두 주인공 심수련(이지아)과 오윤희(유진)의 생사 여부를 떡밥으로 던져, 시청자는 본격적인 복수극이 펼쳐질 2월의 시즌2를 학수고대하는 처지가 됐다.

아슬아슬한 ‘서스펜스 복수극’
부동산 전쟁, 입시 지옥 축소판
중년 여인들 욕망·질투 버무려

선하고 악한 인간 본성 담았지만
과도한 몰입감에 ‘막장’ 시각도
전문가들 사이서 의견 엇갈려

 
‘펜트하우스’는 마지막회 순간최고 시청률이 31.1%를 기록하며 최근 실적이 저조했던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 2020 SBS연기대상에서는 김소연·이지아·유진의 최우수연기상 공동수상 등 8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관왕을 기록하기도 했다. ‘막장의 대명사’로 통하는 김순옥 작가가 수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순옥드(김순옥 드라마)에 ‘왜’란 없다. ‘와’만 있을 뿐이다” “설정에 의문 갖는 사람은 순옥드 볼 자세가 안 돼있다” 등의 ‘시청 유의사항’이 SNS에 돌아다닐 정도로, ‘막장’은 이 드라마의 전제다.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 하다가도 내일 내용이 궁금해 못 죽게 만드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작가가 일찌감치 선언했다.

 
비뚤어진 자식 사랑을 소재삼은 점에서 ‘명품 드라마’로 불렸던 ‘스카이캐슬’과도 비교된다. ‘스카이캐슬’이 서울대 의대 입시를 메타포 삼아 상위 0.1%의 삶을 지키려 발버둥 치는 상류층의 속물근성을 드러냈다면, 서울대 음대를 향한 ‘펜트하우스’는 훨씬 직설적이다. 부동산 전쟁과 입시 지옥의 한복판에 놓인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랄까.

  
누가 진짜 빌런인가

 
첫 장면부터 미스터리한 사망 사건이 터지고, 한 동네 중년 여인들의 질펀한 욕망과 질투가 반전을 거듭하는 플롯은 전설의 미드 ‘위기의 주부들’이 원조다. 8년 동안 엎치락뒤치락했던 이 막장 플롯이 교육과 상속 등 한국사회 양극화의 부조리와 버무려져 ‘품위있는 그녀’와 ‘스카이캐슬’이라는 계보를 세웠다.

 
이 계보 위에 ‘펜트하우스’가 있다.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살인도 할 수 있는 부모, 극한의 경쟁 속에서 악마가 된 아이들 이야기가 투 트랙으로 진행된 건 결국 ‘자식을 망치는 건 부모’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헤라클럽’이라는 폐쇄형 커뮤니티에 속한 어른들이 외부인을 배척하는 모습은 ‘리틀 헤라클럽’ 아이들의 무자비한 집단 괴롭힘으로 거울처럼 비춰진다. 악녀 천서진(김소연)이 청아예고 이사장이 되기 위해 부친의 죽음을 방치하며 “날 이렇게 만든 건 아버지”라 외치고, 서진의 딸 은별도 “내 잘못은 없다. 엄마아빠가 날 잘못 키운 것”이라며 당당하다.

 
‘스카이캐슬’에서 모든 비극이 ‘3대째 의사 집안’의 명성을 사수하려는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듯 ‘펜트하우스’의 비극도 청아예고 이사장인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였지만, 자극과 몰입의 ‘클라쓰’가 달랐다. 악의 축 주단태(엄기준)는 두 악녀 천서진·오윤희와 2중의 불륜을 벌이고, 고아로 자란 민설아의 친엄마 심수련과 양오빠 로건리 사이에 러브라인이 싹트며, 출생의 비밀도 민설아와 주혜인, 석훈과 석경까지 몇 겹이 중첩된다. 여기에 아무도 믿을 수 없게 거듭되는 반전과 휘몰아치는 전개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다. 드라마 방영일에 각종 SNS는 “혈압을 올렸다 내렸다, 진짜 악인도 혀를 내두르겠다”는 댓글부터 온갖 억측이 동원된 시즌3 대본까지, 나름의 ‘2차 창작물’로 도배됐다.

 
몰입감의 일등 공신은 오윤희라는 돌연변이 악마 캐릭터다. 선한 주인공이 극한의 악인들에게 시련을 당한 뒤 ‘흑화’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복수한다는 ‘순옥드’ 전작의 권선징악 코드를 뒤집었다. 금수저들 리그에서 흙수저의 설움을 겪던 이 ‘캔디형 캐릭터’는 복수의 주체와 대상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누가 진짜 빌런인지 혼선을 초래했고, 강한 배신감에 시청자는 뒷목을 잡았다.

