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대금 70억 달러 동결된 상태
외교가선 “이란이 미국과 충돌 대비
한국 선박을 사실상 인질로 잡아”
양측 대립 속 한국을 희생양 평가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 를 향하던 중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9797t).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 IRIB가 공개한 현장 모습. [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1/07/3a9c9693-c49b-425f-b224-4ddbc7dade27.jpg)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 를 향하던 중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9797t). 사진은 이란 국영 방송 IRIB가 공개한 현장 모습. [뉴시스]
이란은 지난해 11월 핵과학자 암살과 지난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1주기를 계기로 대미 보복도 다짐해 왔다. 4일 우라늄 농축 농도를 20%로 높이기 시작한 바로 그날 한국 선박을 돌연 나포한 것은 미국을 직접 건드리는 대신 동맹국 중 하나를 골라 우회적인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확전은 자제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완전히 기술적 사안”이라며 “정치적 목적이 아닌 환경오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도 국무부 차원의 원칙적 입장만 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 “이란에 억류한 한국 선적 유조선을 즉시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나포는)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을 완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란이 트럼프 임기 말 ‘강 대 강’ 충돌은 피하더라도 이란은 한국 선박 나포로 향후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이란엔 차기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핵 협상과 제재 완화 논의를 할 때를 대비한 지렛대가 필요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란이 핵 합의에 복귀해야 미국도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이란은 “탄도미사일을 의제에 추가하는 협상은 불가”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내심 오는 6월 자국의 대통령 선거 전에 대미 협상을 매듭짓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나포 한국 선박을 이용해 미국의 제재 완화를 노릴 경우 억류자 석방 협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교부는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비롯한 대표단을 이란으로 파견해 나포 선박과 관련한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사전에 예정됐던 오는 10일 이란 방문을 그대로 추진한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