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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추가제재 때리자···'자살 드론' 훈련 반격 나선 이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이란이 한국 국적의 선박을 나포한 지 하루 만에 미국 정부가 이란 철강업체 등 17곳 기업과 이란 국적자 1명에 대해 추가 제재를 부과한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임기를 보름 남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막바지까지 이란에 강공을 퍼붓는 모양새다.  

美중국 소재 장비회사 등 17곳, 이란 국적 1명 제재
'핵합의 복원' 내세운 바이든 구상도 난관 봉착
이란은 트럼프 인터폴 수배 요청…'자살드론' 훈련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중국에 위치한 철강생산 장비업체 한 곳(KFCC)과 이란 국적의 철강ㆍ금속회사 12곳, 독일ㆍ영국 소재 판매 대리점 3곳 등 16곳을 특별제재대상(SDN)에 올린다고 밝혔다. KFCC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란 업체에 철강생산을 위한 핵심장비인 흑연전극 300톤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트럼프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을 후원하고, 억압적인 체제를 지원하며, 대량 살상무기를 추구하는 이란 정권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같은 제재 방침을 밝혔다.
 
미 국무부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IRISL) 자회사 한 곳(HDASCO)과 이 회사 최고 경영자인 이란 국적자 한 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은 이란 정권에 대해 공격적인 제재 이행을 계속할 것”이라며 “제재를 회피하거나, 이란 정권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테러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누구든지 제재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란 자유 및 확산방지법(2012년)과 행정명령에 따라 국무부도 재무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해 제재 대상을 지정할 수 있다. 중복 대상을 제외하면 이번 조치로 새롭게 블랙리스트에 오른 회사는 총 17곳, 개인은 1명이다. 미 행정부의 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 미국내 자산은 압류되고 미국인과 거래도 막힌다.
 
미국의 강공에 이란도 반격하고 나섰다. 이란 사법부는 5일(현지시간)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암살에 관여한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방부 당국자 48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인터폴에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 국방부는 대규모 무인 정찰기 훈련을 이날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카미카제와 같은 ‘자살 드론(suicide drones)' 비행 훈련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란이 무인 정찰기 훈련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해 1월 3일 미군의 무인 암살기에 의해 폭사했다.
 
앞서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우라늄 농축도를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통보하며 포르도 핵시설의 가동을 시작했다. 농축도를 3.67%로 제한한 2015년 이란핵합의(JCPOA)를 정면으로 위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라늄 농축은 20%를 넘어서면 무기화(90%)까지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고 한다.  
 
이란 국영 원자력에너지기구(AEOI) 베흐루즈 카말반디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의회의 입법에 따라 정부는 필요하면 우라늄 농축을 20%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며 “이란은 우라늄을 40~60%까지 농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AFP=연합뉴스]

 
이에 더해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한국 국적 선박 ‘MT 한국 케미’를 억류했다.   
 
이란이 이처럼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제재로 맞대응하며 20일 출범할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도 이란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핵합의를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인수위는 미 국무부 부장관에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을 지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셔먼 전 차관은 오바마 정부 시기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이란핵합의에 관여한 인물이다. 일찌감치 국무부 장관으로 낙점된 앤서니 블링컨 내정자가 번스의 후임으로 이란핵합의의 마무리 작업을 했다.  
 
차기 외교라인에 전진 배치된 면면을 보더라도 이란 문제가 바이든 정부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다 이란이 긴장 고조로 몸값을 끌어 올리면, 자칫 한반도 문제 등은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링컨 내정자와 셔먼 전 차관 등은 민주당의 주요 북핵 정책에도 관여를 해왔지만, 위급한 현안 위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제이크 설리번 차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란핵합의를 준수한다면 협약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 캡처]

제이크 설리번 차기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이란핵합의를 준수한다면 협약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대응을 연결고리로 조심스럽게 이란과 관계 개선에 나섰던 한국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 고조, 이어 선박 나포 상황까지 이어지며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백신공동 구매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이란의 백신 구매를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국 시중은행에 쌓여있는 7조원가량의 석유 대금 원화 계좌를 코백스 퍼실리티에 송금할 수 있게끔 해주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이 같은 절차에 대해 미 재무부에 특별허가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란 쪽에서 한국을 경유한 코백스 퍼실리티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원화를 코백스 측에 송금하려면 결국 달러 환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 금융시스템을 이용했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무슨 트집을 잡을지 모른다고 했다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의 막판 제재는 이 같은 이란 측의 의구심에 확신을 심어준 셈이 됐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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