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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점거 주도한 음모론 집단…"정치가 부추기고, SNS가 날개 달아줘"

6일(현지시간) 버펄로 뿔 모자를 쓰고 미국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제이크 앤젤리(오른쪽 두번째)는 대표적인 큐어넌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버펄로 뿔 모자를 쓰고 미국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제이크 앤젤리(오른쪽 두번째)는 대표적인 큐어넌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가운데 큰 버펄로 뿔 모자를 쓰고 다니며 관심을 끈 인물이 있다. 상의를 탈의한 채 한 손엔 성조기가 달린 창을 들고 의사당 곳곳을 활보한 이는 음모론 집단 '큐어넌(QAnon)'의 신봉자 제이크 앤젤리다. 자신을 '큐어넌 샤먼(Shaman, 주술가)'이라고 하며 극우 단체 집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퓰리처상 수상자 빌 아데어 교수 인터뷰
음모론집단 '큐어넌', 폭력사태 주도 지목
"정치 양극화가 음모론 활개치게 만든 토양"
자신들만의 소셜미디어로 확증편향 강화
"언론 믿지 말라"고만 한 정치인들도 책임

이날 워싱턴 시위에는 백인 우월주의단체, 무장세력 등 여러 극우 단체가 참여했는데 특히 큐어넌이 폭력 사태를 주도한 주범으로 지목된다. AP에 따르면 미 인권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 회장은 현장에서 터져 나온 시위대의 주장이 큐어넌의 입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면서 "큐어넌이 수년간 이런 광란을 부추겨왔다"고 말했다. 
 
큐어넌의 대표적 음모론 '3종 세트'는 ^코로나19 조작설 ^마스크·백신 무용론 ^'딥 스테이트'의 선거 조작·언론 장악설이다. 시위대는 주류 미디어가 트럼프에게 불리한 거짓말만 하고 있다며, 집회를 취재하는 방송사의 촬영 장비를 부수고 카메라를 나무에 매달기도 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을 구하라'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디어를 비난하며 근처에서 중계하던 방송사 촬영, 송출장비를 부쉈다. [AF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을 구하라' 집회에 참석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디어를 비난하며 근처에서 중계하던 방송사 촬영, 송출장비를 부쉈다. [AFP=연합뉴스]

 
이들이 어쩌다 기존 미디어는 철저히 불신하는 대신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게 됐는지,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데어 교수는 2007년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를 만들어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이들 음모론자는 정치적 양극화의 산물이라고 봤다. 그간 모든 문제를 언론 탓으로 돌리며 불신을 부추겼던 정치인들도 이런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매체에서 큐어넌 등 음모론의 허구를 파헤쳤다. 그런데도 왜 믿는 것일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소스로부터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완전히 양분된 미국의 정치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은 완전히 정파적인 뉴스 소스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선거에 이겼다고 믿는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정보를 얻는 곳이 다르니 서로 정치적인 토론이 불가능하다."
 
어쩌다 주류 미디어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커졌을까.  
"몇 년 동안 정치인들, 특히 공화당에선 주류 미디어의 뉴스가 너무 진보적이라고 비난해왔다. 일정 부분은 사실이고, 그런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간 정치인들이 주류 미디어에 엄청나게 신뢰가 결여된 것처럼 싸잡아 비난했던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언론을 믿지 말라"고만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지지자들은 진실이 나와도 믿지 않게 됐다. 심지어 선거 결과에 대한 보도도 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정파성이 강한 매체에선 거짓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낼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도 선거 결과 등을 놓고 음모론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음모론은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대한 루머같이 미국 역사에서 음모론은 줄곧 있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직면했을 때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다만 지금 달라진 것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인터넷이라는 날개를 달았다는 점이다. 더 빠르게 퍼지면서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묶어주고, 그러면서 더 강하게 확신하게 만든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아데어 교수의 이야기대로 6일 의사당에 난입한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를 사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기존 플랫폼도 사용하지만, 우파가 주로 쓰는 '팔러'나 '갭'같은 서비스를 통해 좀 더 은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이런 소셜미디어는 동시에 음모론을 퍼 나르는 창구가 된다. NYT는 이들은 '아직 눈을 뜨지 않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만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이런 음모론이 OAN이나 뉴스맥스 같은 우파 케이블뉴스에서 소개가 되고,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언급되면 이들 사이에선 진실로 완성된다고 했다.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화상인터뷰를 통해 ″지금 음모론자의 모습은 완전히 양분된 미국 정치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빌 아데어 듀크대 교수는 화상인터뷰를 통해 ″지금 음모론자의 모습은 완전히 양분된 미국 정치 상황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이런 음모론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미디어 종사자는 더 바빠졌다. 팩트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체크를 한 뒤 기사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 또 예전에는 선거 전에 그런 주장을 검증하는 일이 몰렸지만, 이제는 선거 후에도 해야 한다. 어쩌면 선거 후 검증이 더 중요하게 됐다.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음모론의 거짓을 밝히되,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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