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 마련하겠다"던 예방접종 방안 아직 검토 중
"접종 장소·단계 최대한 줄이고 인력 교육 철저히 해야"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예방의학)는 “인플루엔자 접종 준비도 예방접종관리과에서 1년간 하는 농사라 한다”며 “처음 쓰는 백신을 몇 달 안에 전 국민한테 맞춰야 하는 만큼 준비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순위의 대상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30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의료 종사자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이자 백신 접종을 사흘 앞둔 5일(현지시간) 영국 크로이던 대학병원에서 백신 보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까다로운 건 백신의 유통이다. 통상적인 냉장 보관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기존 유통체계로 가능하겠지만, 화이자, 모더나의 경우 새로운 초저온 보관소를 마련해야 한다. 보관이나 운송에서 자칫 차질이 생기면 어렵게 확보한 백신을 폐기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화이자 백신 배송 중 운송상자 내부 온도가 너무 많이 떨어진 것이 발견돼 폐기하는 일도 있었다. 앞서 우리도 지난해 독감 백신 운송 과정에서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을 유지하지 못해 106만명 접종 분량 백신을 폐기하기도 했다.
당국은 일단 접종 기관에 대해 투트랙 방안을 고민 중인데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처럼 냉장 유통·보관이 가능한 백신은 기준에 부합한 의료기관에서, 극저온 상태의 보관 등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한 화이자 백신 등은 대학병원이나 보건소 등 별도 접종센터에서 접종하는 식이다. 양동교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질병청에서 기준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서 센터를 지정,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고를 배치한 별도 센터를 약 100~250개 지정하겠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기모란 교수는 “접종 장소가 많을수록 자잘한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크고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센터 숫자를 늘리지 말고 유통 단계도 최대한 줄여야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요양시설에 있거나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경우 방문 형태로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접종 전략을 대상에 따라 달리 가야 한다”며 “의료진은 대학병원 클리닉에서 접종을 맡되 의료진이 한꺼번에 몰려 맞을 경우 접종 부작용 탓에 병원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며칠씩 간격을 두고 순번을 돌려 맞는 식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고령자는 접근성이 좋은 보건소 등에 내원토록 하더라도 요양병원 환자나 농촌 지역 고령자 등은 찾아가는 식으로 이동형 접종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화이자 백신. AFP=연합뉴스
접종 이후 이상반응 등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잘 갖추는 것도 과제다. 김우주 교수는 “접종 후 30분간 관찰해야 하고 아나필락시스(중증 알레르기 반응)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라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오비이락으로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안전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현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는 “향후 나타날 부작용 등을 어떻게 평가할지 접종 이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와 관련, 코로나19 예방접종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정은경 청장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와 관련해서는 질병청과 식약처가 공동의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영할 것”이라며 “인과성이 확인된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보상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