 
하지만 ‘오윤희’로 인해 단순 막장을 벗어난 면도 있다. ‘착한 사람도 궁지에 몰리면 악해질 수 있다’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헤집는 그리스 비극 같은 효과다. 조지선 연세대 객원교수(심리학 전공)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에서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악한’ 인간 본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 것처럼 사람은 복합적인 존재다. 김 작가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한 인간은 없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그려졌을 뿐, 인간은 누구나 뭔가를 쟁취나 유지하기 위해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갈등과 부조화 같은 나쁜 요소가 내 안에 다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편해질 수 있는데, ‘오윤희’는 그런 인간 본성을 직시하게 하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불안감 드라마 인기로 반영  
 
하지만 과도한 몰입감이 막장임을 방증한다는 시선도 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막장과 명작의 경계는 거리두기다. 인간을 반추하게 만들려면 캐릭터나 사건과 거리를 두어 성찰하게 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도 뼈대는 막장이지만 신과 도덕에 대한 토론을 품고 있기에 고전이 됐다.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면서도 그걸 넘어선 무엇과 연결될 때 명작이 된다”면서 “‘부부의 세계’가 딱 그 경계였다. 부부란 뭘까 사유하게 하면서도 막장에 탐닉하게 했다. ‘스카이캐슬’ 이 명작인 건 계속 생각하게 하면서도 지겹지 않게 그 비율을 절묘하게 맞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펜트하우스’는 연내 시즌3까지 방영을 예고해 당분간 김순옥의 시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영미 평론가는 “일일극이나 주말극도 아닌 평일 황금시간대 미니시리즈에 이런 막장이 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의 출세작 ‘아내의 유혹(2008)’이 금융 위기 등 정치경제가 바닥을 치던 시절 하수구 역할을 했듯, 지금 막장·재난·공포물이 뜨는 것도 불안한 심리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가학과 자학이 얽힌 감정을 즐기려는 욕망이 높아지는 건 달리 출구가 없을 때다. 부동산 문제·정치 불신·사회 불만 등이 쌓여 집단적으로 드러나는 결과가 드라마의 인기다. 이 트렌드가 당분간 강화될 것 같은 우울한 조짐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예술학교 커터칼 사고 등 위험한 경쟁은 실화
임형주

임형주

‘펜트하우스’의 민설아만 억울하게 죽은 게 아니다. 소프라노 임선혜, 베이스 박종민 등 스타 성악가를 다수 배출한 유서 깊은 ‘이대웅 콩쿠르’는 1987년 학교 폭력으로 세상을 뜬 서울예고생을 기리는 뜻에서 탄생했다. 청아예고생들의 폭주 장면이 방통심의위 제재를 받을 만큼 과장되게 그려지긴 했지만, 실제 예술학교에서도 피아노 건반 사이에 커터 칼날을 끼워 놓아 경쟁 학생에게 큰 부상을 입히는 등의 위험한 사고가 종종 있었다. 상류층만 입성 가능한 ‘그들만의 리그’인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한 측면도 있다.

 
예원학교와 줄리어드 예비학교, 이탈리아 산펠리체 음악원, 오스트리아 슈베르트 음대를 두루 거친 팝페라 테너 임형주(사진) 로마시립예술대 석좌교수는 “드라마 속 일화가 개연성이 있다. 직접 겪은 입장에서 내 아이는 절대 예중·예고에 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학생들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서부터 입시를 거쳐 전국에서 제일 잘하는 애들을 모아놨으니 프라이드가 굉장하다. 콩쿠르에 나가면 종이 한 장 차이로 1등부터 꼴등까지 서열이 매겨지니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엔 성적 조작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비리는 있을 수 없다. 먼 과거에는 있었지만 그 덕(?)에 교육부가 주목하고 있으니까. 워낙 쟁쟁한 집안 자제들이 많아 누구 하나를 대놓고 편애할 수 없다. 엄마들끼리도 견제가 심하다.”
 
음악가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려면 치맛바람이 필수인가.
“내 경우 스스로 승부 근성이 강했다. 외할머니의 치맛바람에 질린 우리 어머니는 학교에 거의 오지 않으셨는데, 그 바람에 내가 고아라고 알려졌다. 샘 많은 엄마들이 소문낸 것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영광스러운 유명 콘서트홀 협연은 교사 재량이라 치맛바람이 집중되곤 했었다.”
 
외국도 그런가.
“줄리어드 교수들의 렛슨비를 올려놓은 게 1980~90년대 한국 엄마들이란 말이 있다. 극성 엄마들이 따라와 교수들에게 자개장과 신라 금관 모형을 선물하는 것도 봤다. 2000년대 초반 랑랑 열풍이 불면서 중국인들이 몰려들며 한국 치맛바람을 뛰어넘었다. 대륙의 스케일로 금은보화를 선물하더라.”
 
유주현 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yjjoo@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