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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염전 노예보다 더했다"...12시간 맞고 숨진 응급구조사

 
지난달 25일 숨진 응급 구조사가 폭행을 당한 뒤 구급차에 태워져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 JTBC

지난달 25일 숨진 응급 구조사가 폭행을 당한 뒤 구급차에 태워져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기 직전의 모습. JTBC

김해 사설응급구조단장, 부하 폭행 후 사망

 
“진짜 노예, 염전 노예보다 더한 삶을 살고 있었다.”(사설응급구조단 한 직원) 

[사건추적]
경찰, 단장 살인죄 검토 및 공범 혐의 조사 중

 
 지난달 24일 경남 김해의 한 사설응급구조단 단장이 부하직원인 응급구조사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이 단장이 응급구조사를 평소 노예처럼 대했다는 동료 직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단장과 응급구조사가 사실상 지배관계, 주종관계였던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해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상해치사 혐의로 사설응급구조단 단장 A씨(43)를 긴급체포해 27일 구속했다.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달 24일 오후 1시부터 자신이 근무하는 김해 시내의 한 사설응급구조단 사무실에서 응급구조사 B씨(43)의 얼굴 등 머리와 가슴, 배 등을 수십회 이상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하루 전인 23일 B씨가 차 사고를 냈는데 이것을 처리하는 과정에 대해 A씨가 불만을 품으면서 시작됐다. 24일 폭행 현장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A씨는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 한다”, “너는 사람 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개XX야”라고 말하며 여러 차례 B씨를 때리는 현장음이 들린다. 그런 뒤 A씨의 폭행으로 B씨가 넘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뒤 “팔로 막아?”, “안 일어나”, “열중쉬어, 열중쉬어”, “또 연기해”라는 A씨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B씨는 그때마다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울먹인다. 
 
 

12시간 폭행당한 뒤 이튿날 사망 추정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JTBC

 경찰 조사 결과 24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A씨의 폭행은 12시간이 지난 25일 오전 1시까지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가 많은 부위를 맞아 그 충격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의 사인은 다발성 손상 및 외인성 쇼크사로 나타났다. 
 
 당시 폭행이 이뤄진 시간에 A씨의 부인인 구조단 대표(33·여)와 구조단 본부장(38·여), A씨 지인(35·여) 등이 사무실에 같이 있거나 들락거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중 구조단 본부장도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폭행 이후 이들의 행동도 상상을 초월한다. A씨 등은 구타를 당해 몸을 가누기도 힘든 B씨를 사무실 바닥에 방치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 뒤 이들은 다음날 오전 9시가 넘어 B씨를 구급차에 태워 B씨 집 쪽으로 이동했다. 사무실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보면 B씨는 구급차 안에서 거의 의식이 없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A씨 등은 경찰에서 “다음날 오전 9시가 넘어 B씨를 흔들어 깨웠으나 일어서지 못하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고, B씨가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 구급차로 이동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집 근처에서 사망했다는 것이 A씨 등의 경찰 진술이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사망시간을 25일 오전 10시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씨 등은 B씨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으로부터 7시간이 지난 25일 오후 5시 30분쯤에야 경찰이 아닌, 119로 신고를 했다. “사람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사건이 이뤄진 7시간 동안 사건 현장 등을 비추고 있던 사무실 CCTV 3대와 이들이 B씨 사망 후 대화를 나눴던 C씨 소유 식당 내 CCTV 2대, B씨 집에 설치된 CCTV 2대의 메모리 칩 등이 모두 사라졌다. A씨의 지시로 메모리칩 등을 수거해 모두 폐기했다는 것이 A씨 부인과 본부장 등의 진술이다. A씨는 처음 경찰 조사에서는 “내가 때리긴 했지만 죽인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다른 동료 직원들에 대한 조사에서 하루 전 폭행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긴급체포됐다. 
 
 

동료들 "염전노예보다 더한 삶 살았다" 

숨진 응급구조사가 살던 집 . JTBC

숨진 응급구조사가 살던 집 . JTBC

숨진 응급구조사의 방 침대에 놓여져 있는 여러장의 파스. JTBC

숨진 응급구조사의 방 침대에 놓여져 있는 여러장의 파스. JTBC

 경찰은 A씨가 4년 전부터 B씨와 함께 일해왔는데 2018년부터 폭행이 심해졌고, 최근 2개월간 20여 차례의 폭행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추가 수사 중이다. 이 기간에 학대와 강요 등도 있었다는 것이 동료 직원들의 진술이다. B씨는 자신의 집에서 A씨 소유의 개를 방 안에서 키우기도 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죄 적용 여부와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된 부인 등 3명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를 적용할 지를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B씨 주변 동료들의 말을 종합하면 A씨가 장기간 B씨와 주종관계를 형성하며 상습적으로 폭행과 학대 등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부인과 본부장 등은 ‘A씨가 시키는 대로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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